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나름의 비주얼적 포지셔닝으로,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급 액션 무비가 개봉돼 영화 팬들의 이목을 한껏 고취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주인공은 사람과 너무 흡사한 원숭이과들, 바로 '유인원'을 소재로 그리며 색다른 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근원적인 재미를 깔고 있다. 즉 SF 액션물이라면 먼 미래의 로봇이나 히어로 전사 혹은 에이리언 같은 괴수물이 낯설지 않은 것처럼, 여기서는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 유인원들이 떼거지로 나와 스크린 전면을 휘감는다. 바로 그 유명한 SF 고전 '혹성탈출' 되시겠다. 사실 연배가 안 된 이들도 들어봤을 이 제목은 내용을 잘 몰라도, 고인이 된 '찰톤 헤스톤'이라는 배우가 떠오름과 동시에 인간을 지배했던 유인원과의 사투를 담으며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1968년 1편을 시작으로 총 7편의 시리즈가 나왔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 시리즈에 대한 건 여기선 스킵.. ~

그러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저 멀리 잊혀지나 싶었는데, 첨단을 걷는다는 21세기 영화산업이 다시 리부트시켜 새롭게 재창조하며, 부제 '진화의 시작'이라는 단서로 과거 이들의 역사를 다룬 '프리퀄'로도 치환시켰다. 그렇다고 완벽한 프리퀄로 보기 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이자 현 헐리웃 영화적 스펙에 맞게 포팅된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다만 액션이 가열하게 펼쳐지는 스펙타클하기 보다는, 드라마적으로 내용의 밀도감을 높이며 무언가 와닿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욱 호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간에 액션에만 치우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게 확실히 퀼리티가 느껴지는 기운은 있어 보인다. 극 중 '시저'가 너무 리얼해서 그런가.. 어쨌든 여러번의 홍보가 됐듯이, 이 영화는 올여름 극장가의 마지막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하며 연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인데,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렇게 시놉을 보더라도, 이 영화는 액션에만 치우친 볼거리 위주의 영화가 아니다. 소위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인간과 유인원들과의 전쟁으로만 그려진 게 아니라, 그 파국으로 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드라마적으로 밀도감있게 연출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물론 큰 그림으로 본다면 당연 인간과 유인원들과의 한판 전쟁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인간은 가해자일 뿐 그들과 제대로 맞서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 대결로 가는 과정에서 주인공 유인원 '시저'의 편을 드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인간의 불치병 치료를 위해서 불철주야 뛰시는 과학자들, 그 이면에 수없이 희생되는 동물들이 있는 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마루타도 아니고 인간을 교보재로 쓸 수는 없기에, 그래서 여기선 유인원들이 그 대상이 된다. 초반 밀림에서 대거 잡힌 유인원들..


(사람 주인공 윌과 그의 여친 캐롤라인, 여친은 존재감이 거의 없고, '윌'만이 보인다.)

여기서 사람 주인공 '윌'(제임스 프랭코, 영화 '127'시간에서 사투를 벌인 그 실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존 리스고, 이분 '덱스터' 시즌4에서 사이코패스 범인 역을 한 할배)의 치매끼를 없애기 신약을 개발중에 있다. 다량으로 잡아온 유인원들에게 그 약을 투여해 임상실험을 하는데, 하지만 결과는 꽝.. 그 와중에 난동을 부린 한 유인원이 실험실에서 죽게 되고, 그 암컷이 낳은 어린 새끼 '시저'를 데리고 엄마 노릇을 하게 된 남자 어른 윌.. 지극정성을 다해 마치 자식을 키우듯 '시저'를 돌본다. 그러면서 '시저'도 마치 윌을 엄마처럼 느끼며 고분고분하게 잘 따른다. 그런데 이 놈이 가면 갈수록 하는 짓이나 행동거지가 사람 못지 않게 영특하다는 거. 숫자놀이는 물론 간단한 퍼즐까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지능이 꽤 발달된다. 아마도 저번에 개발한 그 신약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은 게, 윌의 아비도 그 약을 투약하고 잠깐 효과를 본다. 이후엔 다시 악화됐지만서도.. 어쨌든 시저는 날로 일취월장한다. 8년이 지나고선 거의 어른만큼의 키로 허헌장부가 된 유인원 '시저'..

네가 정녕 유인원이란 말인가.. ㅎ


(이게 바로 주인님이 쓰신 신약이라 이거지.. 오케바리.. 이걸로 애들을 먹어야겠군.. ㅎ)

산림욕을 즐기러 사람 가족들과 놀러도 다니며, 마음껏 호위호식을 한다. 그런데 이 놈의 몸 속에서 야성의 유전자가 자라고 있는지, 어느 날 동네에서 마을 주민을 해치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영장류 보호시설에 갇히게 된 시저, 인간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뒤로한 채, 우리 속에 갇힌 그에게 있어 이 세상은 또 다른 낯설은 세계,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유인원들은 물론, 괴상하게 생긴 오랑우탄과 덩치 큰 고릴라까지 갖가지 유인원들이 모여사는 이 곳에서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소위 '짱'을 먹는다. 물론 처음에는 가열하게 신고식을 치렀지만, 지능이 워낙 뛰어난 '시저'가 나서면서 이 일자무식 무리들을 환골탈태시킨다. 인간이 개발한 그 신약을 몰래 가져와 우리 안에 풀면서 그 향기를 맡게 해 한층 진일보한 유인원으로 탈바꿈 시키고, 급기야 그곳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그전에 사람 주인공 '윌'이 찾아와 그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시저는 이곳에 적응한 건지 아니면 '자아'를 찾은 것인지,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그곳에 남게 된 거. 어쨌든 야심한 밤을 틈타 우리 안을 빠져나온 시저와 그의 일행들, 그 와중에 껄렁대며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사람 간수까지 죽이게 되면서, 이들은 전국구 스타가 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도심을 활보하고 사람들을 겁박하고, 그들의 주특기인 점프와 줄타기를 무기로 타잔놀이를 하며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러면서 그 지역의 명물 '금문교' 다리에서 한바탕 액션을 펼치는데, 교통 체증에 빠진 사람들을 모두 내쫓고, 바로 앞에 바리케이트를 친 인간 경찰들을 멋진 작전으로 일거에 제압하고, 심지어 총기를 난사하던 헬기까지 폭파시키며 야성의 본능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 인간 주인공 '윌'이 여기 사고 현장까지 달려와 '시저'를 찾지만.. 이들은 이미 그 산림욕이 무성한 숲속에 들어와 안식처를 찾게 된다.

그렇다면 시저와 그가 이끄는 유인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누가 뭐래도 자연의 집이 최곤기라.. ㅎ


(우씨.. 나, 화나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로마 시대에 시저가 있었다면 지금 시대에도 '시저'가 있다.)

이렇게 영화는 '유인원'을 소재로 한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마디로 주요 플롯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폭압을 벗어나 시저가 혁명의 주동자로 나서며 수많은 유인원을 대동해 인간들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려진 액션들이 그렇게 가열하거나 난무한 수준은 아니다. 바로 그 금문교에서 벌어진 것이 어찌보면 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판 사투를 벌이는 과정까지 가기 위한 장치와 전개 과정을 오로지 유인원 '시저'를 중심으로 두고 있어 한치도 눈을 뜨지 못하게 한다. 즉 사람 주인공 '윌'이 아닌, '시저'의 모습과 느낌 그리고 그의 심리까지도 세세하게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꽤 정교하게 유인원을 그리고 있어, 여기서 주인공은 바로 인간이 아닌 침팬지 유인원 '시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기 땐 레알 큐티했는데.. ㅎ

인간과 유인원의 사투 전에 그려낸 '시저'의 자아찾기 혁명, 진화는 시작됐다.

특히나 사람과 거의 흡사한 모습의 눈망울과 표정들이 압권일 정도로 세세하다. 어찌보면 사람과 너무 흡사해 거리감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실사처럼 처리하기 위해서 '모션 갭쳐' 연기의 달인 '앤디 서키스'(그 유명한 '골룸'과 '킹콩'에서도 나온 모션 갭쳐 연기의 달인)가 나서며 정교하게 생생한 유인원을 연기했다. 그외 이름없는 배우들까지 가세해 실제 유인원 연기를 하면서 인간과 같은 행동반경으로 리얼리티를 전달하며, 각종 특수효과 등으로 그려낸 비주얼의 퀼리티는 좋다고 할 수 있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볼거리가 충만하다. 여기에다 이야기 전개도 꽤 몰인감이 좋은 편이다. 신약 개발 임상실험의 폐해로 죽게 된 어미에서 낳은 유인원 '시저'를 갖다놓고, 한시도 그를 놓치 않고 쫓는다. 그의 성장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나중에 '안돼'라는 말까지 하는 과정에서 그의 자아 찾기의 심리적 성장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그 제목에 걸맞게 포팅돼고 전개가 된 드라마적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볼거리로써 유인원들의 액션에만 그친 것이 아닌, 근저에 시나리오를 제대로 깔며 그들이 인간에 맞선 과정을 와닿는 몰입감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과거 명성을 안겨준 혹성탈출의 '프리퀄'로써 다가와 43년 만에 최초로 밝혀지는 그 시리즈의 고전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 측면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서 새롭게 재창조된 '리부트'라 보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새로운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2011년판 혹성탈출.. 하나의 트랜드처럼 SF물이 '리메이크' 되고 '리부트'되는 그 헐리웃 세계에서 이 정도면 나름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에이리언' 같은 흔한 괴수물에서 벗어나 인간과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닮은 유인원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괴수'로 치환한다면 이 영화 자체의 매력은 근원적으로도 충분한 셈이다. 그래서 더욱 와닿는 SF 블록버스터가 아닐 수 없는데, 한편으론 이 영화를 놓고서 정치적으로 때론 신과 인간의 창조론 사이에서 종교적 해석까지도 하는 모양새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놓고 보기엔 영화가 이른바 부담스러워진다. 바로 전형적인 헐리웃 시스템이 만든 블록버스터임을 부인할 순 없는 것이고, 여기에다 좀더 이야기적 밀도감을 높여서 그려낸 과거 혹성탈출의 '프리퀄'이자 괜찮은 '리부트'라 본다면 족하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는 '시저'의 혁명반란.. "우씨!!" 인간들이여 긴장하라..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0629&mid=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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