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의 눈 - Julia's Ey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위의 영화 포스터를 보듯이 눈에 붕대를 감은 여인 뒤에 선 남자의 그림과 '시력을 잃기 전, 놈을 찾아야 한다'는 문구부터가 단박에 눈길을 끌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스페인 영화다. 물론 장르는 미스터리가 내재된 공포 스릴러로 기존의 헐리웃이 포팅된 그림과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가 색다르게 감지된다. 그렇게 잔혹하지 않으면서도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스산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자아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즉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지켜야할 덕목 중 하나인 긴장감의 유지와 몰입감,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충분히 스릴러적 재미로 포팅된 나름 수작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후반 20 여분 범인과의 사투는 그 흔한 사이코 스릴러로 치환돼 다소 불민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후천성 시각 장애라는 소재를 가지고 꽤 밀도감있게 보이듯 안 보이듯 주인공 줄리아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며 주목을 끌었으니, 이 영화 <줄리아의 눈>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시력을 잃기 전, 놈을 찾아야 한다

선천적 시력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줄리아는 같은 증세로 이미 시력을 상실한 쌍둥이 언니 사라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는다. 언니의 자살에 의문을 품은 그녀는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기묘한 분위기의 수상한 이웃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라의 남자친구,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남편의 이상한 행동들… 파헤칠 수록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가고, 그러던 중 남편의 실종으로 더욱 큰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줄리아. 그녀의 시력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하는데….



쌍둥이 언니의 죽음 뒤, 줄리아마저 시력을 잃어가며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초반부터 꽤 스산하게 포문을 연다. 어느 시력을 잃은 여자가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어딘가를 향해 말을 하더니 지하실로 내려가 그곳에서 목을 매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터지는 플래쉬 세례.. 그 죽은 여자는 줄리아의 언니 '사라'다. 동생 줄리아는 언니의 자살 소식에 놀라며 쌍둥이 언니를 가슴 속에 묻으려 하지만, 단순 자살이 아닐 거라는 의문을 품고 남편 이삭과 함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몇몇 이웃과 줄리아를 알게 모르게 뒤쫓는 정체 불명의 인물까지, 줄리아 주변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남편의 이상한 행동까지 의심이 들게 만들지만 그마저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러면서 줄리아도 자신의 언니처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며 그녀는 궁지로 몰린다.

어서 빨리 언니를 자살하게 만든 아니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줄리아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붕대를 2주 동안 감고 있어야 하는 미션이 던져진다. 그 안에 붕대를 풀면 수술의 성과는 말짱 도루묵이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이 미션을 지키려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오게 되고, 그녀를 돌봐줄 간병인 '이반'이 그녀에게 찾아온다. 그런데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 목소리다. 이때부터 영화는 이 둘의 상황을 좇으며 그리고 있는데, 이반의 얼굴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이 남자가 혹시 범인이 아닐까 의심을 하면서 긴장감을 갖게 되는데, 그 의심은 여지없이 그렇게 흐르는 구도로 간다.

결국 그 간병인 '이반'은 살인마였고, 무언가 미친 자아도취와 여자에 대한 변태적 마인드로 '눈'에 집착하는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줄리아는 이 살인마와의 사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녀의 시력은 다시 되돌아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줄리아의 눈은 이 세상 밖 우주까지 보고 싶어한다.



'시각 장애'를 소재로 한 색다르고 감각적인 스릴러 '줄리아의 눈'

이렇듯 영화는 다분히 스릴러적 코드로 포팅된 영화다. 이런 시각 장애를 소재로 그린 영화들이 보통은 따뜻한 인간애를 그렸다면, 이 영화는 그런 시각 장애로 궁지에 몰린 한 여자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쌍둥이 언니의 자살을 믿지 않고, 범인을 찾으려 애를 쓰지만 그녀마저도 시력이 악화돼 붕대까지 감은 상황까지 몰리며 이 영화는 꽤 스릴감을 선사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가 범인인지 모른 채 인도하는대로 따르는 그녀, 종국에는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그녀, 그래서 살기 위해 미리 붕대를 풀고서도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 줄리아의 모습은 긴장감을 유발시키에 충분하다. 특히 이반이 칼끝을 그녀에 눈에 대고 의심하는 장면이나 냉장고에 얼려둔 사체를 확인케 하고, 커피잔에 약을 타며 잔이 바뀐 상황까지.. 이 사이코패스와의 맞닥뜨리는 상황은 최고의 몰입감을 주기에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에서 물리적인 어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음향효과로 나름 꽤 깜놀케하는 구석이 있다. 특히 신체 훼손등의 잔인한 장면은 배제하고, 물론 이반이 자신의 어미 눈에 주사기를 꽂는 건 깔끄장했지만, 잔인함 보다는 의문과 은유적으로 표출된 공포를 시각화화는 솜씨로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시각 장애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로 꽤 그럴싸하게 스릴러로 포팅해 초중반까지 몰입감을 주며 지켜보게 했는데, 다만 범인이 밝혀지고 나서의 사투는 흔한 사이코패스적 스릴러로 치환돼버려 아쉬운 구석은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기존 헐리웃의 과도한 스릴러와는 다르게 꽤 담백하면서도 잔잔하게 때로는 감각적으로 그려낸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 놓인 죽음의 진실과 공포, 줄리아의 눈은 마지막까지도 보고 싶어 했다. 저 우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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