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탐정 정약용 1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권의 역사소설 아니 역사를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더군다나 그런 장르에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민본정치를 펼치고자 백성을 위무하고 정조대왕 사후 곧바로 탄핵을 받아 저기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를 간 인물, 그 과정에서 많은 저서 <목민심서> 등을 집필하며 우리에게 지성파 문관으로 아직도 뇌뢰에 박혀있는 인기 만점의 역사 속 인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바로 이 책에선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어떤 위인전처럼 그의 일대기를 그린 것은 아니고, 그는 조선시대에 여러 관직을 두루 거쳤는데 인생 중반기에 '형조참의'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활약상을 그린 역사 추리소설이다.

즉 조선시대 미해결 사건들 특히 살인사건과 관련돼 다시 재심해서 범인을 추포하고 형을 가하는 이른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퀀스로 이 소설은 이목을 끌었다. 물론 영화는 미제로 남겨지게 되었지만, 여기선 어떻게든 해결을 한다. 그렇기에 사건을 되짚어 본다는 액면 그대로 '살인의 추억'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될 터. 대신에 하나의 사건이 아닌 1권에서는 8개의 사건을 다루며 정약용이 당시 처한 상황과 정조의 막후정치를 큰 줄기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과연 조선시대 실제 벌어졌고, 임팩트한 사건들은 무엇인지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물론 이 사건들은 <흠흠신서> 등에 모두 기록된 살인 사건들이다.



먼저 각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기 주인공은 정약용을 위시로 네 명의 주요 인물들이 있다. 즉 이들이 조선의 CSI라는 '별순검'처럼 사건을 조사하는데, 형조참의 정약용과 함께 형조 서리 출신의 검률 '장영달', 오작인(검시인) '여리', 그리고 종사관 '이여철', 이렇게 주로 4명이 활약을 하며 나름 막강한 수사력을 과시한다. 정말로 케이블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류승룡 주연의 그 별순검을 보는 듯 하다. 또한 면면들도 좀 재미난 구석도 있는 게, 장영달과 이여철 부인들이 색을 밝히는 등 지대고, 특히 여리는 남장여자로 나와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며 극의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한다. 읽어보면 안다. ㅎ

정약용과 4명의 별순검이 조선의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파헤친다.

우선 제1화 '조선에 유령이 나오다'(운주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편은 제목 그대로 운주 지방에서 부녀자 다섯이 죽은 사건, 그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며 마지막으로 죽은 여자의 남편의 동생, 그는 바로 내시였다. 그렇다면 그가 범인이었을까.. 그런데 왜 남자 구실도 못한 그가 어떤 원은이 있길래..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보는 시퀀스로 첫회부터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제2화 '저수지에 떠오른 일곱 사람의 시체'(황해도 재령의 이경휘 옥사사건)는 볏단 두 단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워 일가족 7명을 자살하게 만든 이경휘에 대한 사건으로, 이미 여론은 그를 사형에 처하라고 하는데 실정법으론 안 되는 상황에서 조선시대 법리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법을 좀 알거나 공부한 이들에게 꽤 의미있는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제3화 '삼매의 서방은 아침에는 이가, 저녁에는 장가'(한성부 서부 조명근의 옥사) 편은 개인적으로 제일 쩌는 이야기로 꼽고 싶을 정도로, 조선후기 최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정삼매'라는 요부의 이야기다. 그냥 동네 외관 남자와 간통한 사건인 줄 알았는데, 그녀와 거시기한 이들이 조정의 실세들로 대거 연루되며 정조시대 '어우동'을 보듯 가열하게 펼쳐진다. 마치 우리시대 장자연?을 보는 듯 한데, 그러면서 정조를 어릴적에 돌봐준 봉보부인 성씨와 그 할매가 양자로 들이게 된 우부승지 '이정행'의 과거지사까지, 이 편은 재미는 물론 역사 지식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여튼 '정삼매' 이 여자 '어우동' 저리가라다. 한둘이 아니다..ㅎ

제4화 '복수인가 살인인가'(전라도 강진의 윤항 옥사사건) 편은 윤씨네 가족과 친지가 얽혀서 아비를 죽게 했다는 이유로 원수를 살해한 뒤에 엽기적으로 배를 갈라 간을 씹어 먹고 창자를 몸에 감고 관청에 자수한 '윤항'의 재판사건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조선시대 정당방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즉, 명시돼 있듯이 조선시대 법은 부모가 살해당하거나 폭행을 당할 때 현장에서 상대방을 살해하면 무죄가 되고, 간음한 현장에서 상대방을 살해해도 무죄가 된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하여 유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윤항은 시일이 지나 원수를 살해했기에 죄를 면하기 쉽지 않은데, 과연 조선의 명판관 정약용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제5화 '부패한 자들을 숙정하라'(형조판서 윤사국 파직 사건) 편은 제목처럼 정조가 부패한 자들을 숙정하라는 감찰을 정약용에게 내리면서 관리들끼리 뇌물을 주고 받으며 청탁을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붙잡혀온 '이동석'의 아비이자 전 영의정 '이존경'이 자살하면서 일대 파문이 불거진다. 결국 당시 형조판서 '윤사국'이 며칠 만에 옷 벗은 사건, 그만큼 정조시대 부패척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6화 '세 여인의 원망이 5월에 서리를 내리게 하다'(평안도 삭주부사 민치신의 권력 남용사건) 편은 민치신이라는 관리가 삭주부사로 있으면서 오초현의 3형제에게 곤장을 때려 3형제가 죽음을 당한 사건이다. 이에 그들 부인들이 '격쟁'(擊錚, 임금 행차시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통해서 이 사건을 의뢰한 것인데, 하지만 민치신은 큰 죄 없이 파직만 되고, 그것이 바로 군령의 집행으로 처리된 사건이 되고 만다.

제7화 '한 밤에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경기도 파주 김진하 옥사사건) 편은 파주 지역의 한 관리가 촌에서 물대기 싸움으로 불거지자, 어느 한 과부를 죽기 직전까지 치도곤을 내고, 그를 묵과해주며 뇌물까지 먹은 파주 목사 '이장한'을 무기한으로 북청으로 유배시킨 사건이다. 탐욕스런 관리에 대한 서릿발 같은 판결이 일품이다. 제8화 '여자의 이빨에 물려 죽은 사내'(황해도 평신 김대한 옥사사건) 편은 두 김씨 김초동과 김연석이 싸우다 한 사람이 익사하자, 김대한의 숙질과 사촌 등 6~7인이 가담해 김연석을 몰매질해 죽게 한 사건으로, 이 사건은 특히 실인(實因, 사인)을 밝히는데 중점으로 펼친다. 그러면서 남장여자 여리를 짝사랑한 정조의 대내시위로 있는 '김경방'의 이야기와 막후에서 정조를 죽이려는 이정행의 음모까지 그려져 흥미를 유발시킨다.



역사 추리소설 속, 정약용 활약과 정조시대 상황들이 담겨져 있다.

이렇게 여기까지가 '조선 명탐정 정약용'의 1권 내용이다. 그렇다. 한 권짜리가 아니라 두 권으로 되어 있고, 이야기는 그래서 연결이 되어 있다. 물론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살인 사건들과 억울한 사연들을 담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정약용과 그 주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정조시대의 정치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이른바 노론에서 양분된 두 세력들 중 사도세자 죽음의 정당성을 주장한 김상로, 김귀주, 심환지 등 벽파(僻派)와 사도세자의 장인으로 세손의 보필을 맡았던 홍봉한 일파의 시파(時派), 그리고 봉보부인 성씨와 우부승지 이정행의 악행까지 다루며 이야기를 전개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가 이수광이 역사 팩션소설의 대가답게, 정약용이 사랑했던 여인이자 남장여자로 분한 오작인 '여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투입시켜 역사 팩션으로써 재미는 물론이요, 역사적 팩트로써 다가오는 정조시대의 정치 상황과 그만의 어찰정치를 보이는 등, 이 소설은 여러가지 지적인 재미와 흥미를 한꺼번에 선사하고 있다. 물론 한편으로 이야기들은 별순검처럼 각 에피소드처럼 다루지만, 그 중심에는 정조와 정약용의 이야기가 있음이다. 과연 2권에서는 어떤 조선판 '살인의 추억'을 다루고,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해 본다. 커밍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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