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무기 견인 도시 연대기 3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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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라이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필립 리브'가 만들어낸 본격 SF 모험 소설인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는 전 세계의 팬을 확보할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 됐다. 이미 국내에도 그 시리즈가 3편까지 나오면서 이런 유를 좋아하는 SF소설 팬들에게 나름의 인기를 구가했는데, 벌써 3편까지 나왔고 이제 마지막 4편만을 남겨두고 있다. 강호는 물론 이 시리즈를 다 읽어 봤다. 1편은 '60분 전쟁'으로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간들로 다시 재편돼 '도시진화론'이 대두되며, 이른바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세계를 배경으로 땅 위를 달리며 작고 약한 도시들을 집어삼키던 런던이 '반 견인 도시' 세력을 무릎 꿇리려다 스스로 멸망한 것이 1권 <모털 엔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2권 <사냥꾼의 현상금>은 얼음으로 둘러싼 차가운 도시 앵커리지에서 벌이지는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의 모험담이 주를 이루며 제대로 된 어드벤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3편은 그 앵커리지가 사냥꾼 도시 '아크 에인절'로부터 위기에서 탈출해 멸망하지 않고 북아메리카 바인랜드의 호숫가에 정착하며 산지 16년 뒤의 이야기로 여기서 주인공은 바로 톰과 헤스터가 낳은 열여섯 살 소녀 '렌'이다. 그렇다. 바로 이 10대 소녀 '렌'이 이야기의 중심이자 매개체다. 즉 이 소녀로 인해서 사건이 벌어지고 톰과 헤스터가 이 딸을 구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벌어지는 어드벤처다. 그런데 전편들과 달리 이 3편은 그렇게 스케일이 크거나 SF적인 스펙파클한 맛은 떨어진다. 물론 후반부에 그런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드라마적으로 전개되며 잔재미로 가득한 모험 소설이라 볼 수 있으니, 과연 어떤 내용인지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열여섯 살 '렌'의 모험담을 그린 '견인 도시 연대기' 3편 <악마의 무기>

얼음도시 앵커리지가 바인랜드에 정착한지도 어언 16년 동안 톰과 헤스터는 나름 행복하게 지냈다. 그들에게는 이젠 열여섯 살의 딸 '렌'이 있다. 그런데 이 소녀는 매우 쾌활하고 당찬 구석이 있다. 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세상을 벗어나 모험을 하고 싶은 거. 자신의 엄마 아빠가 그랬듯, 자기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그림스비' 조직의 '로스트 보이' 수장인 '가글'이 그녀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필요한 '틴 북'이라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시킨다. 즉 그 물건을 가져오면 같이 이곳을 떠나겠다는 제안, 그래서 렌은 고민이 많았지만 한때 앵커리지의 공주였던 '프레야' 선생님에게 접근해 '틴 북'의 소재를 알아두고 급기야 그것을 빼돌린다. 그리고 그것을 가글에게 주고 같이 떠나려고 하다가, 이를 눈치챈 헤스터가 달려와 총격전이 벌어져 가글과 그의 여친이 죽고, 렌은 가글의 부하인 '피쉬케익'에게 이끌려 비행선을 타고 납치된다. 

이때부터 사건은 전개된다. 즉 '렌'이 도망을 아니 '틴 북'을 가지고 납치가 되면서 톰과 헤스터, 그리고 프레야와 '로스트 보이'에서 앵커리지로 전향한 '카울'이 렌을 구하려고 다시 모험을 나서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1편과 2편에서 이어져온 스토커(기계인간)에 대해서 계속 언급하며 나간다. '반 견인 도시 연맹'의 수장격인 도시 '그린 스톰'에서 부활시킨 수많은 스토거들, 그들의 대장인 '안나 팽'이 다시 살아났고 닥터 제로가 또 부활시킨 막강 파워의 스토커 '슈라이크'까지 그린 스톰은 그렇게 다시 위용을 갖추게 된다. 한편 피쉬케익에게 납치된 렌은 사실 납치보다는 피쉬케익과 함께 모험을 즐기게 되는데, 그래서 엉클이 있는 그림스비로 돌아가는 대신 '로스트 보이'들이 부모없이 자란 것을 미끼로 뗏목 휴양 도시 '브라이튼'이 달콤한 방송을 전파하며 그들을 끌어들인다. 이에 렌과 피쉬케익은 그곳에 갔다가 바로 잡히고 노예 아동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그 '브라이튼'의 시장은 바로 허풍쟁이 역사학자이자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위선자 '페니로얄'이었다. 2편에서 등장하며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이 인물이 이렇게 살아서 여기서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페니로얄 시장을 돕고 있는 대규모 노예 상인 '슈킨'이 나서 이들은 비지니스 파트너로 이 '브라이튼'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 노예로 잡힌 렌은 페니로얄 부인의 시녀로 들어가고, 피쉬케익은 슈킨의 하인으로 지내게 된다. 한편 렌을 구하기 위해서 나선 4인조 구출단 톰과 헤스터, 프레야와 카울은 '로스트 보이'의 전초기지인 바다 속 그림스비로 찾아갔지만, 허탕만 치고 그곳에서 아직도 아이들의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엉클'을 만나 그의 최후를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그림스비는 바다 속에서 수장되고 만 것이다.(아래 그림) 이에 4인조 구출단에서 프레야와 카울은 앵커리지로 돌아가고, 톰과 헤스터가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사고 팔고하는 겉은 휴양도시라 불리는 '브라이튼'으로 간다. 렌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중반 이후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말 재밌다.


이때부터 배경은 '브라이튼'이다. 그 휴양 도시에서 각자 따로 렌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허탕일 뿐, 톰은 노예 상인 슈킨에게 접근했다가 잡히고, 이를 헤스터가 다시 구해내면서 그들은 그렇게 계속 딸을 찾고 있었다. 한편 렌을 노예로 삼으면서 '틴 북'을 거머진 페니로얄은 이 신성한 아이템을 자신의 금고에 장치를 해두며 숨겨 놓는데, 이를 시기한 슈킨이 렌에게 '틴 북'을 빼오라 지시하면서 렌은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이번에 이 도시에서 알게 된 전직 '그린 스톰' 돌격대 출신의 '테오'라는 남친을 사귀면서 그의 도움으로 '틴 북'을 수중에 넣게 된다. 그러는 사이, 스토커 군단인 '그린 스톰'도 그 '틴 북'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안나 팽'이 탄 '레퀴엄 보텍스'를 위시해서 대규모적으로 브라이튼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부분이 바로 스펙타클하게 묘사된 씬들로 공중폭격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무차별적 공격이 이루어진다. 물론 브라이튼도 맞서서 공격하지만 '그린 스톰' 위용 앞에서 그 도시는 쑥대밭이 되면서 무너지고 만다. 그러면서 브라이튼에서 분리된 '클라이드 나인'이라는 조그만 지역 도시가 사막에 불시착 되면서 여기 주인공들의 운명이 엇갈린다. 우선 페니로얄은 위기 상황에서 슈킨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고, 혼자서 비행선을 타고 도망친 슈킨은 공중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브라이튼을 공격하면서 '틴 북'을 손에 넣은 안나 팽이었다. 그런데 안나 팽의 존재와 이런 도시 전쟁에 회의감으로 가득찬 닥터 '위논 제로'가 슈라이크를 시켜 안나 팽을 제거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후반부 죽음과 관련된 반전과 마지막 결말은 4편의 전조다.

그렇다면 기존의 여러 주인공들이 모두 죽은 셈인데, 그런 가운데 톰과 헤스터는 드디어 렌을 만나게 된다. 옆에 테오와 함께, 그러면서 같이 이 무너진 도시를 떠나려는 순간에 헤스터가 같이 가기를 거부한다. 바로 페니로얄을 갑부로 만들어주며 쓴 책 <사냥꾼의 현상금>에서 헤스터가 도시 사냥꾼 '아크 에인절'에게 앵커리지를 팔아먹었다는 과거가 드러나며 그녀가 딸과 마찰을 빚은 거. 과연 이들의 모험은 다시 새롭게 시작된 것인가?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이야기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닌 바로 마지막 4편을 예고한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주 시니컬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번 '악마의 무기' 3편의 이야기는 바로 제목처럼 각 도시의 수장들이 '틴 북'이라는 아이템을 득템하기 벌이는 경연장이다. 그러면서 그것을 최초에 득템한 톰과 헤스터의 딸 렌이 '로스트 보이'에게 납치되었다가 뗏목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노예로 전락해 지내면서 그것을 손에 넣게 된 페니로얄, 그것을 서로 뺏을려고 하는 노예 상인 슈킨과 스토커로 무장한 반 견인 도시 연맹 '그린 스톰'의 안나 팽까지 가세하며 이야기는 정점에 이른다. 그러면서 후반에 많은 이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음 편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죽여도 될까 의문이 들지만, 역시 '필립 리브'는 마지막 반전의 묘미로 기대를 충만케 했다. 죽었다고 믿는 독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3편 '악마의 무기'는 마지막에 '그린 스톰'이 브라이튼을 공중공격하는 장면을 빼면 그렇게 SF적으로 스펙타클한 맛은 떨어진다. 2편 톰과 헤스터의 모험이 꽤 스펙타클하고 어드벤처식이었다면, 3편은 다소 드라마적으로 흐르며 초점은 열여섯 살의 소녀 '렌'에게 맞추어져 있다. 즉 그녀를 통해서 사건이 시작되고 전개되고 또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등, 2편에 이어 16년이 지난 세월에 '렌'이라는 소녀를 통해서 이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어찌보면 엄마 헤스터를 닮은 듯 안 닮은 듯 이 당차고 쾌활한 소녀 '렌'의 모험이 바로 3편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것은 전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3편 마지막 결말에서 마치 영화 <스카이라인>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듯 꽤 의미있는 시퀀스로 대미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마지막 4편 <황혼의 들판>이 무시로 기다려진다.

과연 헤스터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면서 렌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SF소설 연대기 시리즈의 제맛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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