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 Vanish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영문 제목 ’Vanishing’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어떤 ’사라짐’에 대해서 그린 스릴러 영화다. 그러면서 영화 홍보대로 2011년 첫 미스터리 재난 스릴러라 표방하며 제대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 여기에 한몫한 것은 아마도 트레일러 영상에서 나름 임팩트하게 보여준 것 중에 하나, 바로 하늘에서 비행기가 수직으로 낙하해 폭파되는 장면 때문일지 모르겠다. 즉 그 장면으로 인해서 이게 무슨 재난 블록버스터쯤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하지만 영화는 그런 스케일로 승부하는 영화가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것을 믿고 봤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인 영화가 <베니싱>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류의 재앙을 다루었다는 근사한 소개처럼 근원적 접근법으로 다가가 잔잔하면서 다소 허영끼가 충만한 기품으로 그려낸 느낌이 다분하다. 그것은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로 인해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하늘로의 재림인 ’휴거’를 연상케하는 오마주로 나름 눈길을 끌었지만, 이마저도 사실 스릴러 장르가 갖춘 긴장감을 주기엔 부족하고 심지어 때꾼하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모든 게 사라지고 남게 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베니싱>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유도, 경고도 없이 세상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대정전이 있던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출근길에 나선 TV 리포터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는 거리 곳곳에 허물처럼 벗겨진 옷가지, 주인 없이 나뒹굴고 있는 자동차들까지, 도시 전체의 인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한다. 급히 방송국에 간 루크는 어둠이 덮쳐 사람들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충격적인 영상을 보게 되고 그에게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어둠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7번가 술집에서 모인 생존자 4명, 과연 누가 살아남았을까?)

이렇듯 영화는 네 명의 인물만 남겨두고 모든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평온했던 일상에서 갑자기 대정전이 일어나 모든 게 사라지고 멈추고 심지어 전기마저 끊어져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다. 아니 여기 7번가 동네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어둠의 악령?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의 사투가 펼쳐지는데, 그런데 그게 가열한 사투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냥 빛을 따라서 움직일 뿐,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언제든 급습하는 검은 그림자를 피하는 게 다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 주인공 격인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암흑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자가발전으로 유일하게 빛을 내는 7번가 술집을 찾아내고, 그 곳에서 다른 생존자들과 만나게 된다. 영사기사 폴 (존 레귀자모), 물리치료사 로즈마리 (텐디 뉴튼), 술집 주인의 아들인 흑인소년 ’제임스’, 특히 이 소년은 엄마 찾기가 목적이다.

4명의 남겨진 생존자들, 어둠의 그림자로부터 빛을 찾아 살아남기

이렇게 4명이 이제부터 어둠과의 사투를 펼친다. 그렇다면 종국에는 ’누가 살아 남았을까?’가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되면서 그것을 나름 지켜보게 만든다. 그러면서 각자 생존 아이템인 양초, 라이터, 해드랜턴을 들고 버티지만 실시간으로 급습하는 어둠의 그림자 앞에선 그들은 미미한 존재로, 순식간에 그 어둠에 쌓이면 발가벗겨져 옷만 남기고 어디로 사라지는 거. 그렇기에 영화는 그런 묘사에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목을 끄는데, 그것은 이른바 실체가 없는 공포와 실종이라는 근원적 소재로 다가온다.

그래서 마치 나름 인기를 끌었던 재난 스릴러 영화 <미스트>에서 안개 속에 쌓인 실체없는 괴수를 접하는 듯한 모습의 작법을 쓴듯한 게, 그것도 과학적인 현상이 아닌 초자연적 현상의 공포에 초점을 맞추며 그린 느낌이 다분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사실 공포스럽기 보다는 ’왜 사라질까’의 의문으로 화두를 던진 느낌이 많다.


(인류에 남겨진 두 꼬마, 이들은 아담과 이브?!, 아니면 무얼까?)

’휴거’적 모양새, 어둠과 사라짐의 공포가 때꾼한 영화 <베니싱>

그것은 결국 살아남은 두 사람을 통해서 묵시록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인류가 ’베니싱’ 현상으로 재앙을 맞이하며 다 사라졌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리셋?이 된다는 느낌처럼 그려낸 게 아닐까. 위에 남겨진 두 꼬마들을 마치 아담과 이브 그리고 말이 먹었던 사과.. 이렇듯 영화는 꽤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내는 모양새를 취하며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설정은 전설적인 실종사건이었던 1585년 5월 영국 식민지인 로어노크섬에서 115명의 정착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뭐.. 다 좋다. 지금도 버뮤다 삼각지대만 가면 사라지는 현상이 아직도 회자되는 가운데, 이런 일종의 ’사라짐’ 현상은 낯선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여기 영화처럼 재난의 소재로 다뤄지고 마치 인류를 향한 재앙의 경고처럼 ’휴거’의 모양새를 띄었지만, 영화가 안고 있는 공포 스릴러 장르로써 매력은 사실 그렇게 돋보이지 않고, 때꾼하게 밋밋할 뿐이다. 어둠과 공포 그리고 사라짐이라는 이 근원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잔잔한 재난 스릴러처럼 그려낸 앤더슨 감독의 역량이 대단할 뿐, 영화 자체적으로 매력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영화 <점퍼>에서 전세계 어디든 분리이탈로 넘나들며 주목을 끌었던 신예 매력남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여기서도 그렇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대신에 영영.. 그것도 참 때꾼하게 말이다. 아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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