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역사소설 신간 <노보우의 성>이 강호의 레이더에 포착되면서 설 연휴 전 지르고 이렇게 컬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소설이다. 주로 미스터리물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사회적 풍자와 위트가 가득한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 사색케하는 인생소설로 유명한 '오기와라 히로시', 그리고 젊은 작가이자 비판적 지성과 풍자가 돋보이는 '이사카 코타로' 등 현대적인 느낌의 대표작들을 접했지만 이렇게 일본 역사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더욱더 끌려서 인팍에서 '2월 북피니언'도 받을 겸 구한 것인데, 과연 이 책은 무슨 소설일까? 간단히 책을 소개해 본다.



먼저 이 책은 앞에 띄지의 홍보대로 출간되자마자 일본 소설부문에서 12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 연출과 '국민배우'라 불리는 '노무라 만사이' 주연으로 2011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우리에게 꽤 낯설은 '와다 료', 1969년생의 젊은 작가가 이 한 권의 소설로 돌풍을 몰고 온 것인데, 일본 영화계의 권위 있는 각본상인 '기도 상(제29회)'을 수상한 극본 [시노부의 성]을 모태로한 소설이다.

히데요시 대군에 맞선 얼간이 사령관 '노보우'의 공성전, 재미보장!

내용은 16세기 말 간토 지방의 시골 성인 오시 성을 무대로, '노보우 님'으로 불리며 영내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성주의 사촌동생 나리타 나가치카가 뜻하지 않게 총사령관이 되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에 맞서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다. 즉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에 맞선, 누추한 시골 성의 사령관의 활약상 그린 게 이 소설의 플롯인 거. 여기서 '노보우'라는 뜻은 우리말의 '얼간이'로 불리는 것으로 실제 '노보우'는 '나리타 나가치카'라는 일본역사의 실존인물로 1590년,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히데요시의 대군을 500여명의 병사들과 맞선 무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승패가 뻔한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통해 진정한 무사의 본보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돈키호테 같은 느낌도 있어, 좀처럼 복종할 줄 모르는 무장들과 개성 강한 백성들과 함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성을 지켜 나가며 읽은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작가 '와다 료'는 이러한 실존인물에게 '얼간이와 현명한 장수'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불어넣으며 독특한 개성을 그려낸 것인데, 보다 자세한 시놉시스는 이렇다.

   
  얼간이 사령관이 히데요시 대군을 무참히 뭉개버리다!

덴쇼 18년(1590년).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끝까지 반기를 드는 간토지방의 성들에 뜨거운 맛을 보여줄 작정이다. '간토지방의 제왕' 호조가문의 보호를 받으며 100년 넘게 영지를 유지해온 오시 성의 나리타 가문은 명분과 실리를 오가며 고민에 빠져든다. 그사이 '히데요시의 오른팔' 이시다 미쓰나리가 대군을 이끌고 성을 포위한다.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시 성의 총사령관이 된 이는 농사꾼에게조차 '노보우(얼간이)'라 불리는 성주의 사촌, 나리타 나가치카. 쉽게 승부가 갈릴 것 같은 전투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엉뚱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듯 얼간이 사령관과 히데요시 대군의 대결이라는 그 구도 속에는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반전 등의 재미와 유쾌한 감동까지 선사하는데, 특히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재미의 독특함으로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들은 여느 역사소설의 인물들처럼 어깨에 힘을 쥐고 천하제패에 목숨을 거는 위인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오히려 그러한 야망을 품은 자들에게 맞선, 이름 모를 개개인들로 히데요시의 대군을 맞닥트리게 된 작고 누추한 시골 성의 사람들이 주인공이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소설이 그들의 삶에 담긴 희로애락을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보여주며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소설은 2008년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고, 2009년에는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기도 해 인기몰이를 계속하며, 이렇게 국내출판사 '들녘'에서 번역 출간돼 올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역사소설이 단박에 끌리는 이유다. 어찌보면 흔한 역사소설일 수도 있지만,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 앞에서 굴하지 않고 버틴 오시 성을 지킨 얼간이 '노보우'. 과연 그는 누구이며, 진정 바보의 탈을 쓴 '초절정 고수'인가? 아니면 '전투의 신'인가? 이런 물음과 의문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지만 종국에는 '도대체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명제를 던지며 눈길을 끌었으니, 일본역사상 가장 기이한 전투가 벌어지는 그 현장을 이 소설로 생생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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