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대결'이라는 흔하면서도 영화적인 제목을 놔두고, 좀더 각인된 활동적 표현의 제목으로 바꿔쓰게 된 영화가 바로 <심장이 뛴다>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목 때문에 이 영화는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게 아닌가 싶다. 왜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심장'이 주는 그 어떤 활동성으로 인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절박함과 긴박함의 묘사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며 결국에는 신파성 드라마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많은 기대를 안고 보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제목 '심장이 뛴다'처럼 심장이 뛸 만큼 임팩트한 영화도 아니요, 그렇다고 생사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절박과 긴박의 앙상블 대신 불균질한 상충을 일으키며 이야기 대신에 그들의 연기에 주목하게 됐으니, 영화 <심장이 뛴다>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심장은 하나, 살려야 할 사람은 둘.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한 중년 여성이 뇌사상태로 병원에 실려오고, 심장병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애타게 찾던 연희(김윤진)는 양아치 아들 휘도(박해일)에게 거액을 주며 매달린다. 그러나 엄마가 쓰러진 진짜 이유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휘도는 뒤늦게 사력을 다해 엄마를 살리려 하고, 절박해진 연희는 급기야 위험한 사람들과 손을 잡는데...

이렇게 영화의 구도는 사실 단순하다. 심장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한 여자 아이의 엄마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한 중년 여자의 아들, 즉 이들에게는 하나씩 위험 인물을 안고 있다. 그 위험이란 바로 생의 끝자락에 놓여 내일이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가녀린 어린 여자 아이는 심장병을 앓아 허위허위대고 있고, 뇌사 상태에 빠진 중년의 여성은 세상을 등진 채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누워만 있는 식물인간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하는 여자와 남자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심장병을 앓는 딸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연희(김윤진)라는 미모의 청담동 유치원장은 딸을 살리는데 모든 것을 내걸 정도로 절박한 인물이다.



그런데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 휘도(박해일)는 환자의 면전 앞에서 "인생 참 허무하다. 혼자 잘 먹고 잘 살더니 꼴 좋으네 니미."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엄마를 막 대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골이 깊은 남자다. 자식 놈 버리고 연놈과 눈이 마추져 도망친 그 과거로 아들은 소위 삐닥선을 탔고, 이렇게 커서는 지 어미한테 돈이나 뜯어내며 살아온 정말로 패륜적인 양야치같은 놈이다. 매 트레이닝 복장에 껄렁대며 차 렌트일에 살아왔던 그에게 있어 사실 엄마라는 존재는 있으나 마나였다. 그러니 그런 엄마가 뇌사상태에 빠져도 그는 큰 반응이 없다. 저 대사처럼 그것이 휘도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막 살아온 한 남자의 엄마 지키기 VS 딸 아이의 심장을 구하려는 한 여자

하지만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이 양아치 아들에게 서서히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여자 아이 예은이의 엄마 연희가 다가와 '당신의 엄마 심장을 우리 아이에게 이식하게 해달라,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젊고 어린 생명에게 바치라'는 것인데, 이에 휘도는 말도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돈이 항상 궁했던 그는 이 조건을 수락하게 되고, 그런데 그 돈의 뒷거래를 엄마의 재혼남이 가로채면서 휘도는 폭발한다. 이 거래를 없애고 재혼남을 찾아가 심하게 뭇매질을 한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휘도는 엄마를 지키려 한다. 즉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그에게 있어 엄마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그러니 심장이식이 필요했던 연희로써는 이 상황이 미칠 정도로 위기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장기밀매 조직의 두 남자까지 끌어들여 뇌사상태에 빠진 그 중년 여자의 수술을 위해서 환자를 빼돌리는 무리수를 둔다. 그런데 이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영화적이라 일견 와 닿지가 않는다. 쉽게 가족이라 말하는데 이에 속는 병원의 처사도 그렇고, 그런 장기 불법거래를 하는 남자들이 가담하는 그림도 그렇고 꽤 영화적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너무 허술하게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문제가 있다. 한편, 자신의 엄마를 볼모로 잡은 것을 알게 된 휘도는 급기야 연희의 딸 예은이까지 납치하고 만다. 물론 납치라고 보는 것은 아니고, 서로가 생명의 끈을 가지고 있듯 반대편의 보물을 안고 있는 셈인데, 즉 연희는 어떻게든 딸을 살리려는 염원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넘어선 짓을 해버렸고, 휘도 또한 엄마를 지키는 수단으로 그 여자 아이를 납치까지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과연 이들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 포기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대결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휘도는 여자 아이를 순순히 돌려주고, 또 연희는 휘도의 엄마를 되돌려 주며 그렇게 그들은 한 편의 파국이 될 뻔한 상황을 잘 마무리 지을 것인가? 감동의 신파성 드라마로 마무리가 된다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는 '심장은 하나요, 살려야 할 사람은 둘'이라는 묘한 소재적 쾌감을 불러 일으키며 그 어떤 스릴러적 장르로서 드라마적 이야기를 펼친다. 그런데 이게 잘 혼합이 안돼 상충된 느낌의 널뛰는 상황으로 전개되며 잦바듬한 기분이 괴어오르게 한다. 즉 하나의 심장이 절박하게 필요했던 한 여자와 그 심장을 어떻게든 주지 않고 엄마를 지키겠다는 한 남자의 대결 구도는, 어찌보면 절박과 긴박이라는 자연스런 상황이 생기는 그림들을 영화적 연출로 담아내려다 역량의 부족으로 더욱더 망쳐버린 느낌이 다분하다.

하나의 '심장'으로 벌이는 대결, 절박과 긴박이 부정맥하다.

그래서 작위적인 설정 때문에 극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인데, 그러기에 이 영화는 꽤나 관조적으로 흐른다. 그냥 지켜만 보게 하는 것이지, 그 어떤 극의 몰입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그것은 부실한 이야기의 구도 속에서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절박감과 긴박감이 상충되거나 부정맥처럼 불규칙적으로 호흡하며 어느 것 하나 시너지를 폭발시키지 못한다. 한 여자의 미친 절규와 한 남자의 미친 악다구니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결적 이야기는 아쉬워도 이 절박으로 몰린 두 연기자 박해일과 김윤진의 연기 만큼은 볼만했다. 껄렁한 양아치로 변신해 결국에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처음으로 모든 것을 건 이 남자의 극한의 모습은 볼만했고, 영화 <세븐데이즈>와 <하모니>를 통해서 이제는 '모성애'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처럼 인식이 드는 김윤진도 이번에도 그 미친 모성애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는 두 배우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연출로 이야기의 힘을 빼버렸다.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쓸뻔했던 만큼 두 배우의 절박함이 묻어나야 할 이야기의 힘은 그들 모습에만 치중했지, 자연스레 극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꽤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에는 감동의 신파로 모든 걸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기를 잃어버린 때꾼한 기분마저 안기는 것인데, 결국 영화는 분명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 장르였지만 하나의 '심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 절박함과 긴박감을 잘 버무리지 못한 이야기의 힘이 꽤나 부족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볼만했던 게 다였던 영화 <심장이 뛴다>, 바로 절박한 이유로 만난 그들의 대결은 그렇게 시너지를 못 내고 부정맥으로 흘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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