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 The Americ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보통 영화상에서 멋진 직업군 중 하나인 '킬러'가 나오는 암살요원을 다루는 영화들은 액션과 그 어떤 스릴감으로 무장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대다수의 영화팬들은 그런 킬러가 나오는 영화라면 의례 그렇게 생각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가 그렇고, '리암 니슨' 주연의 납치된 딸 구하기 첩보액션물 <테이큰>, '톰 크루즈'가 007처럼 분하며 인기를 끌었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이 그러한데, 하지만 여기 '아메리칸'은 전혀 그런 유의 영화와는 분위기나 느낌이 180도 완전 다르다 할 수 있다.

"<본>보다 치밀하고 <아저씨>보다 거침없는 그가 당신의 마음을 빼앗는다!"
"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올 겨울 최고의 액션!"
" 최고의 암살요원으로 완벽변신, 조지 클루니의 거침없는 액션 본능!"
"<테이큰>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나잇 & 데이>의 계보를 잇는 이국적인 명품 액션!"

홍보만 봐서는 최고의 첩보액션물 '아메리칸', 실제는 그렇지 않다.

위와 같이 박혀있는 전단지 홍보의 문구를 믿고서 봤다가는 완전 낭패를 보기 쉬운 영화가 바로 '아메리칸'이라 말할 수 있다. 아니 도대체 왜 우리쪽 배급사들은 이렇게 거짓? 홍보에 열을 올려 관객들을 속이는지 참 안타까울 정도다. 왜 저번에 <스카이라인>도 '아바타와 2012 제작진'이 만들었다며 그렇게 눈길을 끌어 문제를 일으키더니만 이번에도 제대로 관객들을 낚인 셈이다. 그래도 문구에 속는 셈 치더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미중년의 포스를 아직도 간직한 남자 '조지 클루니'가 나오기에 사실 끌리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스타에 끊임없이 오르며 여심을 흔든 남자"

이렇게 전단지에 캐릭터 홍보 또한 가열하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빈틈없고 차가운 암살요원에서 뜨거운 감성을 폭발시키는 '잭'역으로 지금까지 왜 액션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는 열렬한 호평과 함께, 개봉과 동시에 전미 박미오피스 1위 등극이라는 흥행까지 거두며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홍보하는 이 영화 '아메리칸'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최고의 암살요원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노련한 암살요원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이탈리아로 향하고 그곳에서 미스터리한 의뢰인, 마틸다에게 새로운 무기를 제작해주라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감시 중인 시선을 느끼고, 자신이 타겟이 되었음을 직감한 잭은 점점 더 거대한 위협에 빠져드는데.… 마지막 순간, 본능대로! 이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킬러가 등장하는 암살요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기대가 많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그것도 조지 클루니가 맡은 '잭'이라는 킬러는 자신이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품새만 봐도 일견 와 닿는 그림인데, 그러면서 영화는 한시도 이 '잭'이라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로지 그의 동선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좇는다. 온통 설원으로 뒤덮힌 산장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지내고 난 뒤 그녀를 뒤에서 쏴 죽였던 이 냉혈한은 지령을 받고 어느 한적한 이탈리아로 마지막 임무를 띄러 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일상을 좇는다. 마치 지리한 예술가의 삶을 조망하듯이 말이다.

한 인간의 동선만 좇는 킬러영화 '아메리칸', 때꾼한 탐미만 남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그만큼 체력 유지를 위해서 수시로 운동을 하며 몸매를 가꾸고, 무기를 조작해 조립하는 걸 보여주고, 혼자서 동네를 돌아다니고 여행하고, 창녀를 만나 하룻밤 정사를 보내는 등, 그가 정말 킬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좇는다. 그러면서 한 여자 킬러를 만나 무기 제작 후 테스트 사격을 하며 점차 임무에 다가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 매혹적인 직업여성을 만나 그녀의 일방적인 사랑의 대쉬에 빠져드는 순간 그는 마지막 임무에서 큰 실수를 하고 마는데.. 이렇게 영화는 한시도 이 '잭'이라는 킬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킬러류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주인공 킬러가 있다면 그 적과의 액션을 펼치는 사투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다. 사투는 고사하고, 킬러의 일상을 좇듯 아니, 평범한 남자의 일상처럼 그의 행적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행적은 한적한 이탈리아 시골의 풍광과 함께 어울려져 이국적이고 탐미적인 시선을 이끄는데 그 어떤 시너지를 나름 발휘한다. 킬러의 고민과 고뇌, 왜 그가 그렇게 살아와야 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아니어도 꽤 지루할 정도로 그 '잭'이라는 인물에 대해 탐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킬러류 영화와는 색다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무기를 직접 제작해 마지막 타겟 제거라는 임무의 중점보다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 동선들, 그 속에서 헤어누드를 감행한 한 여자와의 러브와 정사씬, 거침없는 액션 본능이 아닌 인간 본연의 본능에 충실한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조지 클루니'라는 위명 앞에 여러 액션 첩보물을 능가한다는 홍보 속에서 이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뛰어난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기존 첩보물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지루할 정도의 이야기 구도 속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한 인물의 동선만을 좇는 드라마적인 전개, 그리고 그 킬러가 갖는 고뇌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 아닌, 다소 때꾼하게 생기를 잃은 듯 물 흐르듯 한 인간에 탐미하는 모습에만 역점을 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유명 배우를 캐스팅 했음에도 상업영화를 배제하고 한 편의 예술영화로 승화시키려는 느낌이 다분해 보였던 이 영화 '아메리칸'.. 결국 아쉬움이 많이 남는 '킬러영화'이면서도 다소 독특하고 색다른 맛의 탐미적 경향을 띈 한 편의 드라마라 보면 편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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