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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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장르적 소재에 있어 '전쟁'이라는 테마는 사실 다루기가 조심스럽다. 바로 6.25 전쟁으로 대표되는 그런 것들인데, 이것을 소위 미화시키거나 아니면 역설적으로 그리다 보면 메시지는 공허해지고, 작금의 남북한이 대치된 상황을 희화화시키는 역주행의 결과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영화가 이것을 담아낼때는 자심해진다. 이른바 '북한을 어떻게 그려야할까?' 라는 원초적인 문제부터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전쟁영화 아니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그 너머의 인간적인 감동과 휴먼을 담으며 그려낸 영화 '적과의 동침'은 일견 와닿는 구석이 있다. 이념과 체제라는 무거운 탈 속에 갇힌 인민군과 그런 건 전혀 모르고 살았던 어느 깊은 산골 석정리 마을 주민들과의 대치 국면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이게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들어가서 보여지는 지점은 일견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물론 엄청난 인기를 선보였던 2005년작 '웰컴 투 동막골' 또한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따스한 인간미를 풍기며 한 편의 동화같은 전쟁을 다루었다면, '적과의 동침'은 그런 플롯에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전쟁통에 '살아남기' 대작전을 그리며 코믹은 물론 종국엔 휴먼까지 그려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민군은 분명 이들에게 적이 되기도 한편으론 동지가 되기도 한다. 바로 적과 동지가 뒤죽박죽된 석정리 마을의 좌충우돌식 휴먼코미디로  완성시키며 종국에는 인간은 누구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석정리 마을 사람들을 그 중심에 갖다 놓는다. 그렇다면 그 석정리 마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전쟁 안해유?

전쟁도 소문으로만 듣는 시골마을 석정리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때는 한국전쟁, 온 나라가 난리통이지만 라디오도 잘 나오지 않는 석정리는 평화롭기만 하다. 구장(변희봉)댁의 당찬 손녀딸 설희(정려원)의 혼사 준비로 분주한 동네 사람들 앞에 유학파 엘리트 장교 정웅(김주혁)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난다. 초반 인민군의 마을 접수는 순조로워 보인다. 이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재춘(유해진)과 두 팔 걷어붙이고 그들을 도와주는 백씨(김상호), 조용하고 인자한 성품의 구장(변희봉) 등 정 많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점점 무장해제되는 인민군. 그러나 이는 모두 마을의 안전사수를 위한 주민들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로비작전이었는데.. 적과 동지가 뒤죽박죽 된 석정리 그러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인민군 상부에서는 비밀작전을 명령하는데…



(이제부터 '석정리'는 우리 인민군이 접수한다. 알갔나? 종간나 새끼들!!)

어느 깊은 산 속의 석정리 마을, 라디오를 통해서 6.25가 발발했다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공기좋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잔치 분위기다. 석정리 최고의 신여성 '설희'(정려원)가 시집을 가게 된 거. 그런 경사스런 날을 앞두고 어디서 인민군 부대가 석정리 마을을 들어와 접수하기에 이른다. 위 그림처럼. 이들의 목적은 남조선의 핍박받는 인민을 구하고 갱생시켜 이곳을 이른바 전초기지로 삼는 것인데, 하지만 석정리 마을 주민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터라 이들의 침입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어떻게하랴.. 그 무서운 빨갱이들이니 쥐 죽은 듯이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그래서 각자 집안의 가사물품을 빼앗겨 공동 분배로 운영이 되고, 부녀자들은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단체로 밥을 짓고, 남자들은 폭격에 대비해 방공호를 만드는데 투입이 된다.

인민군이 접수한 석정리 마을, 이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펼쳐진다.

영화는 이렇게 중반까지 석정리 주민과 인민군 간의 밀고 당기는 상황을 코믹적으로 그리며 전개를 시킨다. 사실 인민군도 처음에는 가오를 잡고 이들을 윽박지르는 상황에서 조용하고 인자한 성품의 구장 등 정많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무장을 점점 해제한다. 이들을 그렇게 만든 석정리의 사람들의 눈치 백단이 아주 수준급인데, 특히 재춘(유해진)의 임기웅변식 대처와 앞잡이로 자청하고 나선 백씨(김상호)는 제대로다. 그러면서 이들의 웃지못할 공동체 생활이 그려지는데, 특히 시집을 갈려는 찰나 파토가 나버린 설희는 인민군 장교 '정웅'(김주혁)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정웅이 그녀를 대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던 게, 과거 10년 전 이들은 서로 마음에 두었던 정인 관계였고, 서로가 아는 척을 안 하고 접근했지만 둘의 못다한 로맨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다고 이들 로맨스가 극에 방해될 정도로 가열한 수준은 아니다.


(인민군과 석정리 마을 사람들은 이젠 한몸?! 방공호를 파면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석정리 마을에 주둔하며 지냈던 인민군은 상부에서 비밀작전 명령이 하달되고, 그 와중에 미군 정찰기에 폭격을 맞으며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이에 퇴거 명령이 떨어지고, 이곳 석정리 마을 주민을 모두 몰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왜냐? 다른 지역에서도 믿고 그냥 두었다가 반동분자로 인해 정보가 새나가 고초를 겪었다는 거. 그래서 전원 다 죽이라는데, 그게 바로 주민들이 스스로 파놓은 방공호로 내몰고 거기서 다 총살 시키라는 것이다. 이에 첫사랑을 간직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간직한 인민군 장교 '정웅'은 차마 그 명령을 실행하지 못하고, 일단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창고에 가두어 놓는다. 하지만 퇴각을 앞두는 시점에 상급 부대장이 창고에서 뛰쳐나온 석정리 마을 주민들을 보고 노발대발, 바로 방공호로 쳐놓고 모두 총살을 가하라 명령한다.

과연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정말로 그들은 몰살을 당했을까? 자신들의 무덤인지도 모르고 파놓은 그 넓은 방공호에서 석정리 주민들은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주인공 인민군 장교 '정웅'은 자신의 첫사랑 '설희'를 끝내 지키지 못하고 아니면 산화를 했을까? 영화의 마지막 10여분의 총살과 총격씬은 꽤 의미심장한 시퀀스로 연출이 돼, 영화가 내내 안고 있는 웃음의 코드를 단박에 새드한 분위기의 휴먼과 감동의 경계에서 관객들을 몰입케 했다. 절대 헛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 특히 마지막에 마을 이장 변희봉을 위시해 '만세'를 외치는 씬은 깔그장한 상황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가열하게 엿볼 수 있다.


(과거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정웅과 설희, 그렇다고 이들의 로맨스가 가열하진 않다.)

이렇게 영화는 분명 6.25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영화라는 포괄적인 장르를 안고 있지만, 여기서는 전쟁에 대한 그림이 가열하게 뿜는 건 아니다. 중반 이후 미군 정찰기의 폭격씬과 마지막 10여분의 가열한 총격씬이 사실 전부다. 즉 이 영화는 그런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 이전에, 전쟁으로 인해서 대치된 북한 인민군의 이념에 몰린 상황과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석정리 마을 주민들을 대비시켜 서로간 좌충우돌하는 그림으로 전개가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서로 동화돼가는 것은 아니다.

'적과의 동침'에 빠진 석정리, 코믹에서 휴먼의 쌍곡선을 가뭇없이 타버리다.

물론 주인공인 인민군 장교는 첫사랑을 만나고 지내며 일견 이 마을을 절대 반동분자로 내몰 수 없음을 인지하지만, 군인이기에 상부 명령에 따라야 하는 그의 고뇌가 중반 이후 펼쳐져 주목을 끈다. 반면 여기 여주인공 설희는 신여성이지만 한 남자에게 순종적이고 순애보적으로 그려져 반공청년단의 그 남자와 인민군 장교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여기 첫사랑 '정웅'을 만나 그가 인민군이라는 사실을 떠나 누가 누구를 구제하는 거냐며 그를 야멸차게 대했지만, 그의 진심을 알고 나서는 그의 지시대로 마을 구조 작업에 나서게 된다. 그래도 학교 선생이라는.

이외에도 이 영화는 소위 명품 조연들 이 영화에서는 코믹트리오라 불린 '유해진, 김상호, 신정근'과 함께 변희봉, 양정아 등이 대거 포진해 실제 '대한 늬우스'에서나 봄직한 시골의 살풍경과 넉살스런 대사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앞잡이로 나선 김상호의 모습도 웃기지만, 이보다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선보인 재춘 역의 '유해진'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게기 먹는 낙으로 사는 뚱띵이 아들을 잃은 후에 반 미친 놈처럼 그가 쏟아내는 언사는 '역시 유해진이다'를 보여준 거. 그외 마을 이장 역에 '변희봉' 옹의 마을을 살리기 위한 농익은 연기와 나름 괜찮은 미모임에도 불구하고 시골 과부 역을 너무나 천역덕스럽게 해낸 '양정아'도 잘 어울렸다. 물론 두 주인공 인민군 장교 역의 '김주혁'과 순박하면서도 당돌한 시골처녀 설희 역의 '정려원'도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아무튼 영화는 분명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이 밝게 흐르는 구도다. 이게 전쟁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중반 이후 폭격을 당하고, 상부의 지시로 석정리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하는 위기에 처해지는 그 순간부터 영화는 코믹이 아닌 새드와 휴먼의 경계에서 갈피를 못잡을 정도로 이목을 가뭇없이 집중시킨다. 특히 마지막 10여 분, 방공호에서 벌어진 그 씬은 최고의 몰입감이었는데, 그게 아마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바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 어떤 이념과 체제로 무장한 군인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순박한 사람들, 그 지점에서 이들은 적이 되기도 동지가 되기도 하며 같이 동침에 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 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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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분
쑤퉁 지음, 전수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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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기수이자 그 중심에 서 있는 작가 '쑤퉁'이 펼쳐낸 장편소설 '홍분'은 그 제목의 의미처럼 봄처녀가 봄내음을 물씬 풍기는 듯하다. 마치 여성 특유의 분내음으로 마음껏 치장한 이 이야기에는 바로 '여자'들의 삶과 인생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 담고 있다. 분명 남자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려내는 여성의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우아함을, 때로는 질퍽하면서도 깔끄장한 잔인함까지 드러내며 여주인공들을 동전의 양면처럼 담백하게 생생히 그려낸다. 그렇기에 쑤퉁을 여성 소설의 대표 작가라 손꼽기도 하는데, <이혼 지침서>에서 나온 '처첩성군'의 이야기도 그렇고, 여기 <홍분>에서 그려낸 3편의 단편도 바로 '여자'들의 이야기다. 과연 그녀들의 일상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냈는지 잠깐 정리해 보자.



1편 '부녀 생활'은 얼추 제목만 보고선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바로 여자의 3대 이야기인데, 여기서 말하는 '부녀'는 그 부녀가 아닌 한자어로 이 '婦女', 즉 부인과 여자를 지칭하는 통상적인 여성을 뜻하는 말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 이야기가 딱 들어 맞는다. 바로 '씨엔의 이야기'와 '즈의 이야기' 그리고 '씨아오의 이야기'까지, 할머니-어머니-딸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3대 이야기다. 그렇다면 장편으로 다뤄도 부족한 여인네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여기선 100여 페이지에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담백하게 담겨 있다. 1930년대 영화배우로 활약할 기회를 놓친 18세의 '씨엔'이 영화사 멍사장에게 이용당하고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르면서 이들의 인생은 시작된다. 그 애가 바로 '즈'였고, 즈는 그런 엄마 씨엔을 무척 싫어했다. 그러면서 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저우지에'와 결혼을 했지만 평탄지 못한 신혼살림에 힘들어하며 우울증까지 걸린다. 데려다 키운 양녀 '씨아오'는 그런 엄마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샤오우'와 결혼해 산다. 하지만 그녀 또한 삶이 순탄치 않고 매 일상이 불안하고 짜증의 연속이다. 이들 삼대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여자의 운명이 생명의 잉태라면 씨엔도 그렇게 그려진다.

3편의 여자들 이야기, 덧칠하지 않고 일상과 인생을 담백하게 그려내다.

2편 '홍분'여기 표제어와 같은 제목의 이야기다. 바로 여성들의 치장한 맵시나 그 자태를 일컫듯이 바로 1950년대 기녀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대약진운동'이라는 위명하에 노동력 착취와 정신개조가 한창이던 그 시절 중국의 이야기로, 여기 기녀들은 성병을 검사한다는 명목하에 단체로 끌려갔다가 강제적으로 노동 훈련을 하게 된다. 그 중심에 있던 기녀 둘은 바로 '치우이' '샤오어', 하지만 치우이는 그 현장에서 도망쳐 도피생활을 하면서 '라오푸'와 부부행세를 하다가 때려치고 절간에 들어가 비구니가 된다. 그리고 노동 훈련소에 마대 만드는 일로 허송세월했던 샤오어는 그 어려운 노동을 간신히 버텨내고 지낸다. 그리고 그런 정신개조가 모두 끝났을 때 사회로 나온 그녀가 이번엔 라오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지주 계급으로 몰려 한순간에 몰락한 라오푸 집안에서는 어디서 창녀를 끌어들여 결혼하느냐고 난리지만, 이들은 굴하지 않고 결혼해 산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요 어려워진 살림에 남편 라오푸가 회사 돈을 횡령해 쓰다가 총살 당하고, 샤오어마저 떠나면서 그들에게 남겨진 아이는 치우이가 키우며 갈무리된다. 물론 그 아이는 치우이를 엄마라 부른다.

3편 '또 다른 부녀생활' 편은 앞선 1편과 같은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여기는 3대가 아닌 바로 '자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찌엔샤오쩐' '찌엔쌰오펀'으로 불리는 '찌엔'자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이 두 자매는 힘들게 살지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녀들 아버지가 일궈낸 간장 가게가 국영으로 넘어갔지만 그 가게 2층에서 살아온 거. 그러면서 간장 가게에서 일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들 나이가 솔찮이 된 아줌씨들도 '리메이씨엔', '항쑤어위', '꾸야시엔'까지 이들 셋은 서로 반목하고 싸우는 등 제대로다. 특히 항쑤어위가 공격 대상이 되는데, 그녀의 화냥년 기질이 결국 화근이 돼 남편 송씨에게 죽는 참극이 벌어진다. 한편 찌엔 자매는 아래 간장 가게에서 벌어지는 일과는 무관하게 '방콕' 인생처럼 사는데, 특히 동생인 샤오펀은 여리고 남자도 모르는 쑥맥으로 나와 까칠한 언니 샤오쩐에게 매 혼나기 일쑤다. 이 집안 내력이 그렇기 때문인데, 하지만 샤오펀은 꾸야시엔이 중매로 소개해 준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고, 이를 못마땅해하며 점점 정신병을 앓더니 언니 샤오쩐은 그로테스크하게 2층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여기 세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여성들 즉 여자에 대한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그렇기에 은근히 따스한 시선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기 이야기는 소위 뷰피풀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질퍽한 것도 아니다. 1편의 부녀생활을 보듯 여성 3대의 이야기지만, 이들 여자는 서로 보듬고 도와주는 존재가 아닌, 서로가 걸리적거리는 존재로써 대한다. 오로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영위해 나가는데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2편 '홍분'은 두 기녀를 통해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그런 관계 설정으로 여자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면서 한 남자를 두고 결혼까지 한 그녀들의 상황을 묘사하며 사회적인 약자로 내몰린 여자들을 그려낸다. 3편은 피는 같지만 성정이 전혀 다른 두 자매와 그런 자매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간장 가게 세 아줌마의 반목을 통해서 여자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다루고 있다.

이렇듯 간단히 보더라도 여기 3편의 이야기들은 그 제목의 의미처럼 여성 소설로 대표되지만 여기 이야기 속 여성들은 그렇게 착하거나 가슴을 울리듯 따스하지는 않다. 매우 이기적이고 어리석고 편협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천박하기도 한 모습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면서 여기 이야기 속 여주인공들은 휘두를 만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닌, 그런 분위기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몰리며 문화적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천생의 약자들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쑤퉁'의 '홍분'은 꽤 와닿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마치 공주병에 빠진 듯한 환상의 이야기가 아닌 결코 우호적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감은 물론, 결국 그것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허위허위대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서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과 인생을 만나게 된다. 비록 아름답지는 않지만, 죽지 못해 사는 여인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역시 쑤퉁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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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 - 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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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 들어선 이때 또 하나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개봉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액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액션이라는 포괄적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 소재들을 총망라해서 무람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SF 공상과학은 물론이요 환상적인 이야기의 지점인 판타지 요소가 많이 가미돼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히어로물로 다가오며, 그 영웅의 서사를 신화적 느낌과 보편적인 드라마식 전개로 그려내며 주목을 끈 거. 그러니 이 영화는 가히 레시피적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바로 그런 선물을 안겨 준 주인공은 바로 '천둥의 신'이라 불리는 '토르' 되시겠다.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런 인물이 있었나 싶지만, 이 인사는 저기 북유럽 출신의 神이란다. 그것도 절대신으로 알려진 '오딘'의 적장자 출신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토르'의 신화적 영웅담을 기본 전제로 깔고 전개하며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그 보여주는 방식은 과도한 CG로 점철된 판타지와 액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토르가 지구로 방출돼 한 뼘 성숙되는 과정 속에서 지구는 물론 자기 별을 구하고, 종국에는 지구녀와의 사랑까지 드라마답게 그려지며 영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다. 어찌보면 뻔한 클리셰적인 설정이자 내용 전개인데, 그래도 이것을 지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다 알면서도 볼거리 위주로 충만된 영화기에 매력적인 블록버스터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토르'라는 신화적 영웅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지구와 우주를 통틀어 슈퍼히어로써 면모를 과시하며 이렇게 샛별?처럼 떠오른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으로 태어나 슈퍼히어로가 되다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의 후계자로 강력한 파워를 지닌 천둥의 신 ‘토르’. 평소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토르는 신들간의 전쟁을 일으킨 죄로 신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지구로 추방당한다. 힘의 원천인 해머 ‘묠니르’도 잃어버린 채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토르는 혼란스러움을 뒤로 한 채 지구에서 처음 마주친 과학자 ‘제인’ 일행과 함께 하며 인간 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이 아스가르드는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로키’의 야욕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후계자로 지목된 자신의 형 토르를 제거하려는 로키는 마침내 지구에까지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 때문에 지구에 거대한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알게 된 토르. 그런 그의 앞에 보다 강력한 파괴력의 상대가 등장하는데.. 두 개의 세계, 한 명의 영웅 모두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격돌이 시작된다!


('토르'에게 이 해머는 손오공의 '여의봉'과 같은 아이템이다.)

먼저 영화의 줄거리는 나름 길어 보이지만, 사실 어찌보면 별거 없는 흔한 히어로물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지구의 평화는 물론 먼 우주에서 벌어진 신들간에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평화를 지킨다는 내용, 그 속에서 '토르'가 주인공이자 해결사로 나선다. 그러면서 이 슈퍼히어로는 다른 히어로처럼 능력이 있다. 부제 '천둥의 신'처럼 하늘과 맞닿은 바람과 번개 등을 일으키는 천신으로 그의 주무기는 바로 위의 사진처럼 '묠리느'라 불리는 해머다. 즉 이게 없으면 그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한데, 이 해머 하나를 칼처럼 휘두르고 부메랑처럼 던지며 적을 섬멸하는 그는 마치 판타지 속 육중한 전사를 보는 듯 하다. 신의 아들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어쨌든 이 '해머'가 그에게 있어 중요 아이템인데, '토르'는 이걸 쓰지 못하게 되면서 고립 상태가 된다. 이게 영화의 주요한 갈등 소재다.

지구로 방출된 '토르', 다시 해머를 거머쥐며 사랑은 물론 평화를 찾으려 한다.

바로 저기 신들간의 전쟁을 무모하게 일으키며 아버지 '오딘'에게 추방당한 '토르'. 거구의 좀비스런 어느 종족들과 나름의 휴전상태를 깨고 풍파를 일으키자 쫓겨난 것인데, 그의 전투력은 물론 애지중지하게 갖고 다니는 해머 '묠리느'까지 뺏긴 '토르'는 지구의 어느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다. 그리고 거기서 미모의 천체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만)일행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인간으로써 면모를 배워가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 해머가 떨어져 단단히 박힌 자리까지 가게 돼, 자신의 아이템을 찾을려다가 실패해 지구의 요원들에게 잡히기까지 한다. 이미 아비로부터 능력을 빼앗기고 평범해진 그에게 뽑지 못하는 해머는 무용지물이나 다른 없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저기 '아스가르드' 별에서는 토르가 없어진 틈을 타 동생 '로키'가 권력을 노리고 아비 대신 왕위에 오른다. 형의 그늘에 가려진 그의 야심을 드러낸 거.


(토르, 지구녀 제인과 사랑에 빠지다. 그건 제인도 마찬가지로 짐승남에 빠진 나탈리양.. ㅎ)

그러면서 로키는 형을 아예 없앨려는 심산으로, '아이어맨'스러운 철갑 로봇을 지구로 보내 '토르' 일당을 무찌르게 하는데, 이에 사막 한 가운데 마을은 쑥대밥이 되고, 토르와 그의 친구 전사들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이때 진정한 마음의 전달인지 몰라도, 오랜 숙면에 들어간 아비의 눈물을 시발로 '토르'는 갑자기 에네르기를 얻더니만, 그렇게 단단히 박혀있던 '해머'가 뽑아져 나와 하늘로 치솟으며 '토르' 손에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토르'는 잘 나가던 시절 같은 무적의 전사로 변모해 그 철갑 로봇을 당당히 무찌르며 여기 지구 마을을 구한다. 그렇게 파워풀한 능력남으로 변모된 모습에 제인은 한껏 고무돼 그에게 더욱 빠져드는데, 이에 토르와 제인은 딥키스를 나누고 다시 토르 일행은 하늘로 올라가 권좌에 오른 동생 '로키'를 처단하려고 한다. 과연 '토르'는 이 사태를 잘 마무리 짓고, '아스가르드' 별에 평화를 가져왔을까? 그렇게 지구에서 사랑에 빠진 '제인'과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그가 신이 됐든 어떤 파워풀한 초능력자든 그는 같은 세력 내에서 물러나거나 쫓겨나는 구도로 그려지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어떤 이를 만나 우정이든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다시 찾은 슈퍼파워로 적을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와 안녕을 가져온다는 흔한 헐리웃 히어로물의 전형.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또 매번 접하더라도 이상하게 끌리는 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마블 코믹스'로 대표되는 히어로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재미인 것인데, 이미 유명한 '아이언맨' 시리즈는 물론, '헐크'나 '엑스맨' 등 그 인기는 엄청나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시된 아니 개봉한 '토르' 또한 그런 장르에서 연장선이다. 그리고 그런 이음새에 히어로물이 안고 있는 모든 장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SF·액션·판타지·히어로·서사'가 총망라된 '토르', '팝콘무비'로 즐겨라!

그래서 이 영화는 한마디로 모든 게 총 집합체를 이룬 거대한 SF 액션 판타지 블록버스터자, 액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아우르고 있다. 파워풀한 액션은 물론이고, 지구와 우주라는 SF 공상과학이라는 밑바탕에 영웅의 모습을 그린 '서사'가 깔려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장르적 파괴와 복합성을 같이 띄면서 신과 인간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거. 그렇다고 그 신이라는 존재도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로 히어로가 겪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드러내며 친근함을 과시하는데, 외형적으로도 여타 히어로들이 보통 가면과 슈트로 치장하는 것과는 달리 여기 '토르'는 빨간 망토와 갑옷만 걸쳤을 뿐 얼굴은 민낯이다. 

그런 역에는 신예 짐승남답게 야성적인 매력남으로 변모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제대로 선보이며 해머 하나로 강력한 파워를 과시한다. 또 이런 토르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사랑에 빠지는 제인 역의 '나탈리 포트만'과 망나니 같은 토르를 내쫓은 절대신 '오르'역의 '안소니 홉킨스'까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연출은 세익스피어 이야기들을 그리며 나름의 색깔을 가진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르게 고전의 영웅적인 서사적 느낌으로 그려냈다. 즉 왕실의 세력 다툼을 보듯 형과 동생의 이야기를 그리며 고전과 판타지를 접목시킨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바로 고전 속 신화의 소재로 신의 능력을 지닌 새로운 타입의 슈퍼히어로를 만들어 낸 것인데, 그렇기에 이번 '토르'는 분명 색다른 면모를 주긴 했다.

하지만 보통의 히어로물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새로운 건 없다. 쫓겨나고 위기에 처해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부활해 적을 섬멸하고 평화를 찾는다는 그 스토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용에 있어서는 정말 판타지스럽다는 건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명에 걸맞게 SF 액션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결국에는 히어로물의 서사형식을 띠고, 신화적 내용에 고전틱한 분위기가 풍긴 '토르', 마지막에는 CG로 점철된 판타지의 방점을 찍듯 보여 주었지만, '토르'는 보통 팬들이 히어로물 액션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근원적 재미이자, 새로운 슈퍼히어로 '토르'를 만나는 지점이다. 결국 여러 말이 필요없는 전형적인 볼거리로 충만된 SF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팝콘무비'로써 즐기면 그만이다.


PS : 2D 디지털로 볼 것을, 현장에서 급 3D로 변경돼 안경 끼고 봤는데, 쓰리디는 별로였다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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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여황제 측천무를 바라보는 4명의 황태자 시선이 색다른 서사, 역시 쑤퉁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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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 FAST & FURIOUS 5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무한질주로 내달리는 '카' 액션의 진수, 마지막 시퀀스는 '카' 액션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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