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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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편의 법정 드라마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아니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실화다. 물론 그것을 액면 그대로 담아낼 순 없어도,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재구성을 통해서 관객들을 법정으로 참관시킨다. 바로 2007년 1월에 실제 일어났던 '석궁 테러사건', 당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대학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판사 집에 찾아가 석궁을 쏴 위해를 가해 사법부 권위에 도전장을 내민 엄청난? 사건이다. 바로 이 영화는 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내달리며 일종의 사회고발극 양상을 띈다. 아니 양상을 띄는 자체가 아니라, 대놓고 그 사건의 A-Z까지 담아내고 있다. 바로 항소심까지 가는 5차례 공판 과정을 자세히 날짜까지 언급하며 영화적 신빙성을 높인다.

그러면서 우리시대 고귀하고 준엄한 사법부의 법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소위 법 위에 군림하며 법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직격탄을 날린다. 주인공 김경호 교수 역을 맡은 국민배우 안성기가 연이은 항소심 끝에 호송차에 오르기 전, 던진 한마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정말 와닿는?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강력한 법치주의로 운영되는 우리 사회에 그 또한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실제 그는 왜 아직도 사법부를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아도,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 권력 앞에 선 법, 법 앞에 선 권력.. 이 법과 권력은 그렇게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 김 교수는 그 직격탄을 법정에서 날렸으니..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서 먼저 접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 남자의 분노에 주목하라!”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안성기) 교수.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자,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하기에 이른다. 격렬한 몸싸움, 담당판사의 피 묻은 셔츠, 복부 2cm의 자상, 부러진 화살을 수거했다는 증언… 곧이어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로 규정, 피의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그러나 피의자 김경호가 실제로 화살을 쏜 일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 같았던 재판은 난항을 거듭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정, 엇갈리는 진술! 결정적인 증거 ‘부러진 화살’은 행방이 묘연한데... 비타협 원칙을 고수하며 재판장에게도 독설을 서슴지 않는 김경호의 불같은 성격에 변호사들은 하나둘씩 변론을 포기하지만, 마지막으로 선임된 자칭 ‘양아치 변호사’ 박준(박원상)의 등장으로 재판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데...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석궁 테러사건의 피고인 김경호 교수, 그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 박준, 안성기 박원상의 호흡이 좋다.)

시놉시스를 보듯이, 또 누차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다. 2007년 학교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며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모 대학의 김경호 수학과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으로 재판을 벌인 후, 그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판사를 상대를 찾아가 벌어진 '석궁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아니 모티브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의 실체와 판결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일종의 기록이자, 사회 고발극 양상을 띄고 있다. 그래서 영화적 분위기는 곧바로 감이 오듯이 오락적이지도 않거니와, 그렇다고 '의뢰인'처럼 영화적으로 포팅된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1시간 반짜리 'PD수첩' '추적60분'을 보듯이, 과거 그 사건을 역추적하며 그것을 그대로 옮겨담고 있다. 여기에 연기파 국민배우 '안성기'의 자연스런 호연과 조연급 배우지만 그만의 색깔이 뚜렷한 '박원상', 이 둘이 의뢰인과 변호사로 만나 극적 재미까지 부여하며 관객들을 법정으로 생생하게 인도한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 역을 맡은 이경영 문성근.. 이들이 제대로 궁지로 몰리며 진땀을 흘린다. ㅎ)

그렇다면 재판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사실 그 과정을 여기서 줄거리로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그 재판 기록 일지를 그대로 쓰기도 어렵거니와 그것보다는 영화는 굴곡없이 차분하게 순차적으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간다. 2007년 1월 15일 사건 발생일부터 2008년 8월이었나.. 1년이 넘게 진행된 항소심 5차 공판까지 가는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렇다고 그 과정만을 담아내는 건 아니다. 변호사로 낙점된 지방의 한량?같은 노동 변호사 '박준'이 사건을 맡으면서 의뢰인 김경호 교수와 트러블이 생기는 등, 초반에는 불협화음으로 난항을 겪는다. 분명 자신은 화살을 쏘지 않은 우발적 사고였다면서, 이건 조작된 재판이라는 거. 즉 화살을 맞았다는 판사의 자작극과 검찰의 증거인멸, 그리고 재판부의 납득이 안가는 판결 등, 이 세가지가 의뢰인 측이 주장하는 쟁점으로 떠오르며 극은 전개가 된다.

그런데 여기 김 교수가 워낙 원칙주의자에 타협을 모르는 깐깐한 타입인지라, 어찌보면 그냥 잘못했다는 합의조로 나가면 될 일을.. 김  교수 스스로 철퇴를 가하며 사법부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런 연출이 실제 인물이 그러했는지 몰라도, 여기서 안성기가 극화돼 보여주는 김 교수 캐릭터는 꽤 위험스럽게? 나온다. 감옥 안에서도 법정에서도 항시 법전을 끼고 다니면서, 공판 때마다 도리어 자신이 조리있게 반박하며 검사는 물론 판사까지 옥죄는 등, 일침을 제대로 가한다. 한마디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집행이 이상하다 싶으면 그들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등, 위험스런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법정 밖에서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법정 내에서는 "이건 재판이 아니라, 독잽니다." 등..

그렇다면 옆에 있는 박준 변호사로 나오는 박원상은 그냥 허수아비였나?! 아니다. 그도 이런 김 교수의 활약에 힘입어 힘닿는데까지 변론을 해나가며 멋지게 한방을 먹이는데, 과거 프랑스 재판의 한 사례를 언급한 최후 변론은 참 멋졌다는.. 그런데 이런 박원상 옆에 붙어 다니며 사회부 기자로 나왔던 김지호 역할은 무언가 아쉬웠다. 오랜만에 본 얼굴이었는데.. 아무튼 그렇다면 결국 김 교수는 최후에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이기에 해당 기사를 찾아보면 알 수 있듯이 스포일러와는 상관없이, 실제 김경호 교수는 4년 형을 마치고 2011년 1월 만기출소했다고 영화는 자막으로 갈무리된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법정극임을 다시 한 번 밝히며 끝낸다.


(국민배우 안성기 배우는 이런 드라마적인 연기가 역시나 잘 어울린다. 마지막은 나름 인상 깊다.)

'제대로 화살'을 사법부에 날린 법정 실화극, 공분까진 아니어도 속 시원하다?

이렇게 영화는 한마디로 법정 공방을 다룬 실화극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예전의 MBC의 그 유명했던 법정극 '죄와 벌'처럼.. 그런 구성과 포맷이다. 사건을 역추적하기 보다는 그 사건의 재판 과정을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낸 일종의 기록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바라보고 전개되는 과정은 어차피 주인공 김경호 교수에 맞추다 보니, 그의 주장과 입장만을 대변하는 모양새로 치닫아 일종의 편파성을 띄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편파로 보기엔 우리시대 사법부를 백프로 신뢰하며 그들의 법 집행을 오롯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를 반문해 본다면, 답은 나온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가, 김 교수의 입장과 대변을 통해서 사법부의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차례 언급했다시피,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이건 재판이 아니고 독잽니다"처럼.. 이 한마디 만으로도 이 영화의 성격을 다분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약한 정도가 아니라 꽤 권위적이고 권력 앞에 좌지우지되며 군림하는 법 집행을 우리사회가 목도해 왔다면 일견 와 닿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을 '섹검, 떡검'으로 불리는 작금의 시대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분명 위협만 할려고 석궁을 들고 간 것이지 분명 쏘지 않았다는 김교수 주장을 토대로, 영화는 사건 기록의 법정공방을 5차례나 담아내 관객들 시선을 끌며 사회고발극으로 천착된다. 과거 '남부군'과 '하얀전쟁' 같은 이념성 짙은 영화를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국민배우 '안성기'와 함께 또 다른 '도가니'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그 '도가니'처럼 가열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엔 사실 밋밋한? 것도 있다. 여기서 밋밋하다는 것은 그 '석궁 테러사건'의 경중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적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것도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메기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차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분명 영화적으로 포팅해 지점별로 굴곡을 넣으며 무언가 임팩트를 줄 필요도 있었을텐데.. 5차례 공판 과정을 담아낸 법정 기록으로만 천착돼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그것이 이 영화의 스타일이라면 그것이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도가니'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공분을 사지 않았는가.. 여기선 그 정도의 공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법부를 향해 날린 직격탄 만큼은 회자될 한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이 영화를 의미있게 살린 나름의 공(功)인 셈이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사법부에 쫄지마.. XX..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7571&mid=1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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