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뇌 백동수 7
이재헌 지음, 홍기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출발은 좋았으나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돼 나름 아쉬움을 남긴 SBS 무협사극 드라마 '무사 백동수'.. 이젠 끝난지 좀 됐어도, 원작은 그렇지 않다. 바로 만화로 그려진 '야뇌 백동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맞춰서 당시 총 6권을 컬렉했다가.. 이래저래 일상의 바쁨으로 잊고 지내면서 아름아름 읽다가 이제서야 다 보게 됐다. 최근에 나온 7권까지.. 우선, 이 만화의 느낌은 드라마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캐릭터도 많이 다르고 내용 또한 새로운 포맷이다. 드라마가 이 원작만화를 모티브로 하면서 새롭게 각색해서 그렸지만, 만화와는 다른 느낌.. 하지만 드라마도 챙겨 본 입장에서, 원작만화 '야뇌 백동수'가 더 사실적이고 재밌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단순히 무협을 넘어선 이 속에는 영조시대의 정치투쟁이 들어가 있고, 각종 실존 인물들을 내세우며 역사무협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판타지하게 싸우는 그 현장에는 조선무예의 용법과 병기들을 내세우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 권마다 뒷편에 소개된 병기들로 낭선, 쌍검, 쌍수도, 당파, 곤방, 환도, 등패 등 그 이력을 밝히며 만화의 무게감을 준다. 한마디로 그냥 후줄근하게 대충 그린 만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할 수 있다. 실제 작가가 '무예도보통지'를 접하면서 그려낸 그 디테일은 사실적이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 본다면, 내용은 어찌보면 간단한 구도다. 주인공 무사 백동수 청년의 활약상을 담아낸 것인데, 그러면서 뒤주 속에 갇혀서 죽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빌미로 펼쳐지는 세력 간의 권력싸움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그것은 백동수가 훈련도감의 훈련생으로 있으면서 시작된다. 훈련도감 교관 임수웅의 애제자로 또 이한주 선배를 필두로 이들의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노론들에게 역적으로 몰리면서 급기야 뒤주 속에 갇혀서 죽을 운명의 이 사람을, 바꿔치기하면서 일은 꼬이게 된다. 그 와중에 조정의 실세이자 훈련대장 구선복의 마수가 펼쳐지며 임수웅과 이한주가 죽고, 사도세자마저 위기의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야기는 백동수의 활약상으로 펼쳐진다. 스승님의 죽음과 사도세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백동수와 그의 친구 홍국영은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의기투합한다. 그러면서 보통의 무협의 공식대로 길을 나선 이들에게 다가오는 고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눈길을 끈다.



나그네 타입의 절대 고수 김홍연, 정체모를 고수 김원일, 설렁대지만 한 포스하는 조재호 대감과 그의 측근 황진기.. 특히 황진기의 포스가 아주 제대로다. 드라마 상에서 '성지루'가 맡았던 그런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쌍수도의 달인이자 실제 역사의 기록처럼 그는 선전관 출신의 제대로 된 무인이었다. 하지만 대역적으로 몰리며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여기서 모습은 이른바 카리스마 황이다. 모습 자체도 마치 예전의 인기만화 '북두신권'에 나오는 그런 캐릭터를 보는 듯 크고 우람하다. 재밌는 건 드라마에서 그의 딸내미로 나온 황진주가 여기선 딸이 아닌 독립된 캐릭터 '유진주'로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그러면서 백동수와 유진주의 관계 또한 만화스럽게 재밌게 그려지는데, 연인 관계로 발전이 아직은 아닌 상태다.

드라마보다 더 사실적이고 재밌는 역사무협 '야뇌 백동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외에도 젊은 김홍도 화가 선생이 재미난 캐릭터로 나오고, 기생 차림으로 절대고수를 자처한 '쌍검무'의 극치에 다다른 여인 '운심'까지 나오면서 이목을 끈다. 참 섹시하게 그렸다는.. ㅎ 그러면서 당시 평안감사로 있던 정휘량(영·정조 시대의 문신이자, 사도세자의 여동생 화완옹주의 시아버지인 정우량의 동생으로 사도세자와는 사돈지간), 그의 직속부하인 병마절도사 이윤성까지 가세하며 극은 재밌게 흘러간다. 즉 사도세자의 유지를 받들어 백동수가 평안도로 흘러 들어와 이들을 만나면서 위기에 처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거. 그러면서 크나큰 상처를 입고, 결국 구대감 일행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과연 백동수는 이 위기를 잘 벗어나며 자신의 임무를 잘 완수했을까.. 그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 더욱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가 현재 7권까지 그려진 '야뇌 백동수'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사실 드라마를 본 분이라면 보시다시피 원작만화는 많이 다르다. 어찌보면 원작이기에 각색한 것은 드라마고, 이것이 실제 무사 백동수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비교해 보더라도, 만화가 좀더 스토리적으로 와닿는 이야기가 많다. 많은 고수들이 다소 엉켜 있어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 대립구도는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김종수와 구선복 실세의 대립각과 그 뒤에 거두 홍봉한.. 그러면서 각종 고수들 살수의 향연을 보는 김홍연, 김원일, 황진기, 운심, 이윤성, 그리고 검선 김광택까지.. 물론 주인공 백동수와 그의 친구 홍국영, 박제가와 이덕무 그리고 유진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이다.

아무튼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금방 읽어 볼려던 원작만화였는데.. 백동수가 이제는 잊혀가는 즘에 이렇게라도 다 읽게 돼서 다행이다. 사실 4권까지 더디게 보다가 잊고 지내면서 아름아름 읽었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동안 4권부터 7권까지를 한달음에 달려서 봤다. 역시 만화는 한번에 몰아서 그것도 침대에서 뒹굴며 보는 게 제맛이라는 건 다시 확인했고, 그 중반 이후에 이야기는 몰입감 좋게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백동수의 캐릭터가 어린 청춘에 머무르며 조금은 학원물스럽게 전개된다는 게 아쉽긴해도, 드라마도 그랬고 여기 원작만화도 무협 판타지의 팩션으로 본다면 크게 손해볼 건 없다. 우선 재밌으니까.. ㅎ



그나저나 이 만화를 읽고 나니, 강호가 예전에 드라마와 만화로도 접했던 항소룡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무협 판타지 '심진기'가 생각난다. 이 내용은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였는데, 4군자는 물론 각종 명장들에다 섹시한 여걸들까지, 한마디로 재밌게 볼만했던 역사무협 판타지 만화였다. 지금 '야뇌 백동수'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게, 그림체도 좀 비슷하고.. 아무튼 백동수의 활약은 물론 조선 무예의 무게감은 유지한 채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기대해 본다.

그나저나 작가님.. 8권은 언제 나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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