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기수이자 인기 작가를 꼽는다면 국내 팬들은 '위화'와 '쑤퉁'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우리네 삶과 인생사에 대한 패러독스와 풍자 속에서 유머와 위트가 점철돼 관조적인 시선으로 일상스럽게 그려내는 작품들이 많다. 그러면서 때로는 그런 이야기들은 중국 인민들의 삶이 지난하면서 질퍽하게 그려져 깔끄장한 기분까지 들게 만드는 게, 이 둘 작가의 주특기이자 그들만의 사실주의적 색채감이다. 물론 강호는 이 두 사람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모두 섭렵해 읽어 봤다. 그렇기에 '위화'라면 어떻고 '쑤퉁 이라면 어떻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그런데 읽기로는 '위화'의 주요 세 작품인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와는 다르게 '쑤퉁'을 더 많이 읽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쑤퉁에 더욱 끌리기도 한데, 그러다가 주말에 우연찮게 또 하나의 중국소설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중국문학의 아버지이자 거장이라 불리는 '루쉰'이나 '바진'과는 물론 다른 느낌으로 와 닿지만, 바로 지금의 중국 현대문학의 또 다른 기수이자, 60년생 위화보다 63년생 쑤퉁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58년 개띠 생인 바로 '류전윈'(劉震云)이다. 류전윈?! 그는 누굴까? 그의 대표적인 소개를 먼저 한 번 보자.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 위화, 쑤퉁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인 류전윈은 현재 1급 작가 신분으로 루쉰문학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중국 주요 문학상을 모두 수상했고, 작품 중 다수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1958년 중국 허난성 옌진현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베이징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농민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중국 소시민의 일상사를 그린 <닭털 같은 나날>은 ‘20세기 100대 세계명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블랙 유머와 자조 어린 필치로, 형이상학적인 거대 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현실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통해 개인과 조직, 역사의 문제를 아우르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 《핸드폰》,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 《나는 유약진이다》,《닭털 같은 나날》 등이 있다.  



이렇게 그의 소개를 보듯이 간단히 말해서 '류전윈'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또다른 신사실주의 작가로 아주 유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도 안 보고 단박에 두 권을 우선 컬렉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로는 7권 정도가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최신 개정판 <닭털 같은 나날>과 다소 두꺼운 소설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은 인팍에서 반값에 컬렉했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의 소설들일까, 간단히 소개해 본다.

우리네 '일지계모'같은 일상의 이야기 '닭털 같은 나날', 재미보장?!

먼저 '닭털 같은 나날'이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닭털이 날리는 일상을 그린 이야기로, 조금은 낯설은 고사성어 '일지계모'(一地鷄毛’)로 함축된다. 즉, 닭을 잡은 뒤에 피와 털이 난무하는 비참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하고,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상황이나 허섭스레기 같은 일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로 이 소설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바로 장편은 아니고 '닭털..'을 포함해 중편 3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 이야기말로 우리네 일상에 대한 풍자와 중국 소시민의 일상이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다. 이미 앞에 띄지에도 있듯이 소설가 황석영은 그의 작품에 대해 "대단한 작가다. 지옥 같은 세상을 능청스럽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다"며 강추한 작품이다.

그러면서 온 세계를 뒤엎은 보통사람들의 고단하고 쓸쓸한 일상을 드러내면서, 어째서 대지에 펼쳐진 인간의 역사가 끊임없이 변화를 가져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고 평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수록된 '기관'이라는 이야기는 특수한 조직 시스템과 그 안에 속해 있는 개인들의 관계를 그렸고, '1942년을 돌아보다'는 위정자와 권력의 속성을 그린 르포 형식의 기록문학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세 편 다 일상을 통해서나 그 어떤 조직과 권력을 통해서 그려낸 사실주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리얼리스트라 평하는 '류전윈'만의 현대 중국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과연, 이 소설을 통해서 얼마나 '닭털 같은 거기시한 나날'인지 만나보자. 

닭털 같은 나날 - 10점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밀리언하우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설은 앞에 표지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다소 두께감을 자랑하는 <고향 아래 노란 꽃>이라는 작품이다. 제목만 봐서는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이 소설은 그런 기운과는 조금은 다르게, 중국 어느 마을의 반세기에 걸친 정권 교체 과정을 그리고 있는 좀 묵직한 작품이다. 바로 3대에 걸친 원수 집안 간의 갈등, 지주와 소작인의 대립, 그리고 인민들끼리의 권력 투쟁, 갈등과 대립, 투쟁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게 이 소설의 플롯이자 기본 줄거리다.

근·현대의 중국의 속살을 그대로 담아낸 장편소설 '고향 아래 노란 꽃'

그래서 얼추 얼개만 봐도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주제로만 일관된 소설은 아니라는 평이다. 결국에 소설의 방점이 찍히는 곳은 피를 흘리면서 겪는 고난 자체가 아니라, 그 고난 속에서 중국인들이 생존을 의탁하는 삶의 무기인 유머와 해학적 철학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류전윈'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거. 그렇기에 이 장편소설은 의미가 꽤 큰데, 600여 페이지가 넘는 긴 장편이기에 이야기는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청나라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들어선 첫해, 촌장이 피살되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2부는 '귀신'이자 '태군'님 일본군이 점령한 1940년, 마을 사람들이 학살당한다. 그리고 3부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고 난 1949년, 지주 리원우가 소작농 출신 자오츠웨이에게 맞아죽는다. 그리고 4부는 문화혁명시기이던 1966년부터 약 3년간, 권력 투쟁의 틈바구니에서 수백 명의 조직원들이 충돌, 사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데, 그 무게처럼 대작의 기운이 풀풀나는 장편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역시나 여러 말이 필요없는 류전윈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 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옮긴이가 해석해 적은 게 있다. 바로 '죽음의 연대기'란다. ~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이라는 제목의 '노란 꽃'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민속학 자료에 의하면, '근대에 들어와 중국의 장례 풍속이 서구의 영향을 받아 간소화되면서, 죽은 자와 작별하거나 망령을 추모할 때 왼쪽 가슴에 자그마한 노란 꽃 한 송이를 다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므로 '노란 꽃'이란 '죽음의 꽃'을 말하고, 이 소설의 제목을 '고향 마을 죽음의 연대기'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 김재영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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