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스 웨이 - The Warrior's W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장동건'의 생애 첫 헐리웃 진출작이라 더욱더 기대를 모았던 영화 '워리어스 웨이'(The warrior's way), 그 제목처럼 전사, 무인, 어떤 역전의 용사의 길을 걷는 고독한 무사의 삶을 그리는 아니, 그 길을 좇는 전형적인 서부 판타지 영화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이런 장동건을 위시해서 그 어떤 비주얼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통해서 무명에 가까웠던 '피터 잭슨'과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감독을 발탁하고, 세계 시장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블록버스터의 지평을 연 '배리 오스본'이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전단지 홍보와 함께, <스파이더맨>의 디자이너, <킹콩>을 만든 특수효과팀까지 가세하며 가열차게 그려낸 최신작이 바로 '워리어스 웨이'라는 설명이다.

장동건 첫 힐리웃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 기대에 못 미치다.

그런데 막상 하루 먼저 감상한 강호의 총평은 '글쎄올씨다'다. 뭐.. 그전에 '이 영화 정말 볼만할까?'로 포스팅을 쓰며 내심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사실 기대에는 못 미친 영화다. 느낌이 뭐랄까.. 그렇게 홍보를 해대고 언론에서 소위 띄워주는 등 했지만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옛 속담처럼 정말 먹을 게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먹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몇 개는 건져 먹긴 했지만 제대로 소화가 안 됐을 뿐, 그래도 마지막 30여 분은 볼만했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는 스토리 전개다. 사실 이런 류에서 무슨 스토리가 중요하겠는가마는.. 이 고독한 동양의 전사가 가는 길에는 그 어떤 내용도 고사하고 장치적 연결 고리가 없다. 그냥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물론 어린 시절 아비를 잃은 복수심으로 이런 고독한 전사의 길을 택한 그였지만, 그러기에는 당위가 떨어지고 그가 왜 그 전설의 자객단에서 빠지고 나오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줄거리는 아래처럼 나름 길다.

어떤 적도 그를 이길 수 없다!

세계 최강의 전사. 칼을 버렸던 그가, 서부 사막의 끝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다시 칼을 든다! 모든 이를 압도하는 냉혈 카리스마로 상대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된 한 남자 '양'(장동건 분). 유일하게 남겨진 적의 혈육 '아기'를 보는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리며 칼을 내려놓게 된다. 자신을 쫓는 비밀 조직을 피해 서부의 외딴 마을로 향한 전사.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마을에 들어온 그는 말괄량이 처녀 ‘린’(케이트 보스워스 분)과 카우보이 출신 주정뱅이‘론’(제프리 러쉬 분)을 만나면서 잔인한 전사의 모습에서 아기와 여자를 지켜주는 평범한 남자로 서서히 변해간다. 한편, 어릴 적 ‘린’의 가족을 몰살시킨 악당 ‘대령’(대니 휴스턴 분)이 다시 마을을 위협해온다. 과거 무참히 당하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사는 봉인됐던 자신의 칼을 꺼내 든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막의 끝, 전사는 이제 죽이기 위함이 아닌, 모두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시작한다.



이렇게 줄거리를 놓고 보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척하면 삼천리'같은 줄거리다. 어느 고독한 전사가 된 한 남자가 조직을 벗어나자 그를 쫓고 그는 조직의 살수를 적당히 무찌르고 피해 어느 마을에 칩거, 그러면서 그 마을에서 어느 참한 처자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과거 또한 복수심에 불타오름을 안 그가 그녀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서부 개척시대가 그렇듯 활개치는 악당들이 마을로 들이닥치자 마을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총을 앞세운 무자비한 서부 악당들을 엣지있게 무찌르던 중, 자신의 비밀 조직까지 암습해오자 멋진 칼부림 액션으로 물리치고 자신을 이만큼 키워준 스승(적룡)과 한판 대결을 앞둔 상태, 그 결과에 따라서 또 다시 오늘도 보무도 당당하게 홀로 길을 떠난다는 뻔한 전사의 이야기.. 이것이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다.

뻔한 스토리지만, '아기'의 매개체로 서부극 판타지에 충실 

이런 식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니 마치 영화를 너무 폄하한 듯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서부 판타지 영화들이 그려내는 그림들이 대거 그대로 차용됐다. 서부 어느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마을, 그 마을에 전사 '양'이 들어오면서 그 마을은 종국에는 총과 칼질이 난무하는 피바다가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피바다를 그리는 현장을 저 위의 그림처럼 한 '아기'를 집어넣어 잔혹함의 대비감을 주려했다. 정말로 아기가 너무나 큐티한데, 물론 저 아기도 전사 '양'이 죽여야 했지만 차마 죽이지 못하고 저렇게 보모처럼 데리고 다니며 마을에서 만난 처자 '린'(케이트 보스워스)과 함께 아기를 살핀다. 그러면서 전사는 자연인으로써 세탁소 주인을 자처하며 생활의 여유에 빠져드는데, 이게 바로 드라마적 요소로 극의 중반까지 그려졌다. 그러니 좀 따분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 여자 '린'이 과거 악당들에게 부모님을 잃은 복수심에 불타 매번 칼 던지는 연습에 빠지자 그녀를 전사가 도와주며 '마음'을 다스리라는 동양적 가르침, 이 둘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의 야릇한 시선, 그렇다고 둘이 로맨스에 빠지지는 않는다. 린이 전사의 매력에 잠깐 빠져 급 키스를 날린게 다다. 더이상 이들의 관계는 진척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악당들이 쳐들어오자 마을의 주정뱅이 '론'(제프리 러쉬)이 과거에 잘 나가던 총잡이 시절, 무덤에 묻어놨던 엄청난 다발의 무기를 끄집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과 악당을 물리치며 전사 '양'도 한몫 거들며 총을 앞세운 그들을 새처럼 날아 번개처럼 쏘듯 엣지있는 칼날로 적의 목을 친다. 그러면서 자신을 죽이려든 조직까지 나타나 그 마을은 악당들과 검은 망토의 검객들로 뒤덮이며 그 황금빛의 사막은 피바다로 물드는데..

과연 고독한 전사 '양'은 이들을 무찌르고 자신의 스승과의 한판 승부에서 이기며 길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가 데려온 저 아기는 누가 키울 것이며, 그 여자 '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러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여기 전사는 한마디로 고독 그 자체를 즐기기에 결국 혼자가 또 될지 모른다. 아무튼 이 영화는 서부 판타지 영화답게 그대로 그려내며 액션의 서사적 시퀀스를 마지막 30여 분에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볼만했지만 또 아쉬운 점도 있어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아쉬운 점, 앞에는 루즈하고 식상한 스토리에 CG의 과용

이 영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 고독한 전사가 조직의 살수를 피해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단계와 그 마을에서 자연인으로 변모해 지내는 과정, 그리고 그 마을에서 마지막에 액션하는 장면, 이렇게 나뉘는데 영화 초입부터 칼 몇 번 휘두르며 흑마 자객단을 무찌르고, 마을로 들어와서 처자와 알게 돼 지내는 과정은 좀 루즈하다. 현재 마을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자신이 만난 처자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의 과거도 얘기하며 마을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그러면서 여기 귀여운 아기는 그때 그때 상황을 바라보는 화자로써 재미난 표정들로 웃음을 나름 선사하는데, 그나마 아기가 없었으면 루즈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악당들이 쳐들어오자 위기에 처한 마을 사람들이 전사와 함께 물리친다는 스토리는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 전개에 있어 대결하는 액션씬은 기본적으로 잘 보여줘서 차치하더라도, 비주얼의 배경이 되는 것들에서는 CG가 많이 사용돼 조금은 티가 난다는 점이다. 실사로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황량한 분위기에 있는 사막의 한 마을을 그리고자 했는지, 너무 CG스럽게 그려내 마치 한 편의 황금빛 신기루를 보는 듯 다분히 몽환적이다. 물론 서부시대 마을 세트로 골격을 쳤지만 배경은 온통 CG였다는 거, 그게 문제 아닌 문제라는 점이다.



볼만한 점, 역시 비주얼은 대략 합격점 '검'이 '총'을 이기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서부 판타지답게 비주얼이 관건이 영화다. 이 영화를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한 첫 영화이기에, 그가 펼쳐낸 동양의 고독한 전사의 모습이 어떻게 나왔나 해서 보러 간 것이지, 이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서 보진 않는다. 즉, 그 고독한 전사가 어떻게 적을 무찌르고 동양의 신비감을 내세우며 어떤 엣지있는 '칼질'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 칼날의 액션은 볼만했다. 영화 초반에 한두 번 휘두르며 적을 죽일때는 조금 얼척없긴 했지만, 마을에서 마지막 두 팀이 섞인 상황에 빠질 때 물찬 제비처럼 날아올라 적을 향해 펼친 칼날 액션은 정말 볼만한 시퀀스였다.

마치 영화 <킬빌>에서 '우마 서먼'의 잔혹한 칼날에 피가 리얼하게 튀기듯 그대로 재현하며 여기서도 피빛으로 그 칼날을 씻어낸 것이다. 즉 장동건의 긴 기럭지에 맞춘 서부식 코트발과 우수에 찬 눈빛 그리고 번쩍이는 긴 칼, 이것이 삼위일체 된 비주얼은 분명 볼만하다. 그래서 서부의 악당들이 마구잡이식 쏘아댄 기관총 같은 속사포는 나타난 듯 숨은 듯 짓쳐오는 칼날에 우수수 떨어졌으니, 고독한 전사 '양'은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길을 떠난다.

서부극 판타지에 동양적 코드, 역시 '칼질'이 엣지있다.

결국에 이렇게 놓고 보니 사실 이 영화는 이래저래 루트를 통해서 홍보가 대대적으로 된 영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 속빈 강정처럼 알맹이가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그 어떤 판타지가 주는 허무함이기도 한데, 그래도 고독한 전사로 분한 장동건의 연기에 있어서 영어 대사의 고민을 털었지만 실제 많은 대사가 없어 분위기만으로 극을 이끌며 나름 어울려 보였고, 주인공 처자로 나온 '케이트 보스워스'도 나름 귀여운 구석까지 보이며 극에 잘 어울렸다. 그외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 해적 선장으로 나왔던 '제프리 러쉬' 의 주정뱅이 총잡이 모습과 얼굴을 잃어버린 미치광이 악당 '대니 휴스턴'까지 모두 극에는 잘 어울렸다.

다만, 이런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서부 영화가 그렇듯 뻔한 스토리와 전개에 그 어떤 맛이 묻히고, 대신에 마지막 장면 중 마을에서 벌인 마구잡이식 총질과 엣지있는 칼질의 피빛 향연만이 뇌리에 남은 영화가 됐다. 물론 마지막 결말에서도 또 다른 시퀀스를 보였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단한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다. 다만 망작이나 졸작은 아니어도 기본은 한 '평작'의 느낌이 많이 든다. 뭐, 사실 이런 서부 판타지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숱하게 봐온 뻔한 총질에 무너지는 적이 아닌 엣지잇는 칼날에 무너지는 적을 보는 것만 해도 기본은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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