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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테이의 박쥐들 -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여기 쿨하게 우리시대 정치판에 직격탄을 날린 책이 한 권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정치비평 인문서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고상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소설도 아니다. 이건 레알 작금의 정치적 이야기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또 미래까지 바라보며 작가 '김형수'는 자신의 정치색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자신과 같은 '경남좌파'가 들고 일어서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며 다소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지면을 넘나들며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바로 우리시대 정치인들의 행적을 낱낱히 고발하며 왜 그렇게 변절을 했고 또 기회주의자가 됐는지 등, 무덤까지 가지고 갈 그들의 거시기한 이력을 소개하며 제대로 꼬집는다. 그래서 이건 팩트가 전제된 리얼이다. 정치에 대해 빠삭한 사람이라면 아는 내용이 태반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 식견에선 분명 흥미로운 것들도 꽤 된다. 이에 오래만에 이 책을 읽고 열이 나면서도 후련했던 서평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그전에 눈길이 가는 책 제목에서 언급한 '와주테이'는 무슨 뜻일까? 얼핏 느낌이 오듯이 이건 일본어다. 그 기원은 원래 이러하단다.
"1968년, 여의도에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윤중제(輪中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태령로에 있던 국회의사당이 옮겨졌고, 윤중제의 이름을 따 윤중로를 만들어 일본 국화신 사쿠라(벚꽃)을 흐드러지게 심었다. '운중'이라는 단어는 우리말에도 한자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わ-じゅう(輪中, 와주)’라는 일본어가 그 기원이다. 가마쿠라 막부 말기, 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저지대에 거주하는 농민들을 위해 인공 제방을 쌓았고, 이를 와주테이(輪中堤)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것을 해방 후 20년도 넘은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새로운 제방을 쌓으며 ‘둘레 둑’, ‘섬둑’, ‘방죽’ 등의 좋은 우리말을 두고 ‘윤중제’라는 뜻도 애매모호한 일본말을 끌어온 셈이다. 일본군 장교 출신이 대통령이 되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의 치욕적 상징물이다. "
그렇다. 이 소개에 보듯이 한국정치를 상징하는 여의도는 이렇듯 치욕적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변절과 기회주의를 일삼아 승승장구하는 정치적 인간들이 ‘와주테이(윤중)’의 심장에 기생한다며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과제로 던진다. 자, 그럼 그들은 왜 변절을 했고, 기회주의자가 됐는지 이들의 이력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1. 극좌에서 극으로, 이념과 사상마저 바꾼 위대한 엘리트 김문수
김문수가 과거 한 때 노동운동에 빠진 전력을 아는 이는 많을까? 적을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념 같은 건, 개처럼 차버리고 변절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 소상히 언급하긴 뭐해도, 명문고-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의식이 저간에 깊이 박혀있는 이 인물은 삼성빠에다 자기 자신이 잘났다고 느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다 보니, 잊을만하면 망언망발을 쏟아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정치인으로서 자질 부족은 물론 변절 이후에 가진 기회주의 이념의 강박에 사로잡힌 위대한 엘리트 김문수가 아닐 수 없다. 본 책의 첫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위인이시다. 개인적으로 난, 김문수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헐...
2. 변절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는 대운하, 4대강의 최전방 전도사가 된 이재오
MB 정권의 나팔수 아니 선봉장으로서 MB를 지근에서 모셨던 이재오.. 이분 또한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별을 다섯 개나 단 화려한 전력의 소유자였단다. 사실 놀랬다. 이재오옹께서 설마.. 그런데 그가 과거 민중당을 해체시키고 민자당 입성 후 밟아온 정치행태를 보면 그런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당위도 없이 변절의 변조차 무색하게 그는 탈바꿈했다. 이후 김대중 저격수로 활동하며, 막말의 향연을 보이시며, 노무현 정권 때는 탄핵 집사로써 현 정권에서는 4대강 전도사로써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그에게 변절은 그냥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과거일 뿐이다. 내가 언제 그랬었나..
3. 대여투쟁의 선봉장이 된 좌파학생운동가 심재철
이분 페이지를 읽고 있자니, 나름 열불이 퍼진다. 대충 알고 있는 소스였지만,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도 아니고 1980년 10만명이 운집한 대학생들에게 서울역에서 회군을 주도하며 전장군에게 군사 쿠데타의 빌미를 완벽하게 열어준 장본인.. 당시 유시민과 신계륜 학생위 출신들이 밀고 나가자 했지만 그는 돌아섰다. 결국 김대중 내란 음모 반란 사건 때 법정에 서서 모든 걸 시인하고, 떳떳하게 형집행 면제로 풀려난 인물 심재철.. 이후에도 낯짝도 두껍게 과거 그 일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그렇게 과거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려했던 심재철은 이후 그 정권이 세운 당에 들어와 나팔수 노릇을 한다. 참여정부 시절, 재미난(?) 망발은 물론 해괴한 역사의식으로 주목을 받으며, 그는 아직도 헤매고 있다. 이분 나름 4차원이 아닌가 싶다.
4.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뉴라이트재단 상임 이사가 된 신지호
위의 심재철과 함께 참으로 쌍으로 잘 어울립법한 인물이 신지호가 아닐 수 없다. 그들만의 이익보수를 자처한 '뉴라이트'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과거 그는 좌파 이념에 푹 빠져 살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동구권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그런 헤게모니는 진즉에 버리고 말을 갈아 탄다. 그리고 극우보수 연합체 뉴라이트 사상의 극치와 궁극을 보여주는 경제정책과 이념적 언사로써 전방위적 활동을 한다. 그러면서 작가 '김형수'는 과거 일제시대 때 친일행각을 벌였던 인물들의 역사를 나열한다. 경찰과 군인들까지 그들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여기 신지호가 과거 그 시절에 있었다면 다 그 짝이 아니었을까.. 저자 김형수는 단언한다. 그는 의원될 자격이 없다고.. 그가 18대 때 故김근태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건 아직도 미스터리이자 치욕이다.
5. 좌우 우를 넘나드는 폭넓은 사상의 소유자 손학규
모처럼 야당 인사를 까는 인물이 나왔으니 손학규다. 하지만 그는 야당으로 오기 전, 과거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자신이 학자로써 나름 견지해온 진보적 성향을 통해서 그 안에서 개혁을 택했다지만.. 그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뉴라이트 창립1주년 기념사를 멋지게 뽑아내며 주목을 받았지만 그곳에서 대권투쟁 등에 밀리다 보니 말을 갈아탄 것일 뿐.. 그만의 운신의 폭은 그렇게 왔다리갔다리 했다. 그러니 그가 민주당에서 대권주자로 나서는 건, 개나 소나 웃을 일이라며 자제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냥 대권을 포기하고 다른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 지원군으로 활동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게 변절자 손학규의 지금 포지션이다.
6. 자칭 한국판 피에트로 검사로 스타가 된 추악한 이중성의 홍준표
여기부터는 변절이 아닌, 바로 2막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 얘기다. 변절이 나름의 추억거리(?)가 있다면, 여기 기회주의자들은 시세를 판단할 줄 아는 명철한 두뇌를 가졌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치켜세운다. 그 대표적 인물이 '홍준표'다. 정치 문외한이라도, 홍준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왜 ? 그는 언론과 방송이 만들언 낸 '모래시계' 검사였으니까.. 그렇지 않는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드라마 속 인물처럼 강직한 스타일의 인물은 아니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를 뜨게 해준 과거 조직폭력배 검거와 슬롯머신 사건은 과장된 수사로 보도된 전형적인 언플로써, 그 속에서 홍준표는 운 좋게 또 포장된 활약이 있었다는 점을 명시한다. 이른바 정의로운 검사의 실체를 까발리는데.. 이후 김영삼의 추천(?)으로 YS키즈로 신한국당에 입성 후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21세기 때부터 당내에서 안해 본 자리가 없을 정도로 그는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이중잣대 문제와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 전문가의 이미지는 씻지 못할 오명 중 하나다. 과거 그런 검사여서 그랬을까..
7. 망언과 말 갈아타기의 여왕인 전여옥
아.. 전여옥.. 무슨 말을 먼저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전여오크를 지지하는 자가 있다면 이 페이지는 폐부를 찢는다. 아니 이 여성정치인 만큼 화려한 기회주의자도 없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내뱉은 그 유명한 격언 '정치는 생물이다'처럼, 그는 말 갈아타기의 여왕이다. 정몽준을 그렇게 사모하더니, 박근혜에서 이명박으로 다시 박근혜에서 팽당하자 국민생각 '박세일'에 몸을 위탁한 전여옥.. 삼국지의 여포도 아니고 그렇게 이리저리 몸을 위탁하며 그는 그렇게 정치인생을 이어왔다. 과거 엄청난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 표절 의혹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전여옥.. 기회주의 정치철학으로 살아온 그에게 저자는 이제 정계를 떠나서 그간에 못 돌본 아이을 챙기며 주부로써 살기를 권고한다.
8. 엑스맨이라 불리는 김진표
사실 개인적으로도 민주당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거치적거리는 대표적 인물이 있으니 '김진표'가 아닌가 싶다. 무언가 당의 색깔과도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는 새누리당쪽의 친여적인 성향이 짙다. 그렇다. 저자도 그런 김진표를 '엑스맨'이라 부르며 그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니 의문이 아니라, 그의 성향이 그렇다면 그건 한나라당 쪽이라는 거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수장을 지내면서 감세정책 등을 펼치며 그는 재벌 쪽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니 지금 민주당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것을 안다면 그를 과감히 내차라고 한다. 엑스맨은 키워봤자, 당내 분란만 가중시킬 뿐 도움이 되질 않는다.
9. 포장된 7막 7장의 주인공 홍정욱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다 젠틀할 것 같은 매너에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를 수석졸업한 재원으로 노회찬을 누르고 정치계에 입문한 홍정욱.. 그는 과거 <7막 7장>이라는 책 한 권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혜성같이 나타나 젊은이들의 어떤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게 다 포장된 이미지라면 어떨까.. 하버드대 수석졸업은커녕 6개월짜리 병역의무도 문제가 있는 등, 그가 이후에 승승장구해 <헤럴드미디어> 인수한 과정 또한 석연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때 잘나갔던 서울시장 오세훈 코스프레도 아니고, 만들어지고 재생산된 이미지 정치인 '홍정욱'.. 스스로 작년 말 정치계를 떠난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그렇게 외국물을 많이 드셨으니, 그만 한국에서 자랑질 그만 하시고 아예 외국에서 그냥 사시길 저자는 당부한다.
10. 까따리 변희재.
언급할 가치가 없는 듣보잡이라며 책에서도 언급이 없다. 이런.. 왜? 그는 관심을 주면 안 되니까..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이들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점 아니 고한다며 저자는 쓴소리의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러면서 야권 대권승리의 요인을 언급하며 갈무리 짓는다. 이렇게 살펴봤다시피, 본 정치비평서는 '경남좌파'답게 색깔에 치우쳐 이른바 보수우파를 까고 있다. 민족과 나라 발전의 영달이 아닌, 이념마저 저버리고 변절한 작태와 기회주의적 행태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보시다시피 다소 의외의 인물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 조금만 관심 있어도 알 법한 인물들이고, 또 그들이 살아온 정치적 행적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적엔 변절과 기회주의 코드가 근저에 깔리며 국회에서 아직도 기생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래서 그런 그들의 작태를 보고 있자니 열불이 나지만서도 후련한 맛도 있다. 그것이 바로 까는 맛이라 할 수 있는데..
어쨌든 우리시대 정치사회를 좌지우지했던 대권 후보는 물론 당 대표와 다선 의원들, 그리고 이미지 정치로 먹고 사는 스타 정치인들까지 그들의 과거 불편했던 진실을 논하며, 이 책은 변절과 기회주의로 점철된 대한민국 정치역사의 청산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한반복되는 '와주테이의 박쥐들'은 아직도 기생하며,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점을 소상히 상기시킨 일종의 보고서적 성격을 띈다. 그러니 그들 과거의 지나온 일을 반추해 보면서.. 왜 변절자가 됐는지 혹은 그 과정에서 기회주의자로 전락했는지, 그들의 사정과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불공정한 한국정치사를 다시금 되짚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정치.. 아직은 요원하지만 이런 박쥐들이 정치판에 기생하지 못하도록 국민들의 눈과 귀는 언제든 쫑긋이 세우며, 이들을 박멸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