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 Contag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언가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재난을 다룬 영화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포스터에 보듯이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그래서 그런가, 헐리웃을 대표하는 유명한 배우들 6명을 갖다놓고, B급스런 좀비물을 그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명색이 내로라하는 배우들인데, 감히 안 될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그런 피칠갑을 한 채 죽은 시체처럼 떠도는 판타지한 좀비가 아닌, 있는 그대로 사람이 어떻게 감염이 되고, 좀비처럼 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죽는지, 또 그 죽는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파괴되고 그 사회는 어떻게 무너지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분명 정극이면서도 무언가 다큐스런 분위기까지 풍기며 조금은 졸리는 기분까지 안겨준 영화가 '컨테이젼'이다. 한마디로 좀비물 같은 걸 기대했다간 오산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바라 본다면, 분명 밋밋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워낙 그런 자극적이고 판타지한 바이러스 재앙에 익숙해서 그런지, 여기서 그려내는 그런 재앙이나 재난은 자극적이지 않다. 마치 얼마 전 아니,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만연돼 있는 지구촌의 풍경을 바라본다면, 알다시피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조류독감' 등,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아직도 진행중에 있다. 바로 접촉과 간염을 뜻하는 '컨테이젼'(Contagion)은 그런 소재를 이용해 리얼리티를 살려서 담아낸 전형적인 드라마성 영화다. 즉 현실감있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과 도시의 몰락, 그것이 직관적이면서도 담백하게 때로는 관조적으로 담아내며 눈길을 끌었으니, 영화 '컨테이젼'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고 그녀의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가 채 원인을 알기 전에 아들마저 죽음을 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한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그 수가 한 명에서 네 명, 네 명에서 열 여섯 명,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난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경험이 뛰어난 박사(케이트 윈슬렛)를 감염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는 최초발병경로를 조사한다. 이 가운데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주드 로)가 촉발한 음모론의 공포는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원인불명의 전염만큼이나 빠르게 세계로 퍼져가는데…


(이미 확산된 바이러스 공포 앞에서 줄지어 구호 물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주인공은 어딜 가나..)

영화의 시작은 꽤 의미가 깊다. 다소 독특한 음색의 배경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조망한다. 각 나라 주요 도시의 면적과 인구수가 어떻게 되고,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하나 둘 고열로 쓰러져 죽는 걸 보여준다. 시작은 'DAY-2'부터 보인다. 왜 첫째날이 빠졌나 의문이지만, 그것은 영화 맨 마지막에 나온다. 즉 바이러스 최초 근원지가 밝혀지는 것인데.. 여기 주인공 여자 베스(기네스 펠트로)가 홍콩 출장에서 돌아와 시름시름 앓더니, 개거품을 물고 쓰려져 병원에 실려가 곧바로 죽는다.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청천벽력 같은 일에 놀라고 만다. 아니 어째서, 내 부인이 죽어야한단 말인가.. 부검한 결과, 그녀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녀와 접촉했던 사람들에게 전이돼 또 그 사람들이 전이시키는 기하급수적인 방식으로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 도시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제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 WHO는 물론 미국의 질병관리센터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며 이 정체모를 바이러스 확산에 막으려 애쓴다. 하지만 최초 감염자 베스를 통해서 전이됐다는 것을 알 뿐, 엄청 늘어난 사상자 앞에서 이들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집단이성을 보이며 광폭해지고, 도심에서 폭동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부인과 아들을 잃고 딸과 함께 무미건조하게 사는 토마스는 하루하루가 지옥일 뿐이다. 이 난리부루스가 된 현실을 어떻게 도피할 생각조차 못한다.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바이러스 확산 앞에서도 그는 꿋꿋하다. 자신만의 보호 복장과 개나리 액기스로 그는 버틴다.)

그런 와중에 이런 바이러스 확산과 방지를 막는데 그 근저에 음모론 같은 걸 제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저널리스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처음에 누군가 했다.. 바로 '주 드로'.. 영화 '셜록홈즈'에서 '왓슨' 역에 익숙했던 아니, 그 전부터 팬심이 많았던 그 배우다. 여기서는 자신이 자체 개발한 까나리 액젓, 아니 개나리 액기스를 복용하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판매도 하는 등 그는 이른바 온라인 상에서 인기가 높은 파워블로거로 나온다. 그러면서 정부가 질병에 대해서 진실을 은폐했다며 홀로 맞서다가 어딘가 끌려가 조사도 받는 등 나름 애쓴다. 혼자서 자체 제작한 건지 비닐데기 하나를 둘러쓰고 돌아다니는 폼이 웬지 우스꽝스럽다. ㅎ

한편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대해서 정부당국과 그리고 몇몇 실력이 좋은 박사를 중심으로 의학 전문 용어를 써가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계속 죽어 나가며, 심지어 나중에 나올 백신과 교환을 목적으로 여박사까지 납치되는 등, 이미 도심은 통제 불능상태에 빠진다. 그러자 군 당국까지 나서서 방역을 실시하고 민간인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군상들이 어떻게 변질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드디어 백신이 개발되는 날, 다 줄 수 있는 여유분이 없기에, 로또식으로 생일자를 추첨해 우선 배분해 사람들의 목숨을 하나 둘 구하기 시작한다. 여기 토마스네 가족은 백여 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렇다면 개발돼 명명된 바이러스 'MEV-1' 백신만이 재앙에 빠진 지구촌을 구했을까.. 아니면 그 재앙은 계속 될 것인가..

그 전에 도대체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는 어디였을까..
그것은 영화 마지막에 'DAY-1'씬으로 돌아가 나온다. 베스가 누구와 접촉한 그 순간부터...



판타지한 좀비가 아닌, 현실감 있는 바이러스 재난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
 
이렇게 영화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스릴을 다룬 영화다. 그런데 실제로 우린 그 공포를 보고 겪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건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인지라 기대가 있기 마련, 하지만 이게 장르적 쾌감을 마구 이끌어내는 영화가 아니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스타일인지 몰라도, 꽤 현실감있게 그냥 그려댈 뿐이다. 즉 영화적으로 덧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조금은 밋밋하면서도 담백하게 때로는 다큐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며, 우리네 바이러스 재앙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는 바이러스 그 질병 자체에서 묻어나는 공포가 어떻게 인간 관계를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하는지 침착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공포와 스릴러로써 다가오는 임팩트한 재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좀 지루하면서도 심심한 구석이 다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헐리웃의 유명 배우 6명이 그 바이러스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대처하고 쓰러지는지, 지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할 수 있다. 최초 감염자 베스 역의 '기네스 펠트로'는 나오자마자 쓰러져 죽었고, '맷 데이먼'은 그 예전의 킬러로써가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비의 심정을, 또 질병센터와 WHO에서 여박사로 나왔던 '케이트 윈슬렛' '마니옹 꼬디아르',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했던 흑형의 아우라 '로렌스 피시번', 물론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시크하게 바이러스 진실을 나름대로 캐낸 '주 드로'까지.. 이들은 우리의 질병이 안겨준 현실을 반영하듯 호연을 펼쳤다.

아무튼 보기 전부터 분명 바이러스와 관련된 영화임을 견지했고, 그렇기에 좀비물이 아닐까.. 아니 유명 배우들이 그렇게 찍을 순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이 영화는 판타지를 입힌 그 좀비물에서 가면을 과감히 벗기고, 실제로 그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감염돼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전개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라는 건 대충 간파했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리얼리티를 살리며 오롯이 담아냈다. 감염돼 떼거지로 몰려 다니며 사람들을 잡아 먹는 좀비가 아닌, 그 질병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영화 '컨테이젼'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소 장르적 쾌감은 없어도, 우리의 질병 현실을 직시하기엔 아주 적합한 사회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영화의 주된 포인트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32972&mid=1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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