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리스트 - The To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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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과 졸리의 임팩트한 만남, 하지만 그들의 여행은 심심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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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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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로비문화를 투영시킨 허수아비들, 우리는 어느 장단에 춤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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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엑소시즘 - The Last Exorcis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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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장르인 호러물들은 사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SF 판타지가 들어간 흡혈귀 뱀파이어들, 살아있는 시체로 사람을 물어 뜯어먹는 좀비들, 괴물같은 몬스터들, 오컬트적인 악마들, 귀신들린 집을 주제로 한 하우스 공포와 죽지 않는 망령의 혼들이 깃든 살인마 할로윈,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같은 시리즈까지 그 종류와 소재는 실로 다양해 호러 팬들은 따분할 틈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들 중에서 공포영화의 나름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엑소시스트'도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엑소시스트 또는 엑소시즘(exorcism)라 불리는 이 말은 바로 '귀신을 쫓아내는 일' 즉, 퇴마를 다루는 행위 또는 퇴마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이미 1973년에 그 1편이 제작돼 지금까지 5편이 나올 정도로 인기작이다. 그중 1973년작은 나름 레전드로 속하며 2001년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대표적인 화제작이다. 공포영화 팬들이 아니어도 그 어린 소녀에게 깃든 악령의 모습과 그 악령을 내쫓는 엑소시즘은 지금도 눈에 선할 정도로 유명했다. (아래 그림)


(1973년 작이지만, 2001년에 소개돼 이런 그림으로 뇌리에 박힌 '엑소시스트')

악령이 깃든 소재로 유명했던 '엑소시스트',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여기 이 한 컷의 장면으로 각인돼버린 엑소시스트는 실로 공포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보여주며, 이후에 공포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바로 사람 몸 속에 들어가버린 사탄, 악령, 귀신 등의 모습과 그렇게 기이하고도 괴이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내쫓는 퇴마사의 이야기, 마치 판타지같이 보이지만 실제 지금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음을 우리는 종종 TV에서 서프라이즈하게 만나보곤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자신을 버린 다른 모습과 행위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무당을 불러 굿을 하거나, 빙의돼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그림들, 그런데 유신론자이거나 무신론자를 떠나서 이렇게 사람 몸 속에 악령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만큼 공포영화적 소재로 좋은 것도 없다. 바로 사람의 무서운 이면을 보기 때문인데, 이런 엑소시스트의 방점을 찍으며 제목에 마지막을 붙여 <라스트 엑소시즘> 이라는 영화가 나왔으니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을 믿는다면 악마도 믿어야 한다

3대째 엑소시즘을 이어온 마커스 목사는 엑소시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함께 악령에 씌인 소녀를 찾아간다. 그들은 소녀에게 행한 첫 엑소시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엑소시즘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날, 현장에 촬영팀과 마커스 목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카메라는 이 모든 것을 담게 되는데…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찍어낸 이 필름이 드디어 공개된다!!



이렇게 영화는 기존의 '엑소시스트'처럼 같은 소재로 일관되게 그렸다. 즉 악령에 쓰인 소녀를 퇴마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짧게 요약하면 젊고 유능한 엑소시스트 마커스 목사가 악마와 엑소시즘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함께 악마에 쓰인 소녀 넬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기존과는 두 가지가 다르다. 우선 일반적인 영화적 기법의 연출이 아닌 1인칭 시점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듯 카메라 동선대로 그림을 그렸다. 마치 1인칭 페이크 다큐로 유명했던 영화들 <블레어 윗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포스 카인드>, <REC> 등이 생각나는데, 그와 비슷하게 카메라가 목사의 퇴마행위를 찍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페이크라 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엑소시즘을 카메라 속에 카메라로 또 담아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할 수 있다.

다큐식으로 엑소시즘을 찍고, 목사는 신과 악마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여기 마커스 목사는 기존 목사와는 다소 다르다. 쇼맨십을 즐기는 퍼포먼스로 교인들의 인기를 얻는 목사인데 물론 주님이 악령을 물리친다고 믿지만, 그 믿음에는 신도 악마도 믿지 않는 이중성을 띈다. 그래서 엑소시즘을 행하다 질식해 죽은 아이의 기사를 보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엑소시즘의 실체를 밝히려 한다. 이런 엑소시즘은 자신이 악마에 들렸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일종의 심리치료라고 생각하며 망상을 없애주는 그 어떤 행위로써 약간의 음향효과와 트릭, 뛰어난 연기력으로 엑소시즘을 연출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기존의 목사들이 "믿음과 신만이 악마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난 현대의학의 힘을 더 믿으며 엑소시즘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마커스 목사..

이런 그에게 누군가 악령이 쓰였다는 일감이 들어온다. 그래서 곧바로 엑소시즘의 허상과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다큐팀과 어느 한적한 집을 찾은 일행은 악령이 쓰였다는 16살의 소녀 넬을 만난다. 평상시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그 소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심령 작업에 들어간 그는 보유한 장치들로 우선은 그렇게 퇴마를 한 것처럼 가짜 엑소시즘을 행한다. 그렇게 해서 일이 일단락 되었는지 알았는데, 그 소녀가 이상하다. 자신이 머무른 숙소로 찾아와 더욱더 괴로워하는 소녀, 급기야 그 소녀를 병원까지 데리고 가 진찰을 받게 한다. 진찰해서 밝혀진 임신 사실, 그러면서 마커스 일행은 이건 악령이 쓰인 것이 아닌 아버지의 폭행으로 인한 근친강간 등을 의심하며 다시 그 집을 찾아간다.



마무리만 빼면 이채로운 다큐식 '엑소시즘', 그 실체는 무얼까?

이에 넬 아버지는 무슨 소리냐며 이들에게 퇴마행위를 한 번 더 해달라 요청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소녀 넬은 더욱더 기이한 행동을 하며 동물을 죽이고 오빠에게 칼을 써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 그녀는 흉폭해지고, 저 포스터의 그림처럼 엑소시스트의 전형적인 모습인 과도한 목과 허리의 관절꺽기를 보여주며 이들을 위협한다. 더이상 심리적 정신적 질환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미스터리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되자, 급기야 마커스 목사는 그 동네의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병적인 치료인 줄 알았는데, 더욱더 악령스럽게 변모된 넬을 그들에게 맡긴 거. 그리고 돌아가던 중 마커스 목사는 이 일이 무언가 두려워면서도 동시에 넬이 진심으로 걱정되자 차를 다시 돌려 그 현장으로 가본다. 하지만 집에는 기이한 문자로 도배돼 아무도 없고, 바깥에서는 그 목사가 여러 사람들과 이상 야릇하게 퇴마를 행위를 하고 있음을 본다.

결국 이 엄청난 현장을 목격한 마커스 일행은 깜놀하며 위기를 맞기 되는데, 과연 미친 악령이 쓰인 소녀를 온전히 구했을까? 아니면 마커스 목사 일행은 그 현장에서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결말에 그 몇 씬이 카메라를 흔들어대며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영화는 꽤나 잘 만든 페이크 다큐같은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다. 다큐처럼 움직이는 카메라로 목사의 동선을 쫓고 있는 것인데, 그런 과정 속에서 점점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또는 악령스럽게 변하는 소녀의 모습이 포착된다. 사실 중반까지는 목사가 그 어떤 퇴마 행위를 부정하며 그 허상에 대해서 드라마처럼 진행했다면, 중반 이후 '어허 이것보라.. 이거 장난이 아닌데..' 모드로 돌변하며 소녀 넬을 어떤 위험으로 구할려는 모드가 발동해 다소 긴장감 있게 연출이 됐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긴장의 끈을 마무리에서 다소 얼척없는 끈으로 풀어 놔버려 그 어떤 엑소시즘으로 일관되게 허상과 실체를 밝히려는 플롯을 묻히게 해버렸다. 바로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이 다큐식 호러가 판타지적 느낌으로 괴변되는 순간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 영화가 막판에 그려진 그림 때문에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마치 SF 판타지 외계 영화였던 <스카이라인>이 마지막에 그려놓은 결말의 느낌처럼 말이다. 아무튼 영화 자체는 그래도 기존 '엑소시스트' 영화와는 다르게 이채로운 1인칭 다큐의 설정으로 퇴마 행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와 닿으며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울 뿐, 그외는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지금도 자유롭지 못한 영혼에 자유로운 악령이 낀 영혼들을 달래듯,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 모르게 허상과 실체로 둘러싸인 '엑소시즘'이 계속 행해지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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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스트 - The To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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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 그대로다. 이렇게 심심한 여행인줄 알았으면 애당초 보질 말걸, 섹시한 여전사의 매혹적인 그녀 '안젤리나 졸리'와 '가위손'의 히로인이자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미워할 수 없는 큐티한 이미지의 매력남 '조니 뎁'이 출연한다는 액션 스릴러라 해서, 또 홍보대로 '그녀를 만난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위험할수록 더 빠져든다' 처럼 무언가 임팩트한 스릴러와 액션을 기대했건만,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은 영화다. 정말로 강호가 영화 초반부터 졸아보기는 처음이다. 딱 잘라 말해서 영화가 너무 심심했기 때문이다. 하품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졸고 하품하고 아주 가관도 아니었으니, 내 생애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영화로 꼽고 싶을 정도다.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투어리스트>, 하지만.....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같은 느낌으로 두 영화를 떠올렸다. 올해 개봉작 중에 졸리가 소금같은 독고다이 액션을 선보이며 또 국내에 내한하면서 꽤 인기를 끌었던 영화 <솔트>, 그리고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액션 스릴러 <나잇 & 데이>를 생각나게 했다. 물론 '솔트'급으로 졸리가 또 분한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나잇 & 데이'처럼 재미와 액션을 선보일 줄 알았다. 즉 평범한 여자 카메론 디아즈가 첩보 요원 톰 크루즈를 만나 좌충우돌하는 재미난 액션들, 그래서 여기서는 조니 뎁이 졸리를 만나 좌충우돌하며 아주 재미난 여행 액션을 선보이나 했더니만, 이들의 여행은 풍광만 보여줬을 뿐 액션도 스릴도 그 어떤 재미도 주지 못했으니 영화 <투어리스트>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녀를 만난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연인과 헤어진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행 기차에 오른 프랭크(조니 뎁)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앉게 된 매혹적인 여인 엘리제(안젤리나 졸리)에게 반해버린다. 프랭크는 도도하면서도 베일에 가려진 그녀의 같이 가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데.. 급속도로 친해진 그녀와의 아찔한 키스도 잠시, 두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시와 추적을 받으며 급기야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처지가 된다. 프랭크는 이 어리둥절한 음모의 중심에 엘리제가 연루되어 있고, 자신 또한 국제적인 범죄자로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엘리제의 정체는? 끝없이 조여오는 추격과 위험한 여정의 끝은 어디인가?



좋은 내용과 소재였지만, 액션과 스릴감은 없었던 <투어리스트>

위처럼 줄거리만 봐도 무언가 스릴이 느껴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용만 그렇지, 정작 그려진 그림은 전혀 스릴감이 없다. 우선 내용을 다시 간략히 요약해 본다. 우연히 기차여행에서 만난 섹시하고 매력적인 한 여자 '엘리제', 그 엘리제에게 첫 눈에 반해 이탈리아 베니스까지 같이 쫓아가게 된 '프랭크', 그러면서 프랭크는 그녀의 매력 속에 빠져든다. 그런데, 이 여자는 첩보 요원이었던 거, 대신에 솔트급의 액션 첩보가 아니라 자금 세탁과 관련된 국제 금융 요원이었는데, 그녀가 쫓고 있는 사람은 엄청난 재력의 러시아 갱단이었다. 그리고 엘리제를 계속 감시하고 미행하는 이들은 같은 첩보 동료들,

즉 그녀를 미끼로 적을 끌어들이는 것인데 그러면서 이 평범한 수학 선생인 프랭크까지 끌어들이며 떡밥을 던진 것이다. 그래서 프랭크는 엘리제의 매력에 빠져 첫사랑을 만난 듯 그녀를 놓치 않으려 하고, 엘리제 또한 미끼로 끌어들인 이 남자 프랭크에게 호감을 가지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프랭크를 놓아주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러시아 갱단 두목이 자신이 잃어버린 거액의 돈을 찾는다는 이유로 프랭크를 지목, 그를 쫓아 잡으려고 하자 보트를 끌고 가 구해준 엘리제, 이미 둘은 이때부터 게임에 들어선 것이다.

결국 엘리제가 러시아 갱단에 잡혀 돈의 위치를 추궁받으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자, 첩보원들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프랭크는 마지막 결심을 한 듯 그곳으로 직접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고 하는데, 과연 그는 그녀를 구했을까? 아니 평범한 수학 선생이 어떻게 요원을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프랭크도 요원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혹시 프랭크가 러시아 갱단과 관련이 있을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비밀이 나온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서도.. ㅎ



이렇게 내용을 요약해 놓고 보니 어찌보면 스릴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라 표방했지만 액션다운 액션이 없다. 처음부터 자태를 뽐내는 졸리를 어느 사복 첩보원들이 그녀를 감시하며 쫓는 떡밥을 던졌지만, 사실 그렇게 스릴이 있어 보이질 않는다. 무언가 비밀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졸리가 기차를 타고 조니 뎁을 만나서 자기랑 베니스까지 같이 가자는 제안에 급 따라나서게 된 조니 뎁, 그때부터 중반까지 사실 드라마다. 이탈리아 베니스 올 로케이션답게 도시를 끼고 도는 잔잔한 강물과 그 강물을 따라 보트를 타고 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멋있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갱단과 한두 번의 보트 추격전, 그런데 이게 다다. 베니스의 풍광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액션은 아름답지 않고 밋밋할 뿐이다.

액션도 없고 스릴감도 없고 밋밋한 그들의 여행, <투어리스트>

더군다나 스릴감이 전혀 안 느껴지는 것은 이게 드라마적 요소로 일관하다 보니, 졸리가 분한 엘리제의 치명적인 비밀 또한 요원으로 밝혀지면서 그 신비감은 애당초 묻어버렸다. 더군다나 어리버리하지만 무언가 매력을 가진 남자 프랭크로 분한 조니 뎁도, 이제는 예전의 아우라를 못 보여주며 극 중 평범한 남자 역을 맡았지만, 그가 잠옷 입고 지붕 위를 도망칠 때의 모습은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걸음걸이를 오마주하듯 실소를 머금게 할 뿐, 프랭크라는 남자가 엘리제를 만나 어떻게 위험에 빠지고 그녀를 사랑하게 됐는지의 당위도 사실 부족하다. 물론 한 눈에 반할 수도 있지만, 중차대한 임무를 띄고 있는 여자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임무를 그르치게 되는 그 어떤 스릴을 너무 드라마적으로 담아내 그런 요소를 퇴색시켜 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라 표방했지만, 사실 그런 류로 보기에는 힘들다. 차라리 한 편의 드라마로 보는 게 낫다. 헐리웃급 액션 블록버스터도 전혀 아니거니와, '솔트'급의 졸리식 액션을 기대했다면 엄청 실망할지 모른다. 여기서 졸리의 액션은 전혀 없다. 보트 몇 번 운전한 게 다다. 또한 '나잇 앤 데이'처럼 종횡무진 활약하는 두 커플을 보듯 그들처럼 활약하길 바랬다면 애당초 접는 게 낫다. 그 영화는 헐리웃 시스템이 만들어낸 재미 만점의 액션 스릴러였고, 여기 '투어리스트'는 재미도 액션도 스릴러도 없는 드라마적 영화다. 아마도 이것은 감독의 스타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타인의 삶>으로 국제적인 감독이 된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가 연출한 이 영화는 사실 지난 2005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소피 마르소 주연 영화 <안소니 짐머>의 헐리웃 리메이크판이기도 하다.  

아무튼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이탈리아에 관광 온 미국인과 수수께끼의 섹시하고 매혹적인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적 로맨스로 일관하더니, 그녀의 유혹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고 금융 전문 요원으로써 국제적인 돈 거래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는 액션과 스릴감은 전혀 없이 밋밋하게 그려낸 그들의 여행 <투어리스트>.. 결국에는 '안젤리나와 졸리'와 '조니 뎁' 두 인기 배우의 출연만으로 화제를 끌며 이탈리아 베니스 올 로케이션을 통해서 보여준 풍광만이 눈에 남은 아주 심심한 그들의 여행이었다. 그래서 이런 인기 배우의 여행이었다면 무언가 동선을 좇는 액션너블한 재미가 있어야 했는데, 정말 아쉬웠던 그들의 투어.. 이제는 졸리나 조니 뎁이나 그들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액션을 펼치기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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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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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한 권의 장편소설이 화두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조정래'님의 신작 소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굴곡지게 씨날처럼 풀어쓴 대하 장편소설 시리즈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읽은 사람이든 못 읽은 사람이든 그의 작품은 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다른 작품들이 있었지만 책으로 이렇게 출간된 것은 3년 만에 나왔다. 이름하여 <허수아비춤>, 이미 여러 번의 홍보가 되었던 책이라,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한 번씩 읽어야 할 그 어떤 교과서로 다가왔다. 마치 올 봄에 나왔던 황석영의 장편소설 <강남몽>처럼 말이다. 어찌보면 두 개의 작품은 다르면서도 많이 닮았다. '강남몽'이 대한민국 자본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형성사를 다루면서 인간 군상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성찰했다면, 여기 '허수아비춤'은 역사가 아닌 현재 우리 시대 자본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신작 <허수아비춤>, 이 땅의 대기업을 소설로 말하다.

그것도 자본력으로 이 땅에 군림하고 있는 대기업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게 아주 제대로다. 아니, 제대로가 아닌 우리의 현주소라 봐야할 것이다. 대기업의 비리와 관련된 스카우트, 편법, 탈세, 로비, 비자금, 차명계좌, 상납, 홍콩 쇼핑 관광까지 소위 전방위적으로 그들의 작태를 드라마처럼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가열한 느낌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모습을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기에 새삼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확인 사살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그들의 치부를 보니 일종의 쾌감까지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과연 '허수아비 춤'이 풀어낸 그 이야기 속에는 어떤 춤사위가 벌어진 것일까.. 그 이야기 속으로 잠깐 빠져보자.

이야기는 시작은 어느 대기업의 실행총무로 근무중인 '강기준'이 다른 대기업의 한 사람 '박재우'를 스카우트 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선후배 사이다. 일광그룹에 다니는 강기준이 태광그룹의 핵심 브레인 박재우를 스카우트 하는 것이다. 물론 남회장의 하달이 있었고, 윤성훈 총본부장이 총책임을 맡으며 그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 결국 박재우는 일광으로 넘어와 기획총장으로 앉는다. 그러면서 이들 셋은 남회장의 특별지시로 친위조직인 '문화개척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어 알 듯 모를 듯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펼친다. 왜냐? 재계 1위인 태봉그룹을 넘어서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인데, 이들의 활약상이 중반까지 치닫는다. 공무원 조직의 주사부터 서기관과 국장급은 물론 검찰 조직의 검사까지 끌어들여 위용을 갖춘다.

'대기업의 로비는 이렇게 하는 거다'를 제대로 보여주다.

이에 남회장은 세상을 다 가진 양 마냥 좋아하는데, 특히 이 남회장의 성정은 독불장군식 안하무인에 불도저식 경영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시선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코드를 무지 싫어하며 특히나 '노조'에 대해서 전형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어찌됐든 이 '문화개척센터'를 위시로 그들은 영입하려는 사람의 가족끼리 감동시켜야 한다는 '무한감동로비'의 기치를 내걸고 계속 활약한다. 설과 추석 때를 대비해서 전방위적 로비를 위해서 그들만의 비밀금고를 만들고 현찰을 쌓아 놓는 등 그 규모만도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에 세 사람을 중심으로 로비는 가히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남회장은 이들에게 스톡옵션으로 50억, 40억, 30억을 차등 지급하며 홍콩에 공무겸 쇼핑 관광까지 보내준다.

한편 이야기는 중반 이후 검찰 조직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하는데, 이른바 '상명하복 검사동일체'로 운영된다는 이 검찰 조직에서 제대로 적응 못하고, 고지식하게 버틴 '전인욱' 검사가 좌천돼 검찰 옷을 벗고 급기야 변호사로 전환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시민단체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일광그룹과 대일전을 벌인다. 그전에 어느 대학의 한 교수가 일광그룹의 비리와 관련된 글을 신문에 게재하면서 그 파문이 확산돼, 급기야 그 교수는 직장을 잃게 돼 시민단체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서 일광그룹의 불법적 재산권 상속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가지고 그 시민단체는 일광을 고발하며 부딪히게 되는데, 이에 남회장은 앙앙불락되고, 세 사람이 진화에 나선다. 이때 시민단체는 전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추대돼 허 교수와 함께 그들의 법정 공방에 맞서지만, 쉽지가 않다.

이미 태봉그룹이 거대한 비자금 조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장이 풀려나듯, 여기 남회장도 유죄는 커녕 다른 하부 조직만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간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 셋은 보란듯이 시민단체의 무모함을 꼬집으며 자화자찬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정치민주화'는 이뤄냈을지 몰라도 '경제민주화'는 요원한 것이다. '기업이 잘되어야 우리가 잘살 수 있다'는 대중들의 근저에 깔린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때문이라도 우리 기업들은 망할 수도 없거니와 경제의 속성상 민주화는 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중들은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한다'며 자신들의 건재함을 위해 건배를 든다. 일견 와 닿는 말이기에 그들의 건배에 속이 쓰릴 뿐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이런 로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예견하며, 오늘도 내일도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이 소설의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대기업'이 있다. 일견 어느 기사에서는 여기 나오는 일광그룹과 태봉그룹을 H그룹, S그룹이라 보기도 한다는데, 뭐.. 그게 중요한 것보다 어느 기업이 됐든 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 비리와 관련된 작태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직하게 돈 벌어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생색내기 일뿐, 각종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이름도 모를 새로운 조직을 친위대처럼 조직해서 로비자금을 융단 폭격하듯 마구 쏟아내며 이 사회를 부조리하게 만들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 그림은 조정래식의 문학적 총체로 어우러져 풍자의 속성을 그대로 고발하듯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그 부조리한 야만의 존재를 명징하게 말이다.

대기업 비리를 총체적으로 담아낸 <허수아비춤>, '경제민주화'는 요원한가?


그리고, 또한 이 소설의 재미는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작가 특유의 새로운 우리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불콰하다, 깔끄장하다, 요로요로하다, 기욋돈, 꼬약꼬약, 괴어오르다, 고소롬하다, 잦바듬하다, 발싸심, 조단조단, 어스름, 때꾼하다 등.. 수없이 많다. 강호가 읽는 내내 수첩에 적은 것 중에 고른 게 이 정도다. 그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키는 단어들인데, 이외에도 문장들이 와 닿는 표현들이 많다.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 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사기)", "선거는 지배 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제는 제도일 뿐이다.(프루동)",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 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마하트마 간디)" 등 구구절절 와 닿는 문구들도 많다.

그만큼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은 단어와 문장을 오가며 색다른 재미를 주는데, 특히 강조하는 이야기로 수컷들의 본능에 대해서 몇 번을 언급하며 소위 '씨뿌리기'에 대한 단상을 말한다. 정말 이 또한 번외편의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 이렇게 이 소설은 이런 재미는 물론, 우리의 대기업들이 지금 자행하고 있는 온갖 비리 그중에서도 '로비'와 관련된 것에 중점을 맞춰 드라마를 보듯 써내려갔다. 그래서 묵직함 울림보다는 가벼운 터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만 볼 수 없는 본질적인 풍자가 담겨져 우리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는 읽은 이들에게 일종의 '모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대기업의 행태에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마지막 단원의 11장 '착해라, 자발적 복종' 이야말로 대중들의 심리를 꿰뚫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여기 제목 '허수아비춤'이 말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도 곱씹어 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 생각은 안 떠오르지만, 이 제목은 바로 허수아비처럼 어떤 실존과 허상의 양면으로 치닫는 우리네 현주소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외면화된 대중들의 이름 모를 춤사위, 또 그런 춤사위를 지켜보며 자기들 나름대로 춤을 추는 대기업들, 그러니 박자가 같이 맞아 어울려야 할 그 춤사위는 어긋나며 아직도 '경제민주화'는 요원하다고 역설한 것은 아닐까.. 그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한 권의 소설로 대기업의 비리를 제대로 해부했다고 또 경제민주화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순 없지만,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써내려간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분명 소설같지 않다는 거, 그것만 재확인을 했다면 순간 잊고 있었던 문학으로서 소설의 총체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허수아비 춤을 추고 있는 것을 스스로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은 과연 어느 장단에 춤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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