쩨쩨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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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 는 19금의 발칙한 연애담이라는 홍보 아래 위 포스터처럼 최강희가 다소 야한 차림의 복장으로 눈길을 끈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에서 나온 로맨스물들이 못 보여준 본격 성인들을 위한 연애담을 담았을 것 같은 일종의 기대감을 내비치지만, 정작 그런 영화는 아니라는 게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위 목욕탕 목소리의 주인공 이선균과 4차원 세계를 가진 엉뚱소녀의 이미지를 아직도 간직한 최강희, 이 두 배우가 만난 영화는 제목부터 정말 쩨쩨하고도 나름 발칙하면서도 후끈한 로맨스를 담은 영화라 표방했다. 정작 발칙하고 후끈한 것은 그들의 몸짓 연기인 '바디'가 아니고 사실 '대사'에 있었고, 그 대사를 통해 표출되는 애니메이션 만화가 더욱더 리얼하고 이른바 므훗한 상상의 나래를 직접 보여주었으니, 이들의 발칙하고 후끈함은 다른 이의 몫이었다.

뻔한 로맨스에 '성인만화' 소재가 가미된 <쩨쩨한 로맨스>

로맨스 영화. 정말 사골국이 우려날 정도로 일반 드라마는 물론 외화에서 국내에서도 많이 나온 장르영화 중에 하나다. 많은 제작비를 투여하지 않고도 젊은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남녀간의 연애담, 그 쏠라닥질같은 연애의 고수들이 전해주는 각종 비법이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또 다른 연애의 비법과 관계를 익히고 복습하며 뫼비우스 띠처럼 남녀간에 벌어지는 꼬인 사랑에 대한 실타래를 접한다. 보는 시야도 다르고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들이 그려내는 그림은 하나의 공통점은 있으니 바로 '밀당'(밀고 당기기) 되시겠다. 한번에 넘어가는 여자가 없듯이 한번만 대쉬하고 끝내는 남자 없듯이, 남자와 여자는 '밀당'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서로를 알고 친해지고 연애를 시작해 사랑에 골인하는 게 우리네 연애의 정석이자 일반적인 그림들이다. 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일상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표방한 19금의 발칙한 연애담도 이런 연장선에서 비켜가지 않고 그대로 차용해 답습했다. 다만 여기 주인공들의 직업이 일반 직업이 아닌 소위 전문가 직업군이라 다소 생경할 뿐 다른 것은 없다. 남자는 '만화가'고 여자는 '스토리작가', 이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만나 그 목표를 향해 아니, 공모전 상금 1억 3천을 타기 위해서 서로 오천 만원씩 나눠 갖자는 전제하에 달려가며 그 속에서 러브가 피어난 영화가 '쩨쩨한 로맨스' 영화다. 그런데 이게 알거 다 아는 두 성인이 '성인만화'를 그려야 하기에 둘이 다소 깔끄장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며 시종일관 보는 이들의 군침?을 돌게 만든다. 그렇다고 성인만화 이야기를 만들고 그리며 둘이 삐리리해서 자기들끼리 성인스럽게 한 건 아니다.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된 성인만화였을 뿐,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커플탄생, 므흣한 상상히 현실이 된다!
‘뒤끝작렬’ 성인만화가와 ‘허세작렬’ 섹스칼럼니스트의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19금 발칙 연애담!

만화를 그리자는 거에요? 논문을 쓰자는 거에요?
천재적인 그림실력은 가졌으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로 인해 그리는 족족 퇴짜를 맞는 만화가 정배! 여지없이 출판사의 퇴짜를 맞던 어느 날! 무려 1억 3천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소식에 스토리 작가를 찾게 되는데!! 나, 섹스칼럼니스트라구요~ 성인잡지 번역 일을 하고 있지만, 넘치는 창의력으로 인해 일하는 족족 사고를 치고 결국 해고 당하는 다림! 새로운 직장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어마어마한 상금에 넘어가 정배와 함께 성인만화를 만들게 되는데..

너, 경험 없지? VS 다 내 경험담이라니까! 뒤끝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배와 온갖 이론과 말발로 무장한 다림의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동작업은 첫 날부터 티격태격 삐그덕 거리기만 하고.. 과연 예정된 마감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한데.. 세상을 놀라게 할 섹시 성인만화 완성을 위한 열혈 제작기! 누구도 본 적 없는 19금 발칙 연애담이 시작된다!

뒤끝남 성인만화가 '정배' VS. 허세녀 섹스칼럼니스트 '다림', 이들의 밀당

위 영화의 시놉시스에서도 나왔지만, 내용은 분명 이 둘의 연애담인데 다소 만화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플롯이다. 만화가로 아직도 등단 못한 정배(이선균)라는 캐릭터는 피카소와 고흐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갖췄으나 지루하기 논문급인 철학적 창의력 때문에 소위 휘황찬란한 만화를 그리는 문제에 봉착하고, 공모전이 걸린 성인만화를 그려야 할 그에게 있어 이번 작업은 최대의 난관, 이에 자신의 상상력에 방점을 찍어줄 스토리작가를 구하게 돼 바로 다림(최강희)이 그의 작업실로 들어와 동참하게 된다. 그녀의 성적 상상력은 카마스트라와 킨제이보고서는 기본, 수백 권의 성서적과 연애서적의 독파로 이번 성인만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제격인 인물, 더군다나 말발로 먹어주는 연애 이론의 달인인 그녀는 정배에게 이것 저것 지시하는데, 너무 고리타분하게 나가는 그에게 "만화를 그리자는 거예요? 논문을 쓰자는 거예요?" 작렬하는 다림..

이에 정배는 못 이기는 척 그녀가 일러주는 스토리대로 그림을 그려가지만 못내 마뜩잖다. 그러면서 '스토리가 붕 떠 있다. 이건 너무 심하다. 리얼리티가 없다.'등 매번 불만이니, 이들은 첫 번째 난관인 의견대립에 봉착한다. 하지만 이 성인만화 완성을 위해서는 달려야 할 그들은 머리를 싸매고 다시 작업에 돌입하면서 점점 더 친해진다. 정배는 다림의 의견을 들어주고, 다림은 정배의 그림을 칭찬하며 그들의 작업은 나름 수월하게 지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그림 연출을 위한 둘이 헌팅에 나갔다가 데이트도 하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에 정배가 급키스를 날리며 더욱더 가까워진 두 사람, 이에 다림은 전에 보였던 터프하고 허세떨던 모습은 사라지고 소위 '다소곳녀'가 돼 정배를 따르면서 이들의 연애는 시작된 것이다.  



<방자전> ,<시라노>에 이은 '류현경'의 감초 섹시녀 연기

이 와중에 다림의 친구로 나온 여성지 인터뷰 기자로 분연한 '류현경'의 정배 유혹기, 강호는 이게 더 재밌더라..ㅎ 사실 허세녀 다림은 귀여운 구석이 있는 여자고, 영화 <방자전>에서 파격 노출씬과 '딜리셔스' 대사로 화제가 되었던 류현경이 분한 역은 오는 남자 안 막는 스타일로 항상 남자에 목말라하며 이 남자다 싶으면 소위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여기서 제대로 그런 역을 보여주며 이목을 끈다. 아주 제대로다.

아무튼 정배와 다림의 성인만화가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다림의 쌍동이 남동생을 정배가 남친으로 오해하며 뒤끝있게 그녀를 홀대하고, 이런 이유도 모른 다림은 속만 타다가 급기야 둘이 여행을 떠난 자리에서 서로를 더욱더 알게 된 두 사람, 그 모텔에서 바로 다림은 여성지에서만 봤던 섹스 실현기가 펼쳐지는데, 아주 제대로다. 즉 나이 30이 다 되도록 남자경험이 전혀 없으면서 책이 일러준 대로 정배에게 섹스를 할려다가 도리어 정배에게 "너 경험 없지.. 그렇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으이그.." 그러면서 다림을 이상하게 챙기며 리드하는 정배, 이에 다림은 깜놀하며 눈을 지긋이 감는데, 하지만 정배는 그런 다림이 귀여운지 하려던 그짓을 그만두고 소주 한잔 하자며 이들의 연애는 이렇게 자리를 잡는다. 

드디어 성인만화가 거의 완성되가는 시점에 돈에 쪼달려온 정배가 오천 만원 빚 때문에 어디 저기 먼 나라로 현장 스케치 취재차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만화의 완성만을 남겨둔 이 작업에서 손을 떼는 상황이 벌어지자 다림은 '가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르고 정배는 그곳으로 가야할 상황을 얘기를 안 한 채 다림에게 그간에 그린 만화를 넘겨주고 떠날려고 한다. 과연, 정배는 정말 떠났을까.. 떠났다면 마지막 완성을 남겨둔 만화는 어떻게 하며, 이들이 그렇게 밀당하고 연애와 사랑에 빠지며 완성해 놓은 이 만화는 그 공모전에서 상을 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있지만 연애의 정석대로 그려지기에 답은 뻔히 보인다.



이렇게 이 영화는 기존의 로맨스물 특히 트렌디풍의 로맨스에서 많이 봐온 연애담과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극 중의 캐릭터가 만화가와 섹스칼럼니스트라는 다소 전문적인 냄새를 풍기는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이 목표로 삼은 성인민화 공모전 수상을 위해서 달려가는 과정을 그린 연애담이다. 그러면서 그속에서 발칙한 몸짓 보다는 발칙한 성적 대사를 주고 받으며, 그것을 애니메이션화 시켜 보는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특이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19금의 발칙한 연애담이라 표방한 이 영화는 정작 두 주인공인 정배와 다림의 캐릭터는 그렇게 '19금'스럽지 않다.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의 일상적인 연인들을 보는 듯 하다. 

19금을 지향한 '쩨쩨한 로맨스'가 아닌 솔직한 연애담이 아닐까?

물론 그들이 펼쳐낸 연애의 그림들은 밀당을 하며 남자는 뒤끝있고, 여자는 내숭에 허세를 떠는 등 이들의 관계가 정말 쩨쩨하면서도 구차해 보이는 구석이 있지만, 그런 그림은 일반적인 연애의 현상이자 지금도 진행중인 연애의 정석 중의 하나인 셈이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쩨쩨함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영화는 제목 '쩨쩨하다'는 표현을 통해서 그런 연애의 감정들이 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남녀가 쩨쩨하게 굴지만 그런 쩨쩨함은 결국에는 시원스럽게 한방 먹이는 솔직함으로 다가오며 젊은 남녀들이 그렇듯 보통의 연애담을 그렸냈다는 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류의 로맨스가 마지막에는 결국 해피엔딩식 둘이 얼싸안고 키스를 날리며 마무리가 되더라도 그들을 시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영화에서 전체적인 그림은 나름 잘 흐르다 마지막에 그려낸 그림은 이들이 극 중에서 완성 못한 만화를 보는 듯 합의된 그림으로 간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볼만하고 나름 기존의 로맨스물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돼 올해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과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영화임에 틀림없다. 크게 빵 터지는 건 없어도 19금스런 대사 몇 마디와 그들 대사로 투영된 성인 애니메이션이 더 인상 깊었던 영화 <쩨쩨한 로맨스>.. 19금의 발칙한 연애담은 아주 성인적이지 않으면서도 보통의 연애담을 보듯 담아낸 그림은 분명 쩨쩨한 게 아니라 솔직함 그 자체가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남녀간의 연애라는 게, 뭐 별거있나.. 그렇게 밀당하며 쩨쩨하게 굴다가도 결국에는 솔직해져 사랑에 골인하는 게 연애의 정석이자 기본이다. 바로 여기 로맨스 영화들이 항상 그래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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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스 웨이 - The Warrior's Wa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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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장동건'의 생애 첫 헐리웃 진출작이라 더욱더 기대를 모았던 영화 '워리어스 웨이'(The warrior's way), 그 제목처럼 전사, 무인, 어떤 역전의 용사의 길을 걷는 고독한 무사의 삶을 그리는 아니, 그 길을 좇는 전형적인 서부 판타지 영화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이런 장동건을 위시해서 그 어떤 비주얼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통해서 무명에 가까웠던 '피터 잭슨'과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감독을 발탁하고, 세계 시장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블록버스터의 지평을 연 '배리 오스본'이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전단지 홍보와 함께, <스파이더맨>의 디자이너, <킹콩>을 만든 특수효과팀까지 가세하며 가열차게 그려낸 최신작이 바로 '워리어스 웨이'라는 설명이다.

장동건 첫 힐리웃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 기대에 못 미치다.

그런데 막상 하루 먼저 감상한 강호의 총평은 '글쎄올씨다'다. 뭐.. 그전에 '이 영화 정말 볼만할까?'로 포스팅을 쓰며 내심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사실 기대에는 못 미친 영화다. 느낌이 뭐랄까.. 그렇게 홍보를 해대고 언론에서 소위 띄워주는 등 했지만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옛 속담처럼 정말 먹을 게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먹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몇 개는 건져 먹긴 했지만 제대로 소화가 안 됐을 뿐, 그래도 마지막 30여 분은 볼만했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는 스토리 전개다. 사실 이런 류에서 무슨 스토리가 중요하겠는가마는.. 이 고독한 동양의 전사가 가는 길에는 그 어떤 내용도 고사하고 장치적 연결 고리가 없다. 그냥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물론 어린 시절 아비를 잃은 복수심으로 이런 고독한 전사의 길을 택한 그였지만, 그러기에는 당위가 떨어지고 그가 왜 그 전설의 자객단에서 빠지고 나오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줄거리는 아래처럼 나름 길다.

어떤 적도 그를 이길 수 없다!

세계 최강의 전사. 칼을 버렸던 그가, 서부 사막의 끝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다시 칼을 든다! 모든 이를 압도하는 냉혈 카리스마로 상대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된 한 남자 '양'(장동건 분). 유일하게 남겨진 적의 혈육 '아기'를 보는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리며 칼을 내려놓게 된다. 자신을 쫓는 비밀 조직을 피해 서부의 외딴 마을로 향한 전사.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마을에 들어온 그는 말괄량이 처녀 ‘린’(케이트 보스워스 분)과 카우보이 출신 주정뱅이‘론’(제프리 러쉬 분)을 만나면서 잔인한 전사의 모습에서 아기와 여자를 지켜주는 평범한 남자로 서서히 변해간다. 한편, 어릴 적 ‘린’의 가족을 몰살시킨 악당 ‘대령’(대니 휴스턴 분)이 다시 마을을 위협해온다. 과거 무참히 당하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사는 봉인됐던 자신의 칼을 꺼내 든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막의 끝, 전사는 이제 죽이기 위함이 아닌, 모두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시작한다.



이렇게 줄거리를 놓고 보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척하면 삼천리'같은 줄거리다. 어느 고독한 전사가 된 한 남자가 조직을 벗어나자 그를 쫓고 그는 조직의 살수를 적당히 무찌르고 피해 어느 마을에 칩거, 그러면서 그 마을에서 어느 참한 처자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과거 또한 복수심에 불타오름을 안 그가 그녀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서부 개척시대가 그렇듯 활개치는 악당들이 마을로 들이닥치자 마을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총을 앞세운 무자비한 서부 악당들을 엣지있게 무찌르던 중, 자신의 비밀 조직까지 암습해오자 멋진 칼부림 액션으로 물리치고 자신을 이만큼 키워준 스승(적룡)과 한판 대결을 앞둔 상태, 그 결과에 따라서 또 다시 오늘도 보무도 당당하게 홀로 길을 떠난다는 뻔한 전사의 이야기.. 이것이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다.

뻔한 스토리지만, '아기'의 매개체로 서부극 판타지에 충실 

이런 식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니 마치 영화를 너무 폄하한 듯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서부 판타지 영화들이 그려내는 그림들이 대거 그대로 차용됐다. 서부 어느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마을, 그 마을에 전사 '양'이 들어오면서 그 마을은 종국에는 총과 칼질이 난무하는 피바다가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피바다를 그리는 현장을 저 위의 그림처럼 한 '아기'를 집어넣어 잔혹함의 대비감을 주려했다. 정말로 아기가 너무나 큐티한데, 물론 저 아기도 전사 '양'이 죽여야 했지만 차마 죽이지 못하고 저렇게 보모처럼 데리고 다니며 마을에서 만난 처자 '린'(케이트 보스워스)과 함께 아기를 살핀다. 그러면서 전사는 자연인으로써 세탁소 주인을 자처하며 생활의 여유에 빠져드는데, 이게 바로 드라마적 요소로 극의 중반까지 그려졌다. 그러니 좀 따분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 여자 '린'이 과거 악당들에게 부모님을 잃은 복수심에 불타 매번 칼 던지는 연습에 빠지자 그녀를 전사가 도와주며 '마음'을 다스리라는 동양적 가르침, 이 둘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의 야릇한 시선, 그렇다고 둘이 로맨스에 빠지지는 않는다. 린이 전사의 매력에 잠깐 빠져 급 키스를 날린게 다다. 더이상 이들의 관계는 진척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악당들이 쳐들어오자 마을의 주정뱅이 '론'(제프리 러쉬)이 과거에 잘 나가던 총잡이 시절, 무덤에 묻어놨던 엄청난 다발의 무기를 끄집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과 악당을 물리치며 전사 '양'도 한몫 거들며 총을 앞세운 그들을 새처럼 날아 번개처럼 쏘듯 엣지있는 칼날로 적의 목을 친다. 그러면서 자신을 죽이려든 조직까지 나타나 그 마을은 악당들과 검은 망토의 검객들로 뒤덮이며 그 황금빛의 사막은 피바다로 물드는데..

과연 고독한 전사 '양'은 이들을 무찌르고 자신의 스승과의 한판 승부에서 이기며 길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가 데려온 저 아기는 누가 키울 것이며, 그 여자 '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러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여기 전사는 한마디로 고독 그 자체를 즐기기에 결국 혼자가 또 될지 모른다. 아무튼 이 영화는 서부 판타지 영화답게 그대로 그려내며 액션의 서사적 시퀀스를 마지막 30여 분에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볼만했지만 또 아쉬운 점도 있어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아쉬운 점, 앞에는 루즈하고 식상한 스토리에 CG의 과용

이 영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 고독한 전사가 조직의 살수를 피해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단계와 그 마을에서 자연인으로 변모해 지내는 과정, 그리고 그 마을에서 마지막에 액션하는 장면, 이렇게 나뉘는데 영화 초입부터 칼 몇 번 휘두르며 흑마 자객단을 무찌르고, 마을로 들어와서 처자와 알게 돼 지내는 과정은 좀 루즈하다. 현재 마을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자신이 만난 처자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의 과거도 얘기하며 마을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그러면서 여기 귀여운 아기는 그때 그때 상황을 바라보는 화자로써 재미난 표정들로 웃음을 나름 선사하는데, 그나마 아기가 없었으면 루즈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악당들이 쳐들어오자 위기에 처한 마을 사람들이 전사와 함께 물리친다는 스토리는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 전개에 있어 대결하는 액션씬은 기본적으로 잘 보여줘서 차치하더라도, 비주얼의 배경이 되는 것들에서는 CG가 많이 사용돼 조금은 티가 난다는 점이다. 실사로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황량한 분위기에 있는 사막의 한 마을을 그리고자 했는지, 너무 CG스럽게 그려내 마치 한 편의 황금빛 신기루를 보는 듯 다분히 몽환적이다. 물론 서부시대 마을 세트로 골격을 쳤지만 배경은 온통 CG였다는 거, 그게 문제 아닌 문제라는 점이다.



볼만한 점, 역시 비주얼은 대략 합격점 '검'이 '총'을 이기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서부 판타지답게 비주얼이 관건이 영화다. 이 영화를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한 첫 영화이기에, 그가 펼쳐낸 동양의 고독한 전사의 모습이 어떻게 나왔나 해서 보러 간 것이지, 이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서 보진 않는다. 즉, 그 고독한 전사가 어떻게 적을 무찌르고 동양의 신비감을 내세우며 어떤 엣지있는 '칼질'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 칼날의 액션은 볼만했다. 영화 초반에 한두 번 휘두르며 적을 죽일때는 조금 얼척없긴 했지만, 마을에서 마지막 두 팀이 섞인 상황에 빠질 때 물찬 제비처럼 날아올라 적을 향해 펼친 칼날 액션은 정말 볼만한 시퀀스였다.

마치 영화 <킬빌>에서 '우마 서먼'의 잔혹한 칼날에 피가 리얼하게 튀기듯 그대로 재현하며 여기서도 피빛으로 그 칼날을 씻어낸 것이다. 즉 장동건의 긴 기럭지에 맞춘 서부식 코트발과 우수에 찬 눈빛 그리고 번쩍이는 긴 칼, 이것이 삼위일체 된 비주얼은 분명 볼만하다. 그래서 서부의 악당들이 마구잡이식 쏘아댄 기관총 같은 속사포는 나타난 듯 숨은 듯 짓쳐오는 칼날에 우수수 떨어졌으니, 고독한 전사 '양'은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길을 떠난다.

서부극 판타지에 동양적 코드, 역시 '칼질'이 엣지있다.

결국에 이렇게 놓고 보니 사실 이 영화는 이래저래 루트를 통해서 홍보가 대대적으로 된 영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 속빈 강정처럼 알맹이가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그 어떤 판타지가 주는 허무함이기도 한데, 그래도 고독한 전사로 분한 장동건의 연기에 있어서 영어 대사의 고민을 털었지만 실제 많은 대사가 없어 분위기만으로 극을 이끌며 나름 어울려 보였고, 주인공 처자로 나온 '케이트 보스워스'도 나름 귀여운 구석까지 보이며 극에 잘 어울렸다. 그외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 해적 선장으로 나왔던 '제프리 러쉬' 의 주정뱅이 총잡이 모습과 얼굴을 잃어버린 미치광이 악당 '대니 휴스턴'까지 모두 극에는 잘 어울렸다.

다만, 이런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서부 영화가 그렇듯 뻔한 스토리와 전개에 그 어떤 맛이 묻히고, 대신에 마지막 장면 중 마을에서 벌인 마구잡이식 총질과 엣지있는 칼질의 피빛 향연만이 뇌리에 남은 영화가 됐다. 물론 마지막 결말에서도 또 다른 시퀀스를 보였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단한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다. 다만 망작이나 졸작은 아니어도 기본은 한 '평작'의 느낌이 많이 든다. 뭐, 사실 이런 서부 판타지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숱하게 봐온 뻔한 총질에 무너지는 적이 아닌 엣지잇는 칼날에 무너지는 적을 보는 것만 해도 기본은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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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 Sky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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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주류급 SF 외계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괴작같은 졸작 분위기의 SF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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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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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만난 관록의 두 배우의 찰진 연기와 대사, 이것이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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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 Let 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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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렛미인'과 같지만서도 무언가 다른 분위기, 기존 뱀파이어 영화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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