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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 Countdow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충무로에서 나름의 아우라를 간직한 두 배우 '전도연'과 '정재영', 이들이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9년 만에 다시 만나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그래서 그런 점을 강조한 포스터를 보듯, 이들의 모습 아니 둘이 '10일 간의 목숨 건 동행', '내가 살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스릴러적 코드가 배어 있다. 여기에 액션까지 담아내 느와르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것 모두가 종국에 신파로 마무리된 아쉬움에 무언가 여운을 남긴 영화가 '카운트다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는 갖가지 장르가 섞여 있는 복합적인 드라마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완벽하게 버무리지 못하고, 과한 욕심으로 내달린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가볍게 즐기만한 오락적 요소는 충분하다. 액션과 스릴러라는 코드를 깔고 종국엔 신파를 안겼지만, 영화는 그래도 그 어떤 진정성을 향해 달려간다. 2시간이라는 긴 런닝타임이 좀 지쳐보여도, 지켜보게 만드는 힘은 있다. 전도연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 한 남자를 살살 녹이는 '팜므파탈'의 모습은 여전히 녹슬지 않게 보여주었고, 정재영 또한 기존의 이미지에서 좀더 진중하게 하드보일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액션의 중심에 섰다. 그래서 더 어울려 보이기도 했는데, 종국엔 가슴 아픈 부성애까지 보이며 이런 역에 방점을 찍었으니, 여러가지 담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두 남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화 '카운트다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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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를 보듯이 다소 내용이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을 알면 대충 짐작이 간다. 헐리웃도 그렇고, 보통 두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조건을 내걸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앵새,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코드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미 한국영화 '심장이 뛴다'와 '나는 아빠다' 처럼 한쪽의 생명이 위태로움에 빠질 때, 그 생명을 구할 맞은편 사람과 부딪치면서 겪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 측면에서 여기 '카운트다운'도 마찬가지다. 웃음끼 하나 없이 냉혹하게 채권추심원으로 살아가는 남자 '태건호'(정재영), 그는 오늘도 내일도 빚을 안 갚는 자들을 찾아가 전기봉 같은 스턴건으로 위협하며 돈을 받아낸다. 시크한 말 한마디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 그에게 찾아든 '간암 선고', 아니 병원 한 번 안 온 그에게 내려진 이 선고 앞에, 어떻게든 살고자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로 나선다. 바로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인데, 그 방법이 예전에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 장기이식으로 새생명을 얻은 자들을 찾아다닌다. 그 중에서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자 '차하연'(전도연), 바로 그녀가 자신과 조직이 일치하자 그녀를 찾아가 간 이식을 부탁한다. 그런데 이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다. 정재계와 법조계를 이용한 사기 전과범으로 이른바 몸매를 무기로 살아가는 그런 여자다. 수감 중인 상태에서도 태건호에게 조건을 단다. 간을 줄테니 '조명석'(이경영)이라는 인물을 찾아 달라는 거. 그래서 태건호는 어쩔 수 없이 정보원을 동원해 조명석 찾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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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 나온 아니 '팜므파탈'한 여자야.. 스턴건을 무기로 채권 추심하며 살아가는 남자..)
그런데 이 조명석이라는 인물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큰 손'인 셈인데, 과거에 이 남자가 차하연과 놀아나면서 엄청난 돈을 잃고 그녀를 감방에 넣은 것이다. 어쨌든 조명석 행방을 찾은 태건호는 차하연이 출감하는 날, 그녀를 차에 태우고 나간다. 그런데 잠시 한 눈을 판 태건호를 빼돌리고, 차하연은 조명석 일당의 전산 시스템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려 복수를 시작하면서 일이 꼬인다. 여기에다 과거 차하연에게 사기를 크게 당한 연변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일당까지 가세하며 태건호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하루 빨리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간을 이식 받고 살아야 하는데, 도대체 이 여자에게 꼬인 두 세력 때문에 태건호는 죽을 맛이다.
연변 패거리에게 쫓길 때는 어느 재래시장을 쑥대밭을 만들며 카체이싱으로 난리 북새통을 치더니, 어느 백화점에서는 성룡 영화식 추격전을 보이며 교묘하게 빠져 나가고, 그들 패거리에게 잡혀 갔을 때는 태건호가 나서서 스턴건으로 그들을 제압하며 구하는 등, 도통 차하연이라는 인물 때문에 태건호는 생명이 더욱 위태롭다. 간암 선고를 받은 자에게 계속 뛰게 하고 액션을 하라니, 이게 가능한 것인가 의문이 들면서도, 이 남자는 중간 중간에 혼절을 한다. 이게 간암의 전형적인 유형이라는데, 여기에다 기억폐쇄증까지 있어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고의 기억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며 그의 목숨이 위태로울수록 서서히 과거의 기억을 찾게 된다. 자신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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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정재영 두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 특히 정재영의 호연이 돋보였던 '카운트다운'..)
그러면서 태건호는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차하연을 데리고 와 간암 수술을 앞두게 되는데, 문제가 또 꼬인다. 차하연이 과거 17살때 낳아서 버렸던 17살 소녀가 조명석에 납치가 된 거. 그녀는 당장 그 딸 애를 구하러 가게 되고, 아픈 몸을 이끌고 태건호도 그 일에 끼어들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스턴건을 휘두루며 액션의 몸부림을 제대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사건 현장에서 납치된 소녀를 구하고, 차하연을 다시 데리고 와 간을 제대로 이식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 보다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연은 어떻게 된 것이고, 그는 왜 이렇게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살고자 했는지.. 이 모든 게 신파조로 마무리돼 방점을 찍는다.
'카운트타운', 목숨을 담보로 펼치는 위험한 거래와 정재영의 호연이 빛난 영화
이렇게 영화는 기존에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액션 스릴러적 요소로 꽉 찬 영화다. 채권추심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에게 들이닥친 암 선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고자 거래를 하게 된 팜므파탈로 무장한 한 여자, 이 두 사람을 충돌시켜 그린 전형적인 액션 드라마의 모양새를 띈다. 초중반까지는 그런 그림이 많이 펼쳐지며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2004년 히트작 '범죄의 재구성'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게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모양새에 상충하게 신파조로 흐르는 경향을 띈다. 당연히 목숨이 위태로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남자가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연이 그려지며 분위기는 그렇게 흐른다. 그것은 여자 주인공 차하연의 미숙한 모성과도 부딪치며 뒤늦은 부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영화는 아쉬우면서도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큰손 역의 이경영 보스나 연변 흑사파 두목으로 나온 오만석의 걸죽하면서도 무언가 언밸런스한 모습은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정재영의 정보원으로 잠깐 출연한 김동석의 용팔이 같은 역도 볼만해 깨알 같은 재미를 부여했다. 독고다이 흥신소를 차려서 핸드폰을 도대체 몇 개를 가지고 다니는지.. 아무튼 영화는 분명 액션 스릴러로써 다가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영화다. 차하연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상이나 갖가지 인상적인 대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적으로 이것을 뚝심있게 밀어 부치지 못하고, 두 배우의 과거 사연을 통해서 감동을 자아내려는 측면이 부각돼 다소 어긋나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모성과 부성으로 다가오면서 특히 정재영의 뒤늦은 부성애의 깨달음은 신파로 내달리며 보는 이를 진중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이것을 개인적으로 '액션의 신파'라 부르고 싶기도 하지만, 가는 과정까지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매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두 배우의 아우라에 걸맞게 잘 뽑아져 나온 영화라 보기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래도 전도연은 그런 '팜므타팔' 이미지에 맞게 나름 기본은 해주었고, 무엇보다 정재영의 독특한 매력이기도 한 이미지, 시크한 '채권추심원' 역으로 분전해 제대로 그림을 살리며 극에 잘 맞았다. 특히 그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뒤늦은 부성애의 감성적 호연도 볼만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오히려 비주얼로 승부를 건 전도연 보다도, 정재영의 연기력이 더 돋보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목숨을 담보로 펼쳐낸 이들의 위험한 거래와 액션의 신파 '카운트다운'..
강호가 보기엔 정재영 필모그래피에서 나름 손꼽는 작품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