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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 - The Ca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영화의 장르 중에서 공포 호러물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없다. 비단 영화 뿐만이 아니라 책이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인데, 특히나 영화는 그것이 비주얼로 포팅이 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며 근원적 공포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공포 호러물은 이것을 즐기는 나름의 매니아층이 많다. 국외를 총망라한 수많은 종류와 작품을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그런데 이중에서 인간과 동물을 소재로 다루는 공포는 사실 흔하지는 않다. 사람 대 사람의 구도가 주류를 이루며 판타지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 동물이 들어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나 인간과 같이 해온 애완동물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라면 더욱 그러한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공포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은 그런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전에 사실 '개'가 나온다면 이게 공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 개는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어 공포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물론 미치거나 사나운 개를 소재로 공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서도.. 어쨌든 영화 '마음이'시리즈를 보더라도 '개'는 친숙함에 더 가깝다. 하지만 사람과 친숙한 동물 중에 '고양이'를 대입시키면 느낌은 사뭇 달라진다. 보통 고양이를 어떻게 보는가.. 털이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가 떠오르는가, 아니면 새벽마다 발정난 수컷 고양이의 쩨진 울음 소리가 떠오르는가.. 그렇다. 고양이는 옛부터 영물(靈物)이라 불릴 정도로 무언가 신비롭고 영적인 분위기가 발산되는 동물로 인식이 돼 온 게 사실. 물론 지금은 '애묘(愛猫)'로써 사랑을 받는 반려동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문학 등지에서 발현되는 고양이에게 내포된 그 이중성은 아직도 유효할 정도로, 고양이하면 이것저것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 이런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포물로 탄생했으니 영화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이다. 과연 그 고양이는 무엇을 보고, 죽음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 그림의 시놉시스를 보듯이, 영화의 전개는 깔끔하니 참 심플하면서 나름 매력적인 코드가 깔려있다. 의문의 살인사건이야, 사실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건 공포 호러물이든 스릴러물이든 거쳐가는 관례일 뿐이다. 사람이 죽어야 이야기가 되기에.. 그런데 이 영화는 제목에서 이미 밝혔듯이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즉 바로 그 고양이가 살인현장에 항상 있게 되고, 그것을 목격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실제 본지는 모르겠고, 아마도 촬영 당시 애를 좀 먹었을 터. 어쨌든 영화에서 사람이 네 명이나 죽은 연속된 의문사의 중심에는 항상 하얀 고양이 '비단이'가 있고, 그 비단이를 펫숍 미용사 소연(박민영)이 거두어 가면서 공포는 전개된다. 그러면서 소연마저도 그 고양이로 인해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그냥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처자라면 모르겠는데, 그녀는 사실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닫힌 밀폐된 공간을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자신의 집에 문을 다 띄어내고 지낼 정도로 말이다.
(침대 밑을 보는 고양이, 그 자체로 무언가 나올 듯한 이 장면은 꽤 공포스러운데, 보면 안다.)
아무튼 직업정신이 투철해서 애완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그 비단이 고양이에게 정성을 쏟아 돌보지만, 이게 묘하게 흘러간다. 갑자기 비단이가 안 보이고, 침대 아래로 사라져 꺼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무언가 물컹한 게 잡히는가 하면, 바닥에서 자신을 그로테스크하게 쳐다보는 미친 눈빛에 엄청 깜놀하고 마는데, 이게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 창가에서도 '갑툭튀'하고, 옷장 뒤에 숨어서 무섭게 째려보기도 해, 그 강도는 심하게 여전히 그녀를 짓누른다. -(물론 이게 다 그녀의 환청과 환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그 자리에는 항상 고양이 '비단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바로 소연을 관찰자 시점으로 지켜보는 시선을 비쳐주며 무언가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데, 이것은 결국 중반 즈음에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바로 죽은 어린 소녀 '희진'이 였다는 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창백한 소년의 미친 아우라 '주온', 이불 속 그녀도 잊을 수 없다..ㄷㄷ)
이때부터 소녀라는 정체를 드러내며 영화는 다소 식상하게 전개가 된다. 바로 고양이 눈빛으로 칠흙 같은 몰골의 그로테스크한 소녀를 보는 순간, 마치 그 유명한 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그 소년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분칠을 한 건지 밀가루을 덮어쓴 건지 모르겠지만, 주온에서 그 소년의 임팩트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여기 영화 '고양이'에서는 그것을 오마주하듯 소녀를 그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모습에 안 놀랄 수가 없다. 소위 '깜놀'시키는 수법이 알면서도 당하는 그 느낌이 거시기한 게, 이른바 귀신깜짝쇼는 제대로 표출했다. 심지어 좀비물을 좋아하는 강호조차도 무엇이 나올 걸 예상하고 헛기침에 손가락으로 얼굴을 몇 번 가렸으니 말이다. ㅎ
(박민영의 첫 스크린 데뷔작 '고양이..', 나름 성공적인 게 고양이와 잘 어울리더라..)
그런데 영화는 이런 깜짝쇼에만 급급한 느낌이 지배적으로 흐른다. 바로 소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며 이것은 바로 죽은 자의 넋을 기린다는 '원혼'으로 귀결이 되고 만다. 이미 그로테스크한 소녀를 보는 순간 눈치를 챘듯이, 역시나 그 코드로 그려낸 것이다. 어린 소녀 '희진'이 죽게 된 현장에는 고양이들이 있었고, 그 원귀가 고양이에게 덮씌어져 이렇게 연속된 의문사를 맞이하는 파국.. 그리고 여주인공은 그 어린 소녀의 원혼을 달래주었다는 이 식상한 공포물의 클리셰, 그래서 이런 흔한 설정에 기대다 보니,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어 전반이 그려낸 심플하면서도 공포스런 분위기를 상쇄키고 만다. 홍보처럼 '일상을 파고드는 죽음의 공포'가 결국은 이렇게 허망하다는 정도랄까..
고양이의 공포적 소재와 '원혼 달래기'의 클리셰, 아쉽지만 볼만하다.
하지만 나름 괜찮게 보이는 구석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영화가 꽤 조용한 스타일을 지향한다. 여타 공포 호러물처럼 야단법석을 떨지않고 전개가 된다. 이게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여기에 매번 음향효과가 한몫을 해 귀신깜짝쇼에 일조를 하며 그때마다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건 맥락없이 진행돼 다소 이벤트성으로 그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그 불길한 고양이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녀로 치환되고 마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고양이 자체의 매력을 마음껏 끄집어 내지 못하고, 결국은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어린 호소까지 하는 모양새로 그려져 공포물을 반감시키도 했다.
그래도 두 여주인공 박민영과 김예론 양의 호연은 볼만했다. 요즈음 인기있는 수목드라마 '시티헌터'에서 김나나로 열연중인 민영 처자를 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는 물론, 그녀만의 매력이 호러물에도 나름 어울려 보이기도 해 스크린 첫 데뷔작 치곤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여기에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을 울렸던 소녀 김새론의 여동생 '김예론' 양의 '주온'같은 분장과 호러 연기는 정말 볼만했다. 특히 그 고양이 눈은 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영화는 '당신의 심장을 조이는 매혹 공포'와 '일상을 파고드는 죽음의 공포'라는 홍보로 눈길을 끌고 있는 전형적인 공포 호러물이다. 물론 연속된 의문사로 모두의 죽음을 지켜본 유일한 두 개의 눈 '고양이'를 데려다 그리며 나름 공포 분위기는 조성이 됐지만, 마치 '전설의 고향' 시리즈의 오래된 떡밥이자 고전 한국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인 '원혼 달래기' 모드로 귀결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즉 색다른 맛이 떨어지는 것으로, 그게 단지 고양이가 들어가 독특했지만 그마저도 소녀에게 귀결돼 매혹감을 반감시켰다. 그래도 영화는 고양이라는 소재로 죽음을 연관시켜 그려나가며 유기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이슈로도 눈길을 끌었다.
그래도 남는 건 장르적 쾌감인데, 이게 깜짝쇼에 그치지 않고 뚝심있게 끝까지 그려냈다면..
고양이가 '죽음을 본 두 개의 눈'은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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