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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 The Cli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에서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근원적인 재미는 언제나 관객들의 주목을 끌기에 용이하다. 그것이 액션이든 판타지든 스릴러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이른바 게임을 푸는 방식에 접근하며 사건 해결에 동참을 시키기 때문인데, 특히나 어떤 범죄자 즉 범인을 잡아내는 거라면 그 스릴러적 재미는 더욱 배가 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가 싶으면서도 그 예상을 뒤엎는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던가, 아니면 반전이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면 영화가 그려내는 스릴러 장르는 가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보통 액션이 가미된 잔혹한 범죄 스릴러의 경우가 그러한데, 하지만 이번에 나온 한국영화 '의뢰인'은 잔혹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아니 잔혹하기 보다는 그냥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의외로 밝은? 편이다. 말 그대로 검사와 변호사의 치밀한 법정 공방을 다루고 있기에, 영화 자체가 그렇게 어둡지 않다. 대한민국의 법정이 그렇게 어두운 곳도 아니기에.. 실제로 영화상에서도 그려낸 법정은 고품격의 재판장을 보듯 세트가 참 샤방샤방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피의자로써 양쪽의 변론의 중심에 서서 그를 주목하지만, 그렇게 임팩트하게 나서지 않는다. 마지막 증언석에서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지만, 그의 범죄 행각에 대해서 다른 범죄 스릴러처럼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 '의뢰인'은 꽤 심심하면서도 드라마적으로 포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즉 강도가 세지 않은 스릴러, 하지만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스릴러 '의뢰인'..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피로 물든 침대, 사라진 시체, 그리고 살인 혐의.. 재판이 끝나기 전까진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 그러나 명백한 정황으로 붙잡힌 용의자는 피살자의 남편 한철민(장혁). 여기에 투입된 변호사 강성희(하정우)와 검사 안민호(박희순)의 치열한 공방과 배심원을 놓고 벌이는 그들의 최후 반론. 어떤 결말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법정 대결, 이제 당신을 배심원으로 초대한다!
사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은 별거 없다. '피로 물든 침대, 사라진 시체, 그리고 살인 혐의'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이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는 끝났다. 한 여자가 살해됐고 그 살인범으로 몰린 용의자 남편, 그 사람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어떻게든 그 용의자의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이 세 명의 불꽃튀는? 두뇌 게임을 다룬 영화인 것이다. 마치 일본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등에서도 많이 차용된 스토리 중 하나다. 아내가 죽고 그 범인으로 몰린 남편, 아니면 반대로 남편이 죽거나 범인으로 몰린 아내, 이런 식의 플롯에다 용의자 알리바이는 완벽해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다. 바로 영화 '의뢰인'도 딱 그 케이스다. 심증은 있으돼 물증은 없고, 오로지 정황증거 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범인을 밝혀내는 거..
어느 날 새벽의 뒤늦은 귀가, 한철민이라는 남자는 부인이 죽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파트가 경찰차와 응급차로 뒤범벅인 현장에서 그는 현행범으로 곧바로 체포된다. 그가 아내를 죽였다는 거. 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수갑을 찬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다. 확실한 물증은 없어도, 여러가지 정황증거 만으로도 한철민은 확신범으로 몰린다. 그 증거라는 게, '치사량에 달하는 3리터의 피가 흐른 침대', '크기가 다르게 타 들어간 다섯 개의 양초', ' 지문이 없는 용의자의 열 손가락' 등, 사건 발생 시간의 추정과 동선이 한철민의 그날 행적과 거의 흡사에 빼도 박도 못한다며 그를 살인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이에 정의와 신념으로 가득찬 아니, 좀 날나리끼가 있어 보이는 '왓어맨'? 같은 포즈를 자주 보이는 강성희(하정우)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
(법정에 선 피고인 한철민과 그의 변호를 맡은 강성희 변호사, 둘의 조합은 어울려 보인다.)
거의 유죄가 확실시 되지만, 피고인측의 변호는 어떻게든 판결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신념하에 사건을 재조사 하기에 이른다. 정말로 한철민이 부인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동기부터 그날 새벽에 출장차 홍천에 다녀온 경위와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경미한 교통사고까지, 나름 애쓰며 강 변호사는 친한 선배이자 사건 브로커 성동일에게 갖가지 조사를 맡긴다. 물론 옆에서 열혈 사무장으로 분전한 김성령도 한몫하며 이들은 팀웍을 자랑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날 사건 현장의 엘리베이터를 담은 CCTV 확보가 안 되면서 난관에 봉착한다. 의도적으로 저쪽 검찰에서 그것을 빼돌렸다는 것이 의심되는 가운데, 강 변호사 쪽은 검찰을 압박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사무장이 나서서 형사를 매수해 그 증거자료를 입수했지만 그런 자료가 이미 없어지고 허탕..
한편, 검찰 쪽도 마찬가지다. 저쪽 강변이 한씨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자, 꽤 난처해하며 변호쪽 변론에 위해를 가한다. 나름 사회정의구현에 앞장서 왔다는 안 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위상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더군다나 이번에 용의자 한철민은 과거 서북지역 부녀자 성폭행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잡혔다가, 3일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전력이 있던 자이기에 더욱 그를 확신범으로 확신한다. 그러면서 과거 그 사건으로 옷을 벗게 된 형사 하나를 한철민에게 붙혀 미행케해 그를 어떻게든 잡을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내 살해 용의자로써 그를 다시 대면하게 된 거. 어쨌든 한씨를 사이에 두고 변호측과 검찰측의 법정 공방이 중반 이후 나름 밀도감 있게 펼쳐진다. 실제 법정보다 더 치밀한 영화적 대사들을 치며 눈길을 끄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한철민은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를 죽였을까.. 안 죽였을까..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의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정말 진범은 누구일까.. ㅎ
(검찰과 살인 용의자 그리고 변호사 역의 캐릭터들, 박희순 장혁 하정우가 호연을 펼쳤다.)
'의뢰인' 한국형 법정 스릴러로써 의미나 시도는 좋았지만, 반타작에 그치다.
이렇게 영화는 자칭 '대한민국 최초의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모양새로 나온 스릴러 영화다. 그런데 그간에 잔혹한 범죄 스릴러의 양상이 아니라, 이미 용의자는 잡혔고, 그런 그의 유무죄를 밝혀내는 게 관건인 영화가 바로 '의뢰인'이다. 즉 그가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 법망을 피해다니며 그를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는 구도가 아니라, 그를 법정에 세워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드는 게 주요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미국 등에서는 이미 익숙한 법정제도,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배심제도를 활용해 일반인을 그 법정에 참가시켜 관객들을 그 배심원으로 초대하며 영화를 지켜보게 만든다. 즉 범인이 맞느냐 아니냐를 직접 맞춰보라는 식인데, 그래서 영화는 다소 외국스런 분위기가 풍긴다. 그러면서 우리의 법정도 꽤 심플하게 나름 모양새가 나온다는 설정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
그것은 여기 주인공 세 명의 남자 캐릭터도 그렇다. 물론 현실감있는 배역이긴 하지만, 날라리끼가 다분하면서도 때로는 '왓어맨' 같은 포즈는 거슬리게, 자신의 일에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하정우는 변호사로 분전해 그간에 '추격자'나 '황해'에서 그런 거기시한 이미지를 씻는데 나름 성공한 듯 보인다. 박희순의 검찰 역도 독특하면서도 깐깐한 그의 목소리 만큼이나 빠릿한 검찰 역에 잘 어울렸다. 여기에 살인 용의자로 몰린 장혁의 호연도 볼만했던 게, 중반까지 거의 무표정에 말 한마디 없는 모습과 마지막 법정에서 쏟아낸 최후 진술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변호인과 검찰, 이들이 법정에서 쏟아내는 변론 등의 언변을 듣고 있자니, 꽤 영화적으로 포팅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딱딱 짜맞추듯, 정황 증거만으로 교과서적인 변론만 하는 게 눈에 거슬린다.
더군다나 이야기 전개 즉,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과정이 그렇게 촘촘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급작스런 반전도 다소 전달력이 떨어지는 등, 그 어떤 임팩트한 스릴러적 쾌감을 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한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를 표방한 것처럼, 그 모양새나 분위기는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그것은 얼마 전 개봉해서 개인적으로 잘 봤던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법정 스릴러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처럼 완벽한 느낌을 주진 않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나름 이 정도면 괜찮은 한국형 법정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범인의 유무죄를 결정짓는 진범을 잡는 과정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건 사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이미 결론은 난 것이다. 무언가 반전을 기대했지만, 역시 반전의 무리수는 어려운 것일까..
'의뢰인', 성공작 보다는 그나마 반타작에 그친 법정 스릴러라 보고 싶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5395&mid=1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