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제목과 이름 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사회인문 서적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정치사를 좌지우지 했던 두 거목, 바로 김대중과 김영삼이다. 물론 이 중에 한 분은 이미 2년 전 병으로 서거해 국민들 가슴 속에 남게 되었고, 또 한 분은 현업에서 정치적 아우라를 뒤로한 채, 대통령으로써도 아니 그 이후론 거의 뒷방 늙은이처럼 독설도 아닌 헛소리?만 작렬하며 존재감없이 나름의 뭇매를 맞고 계신 분이다. 하지만 이들을 빼놓고선 사실 우리 정치사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임팩트는 꽤 강하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지 않더라도 아니, 정치에 문외한이라도 김대중과 김영삼이 때로는 동지로써 때로는 적이 되는 상황을 갈마들듯 우리 정치사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과 관련된 책이나 드라마 등으로 포팅돼 수도 없이 나오며 우리의 눈길을 끌었고, 이른바 '격동 30년' 같은 이름으로 치환시켜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책도 이런 류들과 다르지 않다. 제목처럼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문구를 통해서 거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모양새에 두 전직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대립된 모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김대중과 김영삼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져 있는 것일까.. 즉 그들의 정치 여정과 역경만을 심층 분석한 인문서일까?!

하지만 목차만 봐도 답은 나오듯,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그 어떤 대표성으로 '김대중과 김영삼'이라는 한국 정치사의 두 거목의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화두를 던졌지만, 이 책은 이승만 시대부터 김영삼 시대까지 역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그 당시를 배경으로 현대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고, 양김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로 각 장의 주요 소개는 이렇다.

1장 '이승만 시대'. 이승만 시대에 김대중과 김영삼이 정치에 입문한다. 정치 입문부터 승승장구했던 김영삼, 반면 우여곡절 끝에 정치인이 된 김대중은 필생의 라이벌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드리워진다. 2장 '박정희 시대', 양김이 신민당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2장에서는 당시 세간에 화제가 됐던 육영수 암살사건, 장준하의 죽음, 명동 사건, YH 사건, 중정부장 김형욱 실종사건 등을 재조명한다. 3장 '전두환 시대', 12.12 사태, 합수부장 전두환이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체포.구금하고 야욕을 불태운다.

3장에서 희대의 사기꾼 장영자, 전두환에게 밉보여 당시 재계서열 7위였던 국제그룹이 해체된 사연, 용팔이 사건, 6월항쟁, 칼기 폭파사건 등을 재조명한다. 4장 '노태우 시대', 13대 총선으로 역사상 첫 여소야대를 이루고 난 후, 5공 청문회가 열린다. 4장에서는 5공 청문회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전쟁 서곡, 이선실 간첨단사건 등을 재조명한다. 5장 '김영삼 시대',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 5장에서는 94년 서울 불바다 사건, DJ 비자금 폭로 사건 등을 되짚어본다.



한국 현대사의 시니컬하고 정곡을 찌른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이렇게 이 책은 바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지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정치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여타 정치 인문서들과는 다르게 하드하고 진중하면서 고리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한때 강성 진보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도탈(구봉숙의 도시탈출)'에서 2년 동안 총 100회에 걸쳐 쓴 연재글을 책으로 엮었다는 소개처럼, 책 자체는 꽤 시니컬하고 재밌다는 평이 많다. 간혹 넷상의 줄일말은 물론 욕설까지 내뱉으며 제대로 정치판을 분석하고 있는데, 저자 '이동형' 씨는 인터넷 등에서 사회평론글을 써온 그냥 소시민이라고 한다.

대신에 초딩 5년부터 정치에 관심을 보이며, 수십 년간 쌓아온 그의 정치적 혜안은 놀랍도록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그래서 이 책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은 저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정보와 다양한 경험들(저자 자신의 소개처럼 신문방송학 전공, 일본어학교 졸업, 외국어학원 경영, 동경에서 한국 음식점 경영, 일본 뉴스전문매체 ‘뉴스재팬’에 칼럼 기고 등)이 만들어낸 나름의 역작으로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책 뒷편에 한 줄 평가를 보듯, 우리네 평범하고 무언가 정치적 열망에 빠진 이른바 진보들에게 이 책은 한 편의 열광의 도가니탕처럼 흥미를 끌고 있다. '소설보다 양김!'이라는 그 느낌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부제 '정의를 위한 처절한 2인의 전쟁 국민 90%가 모르는 이야기'처럼 어찌보면 다들 알면서도 자세히 모르는, 혹은 그 내막의 실체를 모르고 지나친 수없이 많은 정치 비화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이 성인 남녀들의 술안주거리로 치부되더라도, 어쨌든 김대중과 김영삼이 거쳐오며 만들어낸 한국 정치사는 영원한 라이벌 구도이자 우리의 정치 현주소일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다. 이 책이..
연배가 되는 분들에겐 복습하는 기분으로, 젊은 분들에겐 나름의 색다른 정치 신세경으로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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