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에 제격인 아주 시원스런 영화가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목도 아주 짧게 '퀵'(Quick)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목과 홍보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모터사이클의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 본격 액션 영화다. 그런데 이게 헐리웃에서 봄직한 대규모 물량 공세를 퍼부은 블록버스터로 변모해 주목을 끈다. 바로 천만 관객을 이끌어낸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제작진이 100억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거. 그러면서 영화는 제목 '퀵'에서 연상되는 단어, 즉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퀵서비스맨'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끌어다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관객들과 그 배달 임무에 동참하게 만든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3시간 만에 주파했다는 '풍산개'의 아우라를 누르듯, 청담에서 상암까지 18분에 밟는다는 전설의 퀵서비스맨을 그리며, 그가 일반 물건이 아닌 폭탄을 배달한다는 설정하에 전개되는 아주 영화스런 액션 무비 '퀵',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도심 한복판, 사상 초유의 쾌속질주가 시작된다!
스피드 마니아인 퀵서비스맨 기수(이민기), 생방송 시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아이돌 아롬(강예원)을 태우고 가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 의문의 목소리는 헬멧에 폭탄이 장착 되어 있다는 경고와 함께 30분 내 폭탄 배달 미션을 완수하라는데.. 결국 자의반 타의반 폭탄을 배달하게 된 기수, 하지만 그 헬멧을 벗을 수도 질주를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 몰리며 그들은 위기에 빠진다. 과연 이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짧은 시놉에서 보듯이,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해서 좋다. 별거 없다. 이미 많이 홍보된대로, 스피드를 즐기는 모터사이클 매니아 아니, 과거에 폭주족의 전설로 통하는 한 젊은 남자에게 닥친 위험천만한 레이스가 펼쳐지는 본격 액션 무비다. 즉 퀵서비스로 소위 밥 벌어 먹고 사는 그에게 닥친 뜬금없는 '폭탄배달' 업무, 같이 동승한 아이돌 스타 아롬, 과거에 여친인 그녀와 동승하게 되면서 이 위험천만한 임무를 하게 된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헬멧에 폭탄이 장착되고, 블루투스 이어폰 너머로 해당 물건을 30분 안에 배달하지 않으면 헬멧은 자동으로 폭발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
바로 헬멧을 벗어도 안 되고, 제시간 안에 물건을 배달 못해도 폭탄은 터지게 된다. 이에 두 주인공 남녀는 어느 미친놈의 장난질이라 생각하는데, 시범으로 터지는 그 현장을 목격하고는 똥줄이 타 그 비싼 BMW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질주한다. 그런데 물건를 갖다 줌과 동시에 그 지역이 가열하게 폭파되고 도심은 아수라장이 된다. 하지만 한두 곳이 아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도심이 폭파되니 경찰도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을 터. 바로 CCTV 감식으로 퀵서비스맨 기수를 지명수배 때리고 그를 잡기에 혈안이 된다. 과거 폭주족의 피가 들끊는 교통 경찰이자 기수의 친구 명식(김인권)도 동참하며, 김인권식 스타일의 개그를 몸소 보여주며 이 레이스를 때론 웃기게 만든다.
그런데 범인은 물론 기수가 아니었다. 그를 사주한 이어폰 너머의 그놈 목소리인 건 당연한데,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도심 곳곳을 폭파시키는 것일까? 어디 외국에서나 봄직한 폭탄테러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사이코패스의 묻지마 테러일까.. 아니면 원한 관계에 기인한 응징일까.. 아니면 돈을 노리고 한 짓일까.. 그 범인은 형사로 나온 고창석의 우왕좌왕하는 브리핑 중에 언급이 된다. 어쨌든 두 남녀는 할 수 없이 폭탄을 3~4번 배달하며 도심을 위기에 빠뜨리고, 급기야 열차테러까지 감행되는 순간까지 몰리며 정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는데.. 과연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마지막 그 테러를 막을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그 끈을 놓치 않는다.
(나, 이 헬멧 벗으면 죽을텐데.. 괜찮을까.. 이젠 오빠가 쓰면 안 될까.. 그래 그럼.. ㅎ)
이렇게 영화는 '퀵'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며 모터사이클의 질주본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액션 무비다. 사람 대 사람의 그런 싸움기술이 아닌, 도심을 폭파시키고 차량이 전복돼고,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건물을 넘나드는 등, 그런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CG의 활용보다는 아날로그식으로 직접 재현해 눈길을 끈다.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추격씬은 마치 성룡 영화의 '폴리스 스토리'를 보듯 활극을 선보이며, 고속도로에서 LPG가스통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대형 교통 사고의 현장은 '매트릭스'나 '미션 임파서블'의 그런 장면에 견줄만큼 스펙타클하게 잘 뽑아냈다. 우리도 이젠 그렇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외 오토바이가 건물 사이를 날거나 터널벽을 타는 등 무언가 '아크로바틱'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해, 이 영화는 비주얼로써 충만되게 보여준다.
(시사회에서 헬멧 쓴 김인권의 모습, 영화에서도 웃긴다.)
모터사이클 액션 블록버스터 '퀵', 순수 오락영화로 볼만하다.
여기에다가 이런 액션에 더해서, 코믹이 쉴새없이 나온다. 그런데 이게 계속 터지기 보다는 극 중에서 교통 경찰로 나오는 김인권의 개그가 만발하며 웃음과 실소를 오간다. 그의 그런 모습은 전작 '해운대'에서 츄리닝 차림에 보여준 그것과 거의 흡사할 정도다. 추격하다 짬뽕 국물을 뒤집어 씌거나 운좋게 폭파된 차량을 피하는 등, 그만의 역할이 그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남자 주인공인 기수의 부산 사투리의 생생하고 리얼한 대사들이 눈에 띈다. 즉 영화적 대사로 여주인공 아롬과 주고 받는 게 아니라, 일상의 단어들로 전개되는 대사의 흐름은 마치 촌극을 보는 듯 하지만 현실감은 있다. 특히 그가 이어폰 너머의 그 테러범과 대화를 보면 그러한데, 물론 그건 아롬 역으로 나와 헬멧을 쓰며 엄청 고생했을 강예원도 마찬가지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오빠!! 어서 달려~~~~)
그래서 이 영화는 둘의 청춘남녀 과거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도 하다. 그래도 누가 뭐래도, 이 영화는 모터사이클을 소재로 한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것은 이미 홍보된대로 해운대 제작진의 노하우와 대규모 물량공세로 펼쳐낸 '때리고 부수고 터지는' 액션 쾌감을 선보인 것으로,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직접 그런 고강도 액션에 참여한 스턴트맨들의 노고를 치하하듯 보여주니 그 강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노고에도 불구하고 완전 정극스런 느낌은 안 든다. 마치 100억짜리 B급스런 정서가 묻어나면서 조금은 촌극같이 한바탕 소동극의 양상을 띄는 게 다분해 보인다. 즉 진중함 보다는 가벼움, 그렇다고 마냥 가볍진 않고 그럴때마다 도심을 폭파시키고 모터사이클의 질주를 보여주며 그 가벼움을 임팩트하게 날려버린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그런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시퀀스를 선보이며 마무리를 짓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영화 '퀵'은 전형적인 팝콘무비의 순수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다. 다만 스토리 전개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런 것을 빼고 이들이 한바탕 도심에서 벌이는 소동극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진짜 '퀵서비스'의 정신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펼쳐지는 도심 테러와 모터사이클의 액션을 즐기면 그만이다. 헐리웃의 '스피드'나 프랑스산 질주영화 '택시' 시리즈 와는 무언가 색다른 한국적인 느낌의 액션무비 '퀵', 이게 해외에 진출하면 어떤 반응일지 참 궁금해진다. 특히 폭주족이었던 그들에게 이 영화는 꽤 흥미로운 무비가 될 듯 싶다. 오빠 달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5355&mid=15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