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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 The 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SF 판타지 액션물로 미래를 구하는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이블'만 빼면 제목은 같아진다. 레지던트(Resident), 어떤 '거주자'의 뜻으로 표현되는 이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액션도 아닌 포스터를 보다시피 '매일밤 누군가 당신을 훔쳐본다'는 문구대로 스릴러 장르다. 그래서 꽤 기대가 되고, 이런 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한층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영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뻔하고 임팩트한 맛이 떨어져 기대에 크게 부흥하지 못했다. 차라리 이런 코드라면 좀더 가열하게 슬래셔급으로 나가던지, 영화는 그것도 아니게 꽤 드라마적으로 관조하듯이 펼쳐낸다. 오로지 한 여자의 동선만 쫓듯이 말이다. 물론 그 동선을 쫓는 시선은 그 여자를 구멍 너머로 지켜보는 한 남자를 대비시켜 그려냈다. 그래서 그게 이 영화의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영화에서 내건 범행이 밝혀진 상태에서 몰입감과 스릴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때꾼하게 만들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홀로 서기를 결심한 줄리엣(힐러리 스웽크)은 운 좋게 뉴욕에서 손꼽히는 전망의 넓은 집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 이사 온 집은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고, 밤마다 지하철 철로에서 기괴한 소음과 진동이 울려대는 등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른다. 친절하고 배려심 많은 집주인 맥스(제프리 딘 모건)와 가까워져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던 줄리엣. 그런데 그녀의 주변을 전 남자친구가 서성이며 미행하기 시작하고, 이웃집 할아버지는 수상한 호의를 베풀며 그녀를 감시하는 것만 같다. 어느 밤부터, 줄리엣은 누군가가 훔쳐보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기운을 느끼면서 점점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철두철미한 그녀가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결국, 집에 CCTV를 설치하게 되고, 줄리엣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되는데…….
![](http://pds22.egloos.com/pds/201106/07/73/a0106573_4decf0f53777e.jpg)
(주인집 남자 '맥스'와 세입자 '줄리엣', 둘은 이렇게 연인처럼 지내나 싶었는데..)
먼저 이 영화는 오로지 한 여자의 동선과 그녀가 대하는 인물 두 남자(집주인과 전 남친)에 대해서만 그려지고 있다. 초반 그 이상한 낌새의 할배가 있었지만서도, 여기 잘 나가는 외과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줄리엣은 전 남친과 절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홀로 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찾게 된 도시 한복판에 전망이 좋은 큰 집, 영화는 그 집에서 미로같은 사투를 펼쳐야 하기에 집도 나름 꽤 크다. 여자가 혼자 살기에는.. 그래서 영화 때문에 그런 세트를 일부러 찾아 꾸민 것 같은데, 문은 다 열어놓고 그 넓은 침대에 혼자 떡 허니 잠드는 그녀의 배포가 놀라울 정도?! 역시 큰 집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냥 지하방에 사골세나 얻지.. ㅎ
그러면서 초장부터 친절하고 배려심 좋은 따도남 스타일의 집주인 맥스가 줄리엣에게 접근한다. 아주 친절하게도. 줄리엣도 싫은 눈치가 아니다. 그렇게 새로운 남친을 사귀는 분위기가 되나 싶었지만, 맥스는 그리 친철한 남자가 아닌 나쁜 남자였던 거. 변태적 관음증으로 이 여자 줄리엣을 밤마다 어느 음습한 곳에서 구멍으로 지켜보고 몰래 포도주나 음식에 마취제를 타는 등, 그렇게 깊게 잠든 그녀에게 찾아와 희한한 짓을 하는 등 한마디로 사이코 기질의 변태성욕자다. 줄리엣의 손가락은 왜 빠는지..ㅋ 결국 줄리엣은 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에 집에 CCTV를 설치하게 되고, 그 녹화된 화면으로 맥스가 그런 저질남임을 알게 되면서 그 집에서 둘은 사투를 벌이게 되고, 그 와중에 둘 중에 하나가 파국을 맞이한다는 이야기..
![](http://pds20.egloos.com/pds/201106/07/73/a0106573_4decf10b2ed5a.jpg)
(바로 본색을 드러낸 맥스, 그는 변태 관음증으로 그녀를 계속 지켜봤던 거. 날 사랑해줘잉~)
변태 관음증의 시선에 대한 스릴러 '레지던트', 임팩트한 맛이 없다.
영화가 이렇게 어찌보면 전형적인 사이코 스릴러의 양식을 띄고 있다. 한 여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좋아하게 된 한 남자가 변태적 관음증에 빠져 매일 구멍으로 여자가 목욕하는 걸 보고, 마취제로 잠든 여자의 손가락을 빨고 옷을 벗기고 그짓을 할려고 하는 등, 전형적인 변태성욕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가열해 보이지는 않는다. 보통의 사이코 스릴러가 보여주는 피와 살이 튀는 살육전의 양상으로 점철된 하드고어식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둘의 모습에 사투가 펼쳐지는 점에서 일견 와 닿기도 한다. 그 집 내부에 그런 거대한 음습한 밀실이 있는 게 의외긴 하지만서도. 어쨌든 영화는 한 여자와 남자의 동선을 쫓으며 너무나 무미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그려낸다. 이게 스릴러물로 꽤 임팩트가 떨어지는 패착인 된 셈인데, 한마디로 심심하다는 거.
아무튼 홍보 전단지에 나온 '매일밤, 낯선 남자가 당신 켵에서 잠든다!', '당신을 탐하는 은밀한 시선'이라는 문구는 분명 끌리는 요소긴 하다. 그리고 여기에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 등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의 연기파 배우인 '힐러리 스웽크'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슈퍼맨 리턴즈>, <스파이더 맨> 제작진이 선보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가 뭉쳤다는 드립과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에 누군가가 훔쳐보는 불길한 느낌으로 점철된 스릴러라는 홍보가 정말 무색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줄리엣 역의 '힐러리 스웽크'가 아주 일상적인 모습에서 공포에 빠지는 호연을 펼친 건 볼만했지만, 그녀만이 돋보일 뿐 스릴러 장르로써 매력은 마음껏 발산이 안 됐다. 대신에 한정된 공간인 '집'이 주는 그 장치적 소재는 나름 살린 느낌이 들지만, 나중에 그 집에서 벌어진 둘의 사투도 그다지.. 이게 다 너무 가열한 슬래셔급 스릴러에 익숙해서일까? 약해, 약해.. 모든 요소들이 때꾼하니 심심한 스릴러 영화 '레지던트' 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류는 좀더 가열하게 그려야 하는데, 아니면 밀도감있는 연출을 하던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