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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적어도 강호가 본 극장에서는 그랬다. 간만에 우리 동네에 이렇게 사람이 꽉 찬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내심 반갑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본 것이라, 그래서 영화 시작 전부터 기대를 했다. 아니 왜 그런 거 있지 않는가.. 웃음도 전염이 된다고.. 즉 옆에서나 어디서 누가 크게 웃거나 그 웃음소리가 괴이하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그래서 이런 유의 코미디 영화는 그 영화 자체에서 보여주는 웃음의 코드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웃음 전파도 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내내 이 전파력은 크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했을 뿐, 어디서도 어른들의 웃음소리는 많이 터지는 않았다. 간간히 거하게 웃는 분들도 있었지만, 강호는 그렇게 소위 빵 터지지 않았다.
웃음의 전파력이 약했던 슬랩스틱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마도 영구표 코미디, 즉 슬랩스틱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반복적인 무리한 웃음 코드가 클리셰적으로 다가와서 그럴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미 영화가 뜨기 전부터 스틸컷과 트레일러 영상이 나오면서 그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올 때는 웃기보다는 확인된 코드로 지나쳤을 뿐, 그 어떤 리얼 웃음을 자아내지 못했다. 적어도 강호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마냥 웃음만 전달하려 노력했을까? 물론 이 영화에도 스토리는 있다. 그런데 이 스토리가 그렇게 무람없이 마구방발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기본 룰을 지키면서 전개가 되었지만, 이게 분명 치밀하지 못하고 한 컷씩 전개되는 장면들로 이음새는 많이 부족했으니 영화 <라스트 갓파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덜 생긴 외모, 덜 떨어진 행동, 누가 봐도 남다른 ‘영구(심형래)’는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를 찾아 뉴욕에 왔다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마피아 수업을 받게 된다. 영구 때문에 당연히 믿고 있었던 후계자의 꿈을 접게 된 조직의 2인자 ‘토니V(마이크 리스폴리)’ 는 설상가상, 마피아로서 영 가망 없어 보이는 영구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좌절을 맛보게 된다. 영구 역시 좌충우돌 후계자 수업에 지쳐 있던 중 우연히, 뜻하지 않게, 정말 운 좋게, 위험에 처해있던 라이벌 조직 본판테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를 구해주면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상납금을 걷으러 나서 상가주인들을 괴롭히지만 그런 영구의 횡포가 오히려 빅 히트 상품을 탄생시켜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한편, 이런 영구를 못마땅하게 여긴 본판테 조직의 2인자 비니가 낸시를 납치한 후 이를 영구의 짓으로 꾸며 돈 카리니와 본판테 조직의 전쟁을 일으키고, 음모에 빠진 영구의 뜻하지 않은 활약이 엉뚱한 결과를 예고하는데…
이렇게 이야기 구조도 얼핏보면 꽤 와 닿는 구석이 있다. 마피아 대부의 숨겨둔 아들 영구, 그 영구가 조직에 한 자리를 꿰차게 되니, 다른 조직원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군다나 바보처럼 덜 떨어진 이 놈을 반길리가 없다. 그래도 대부가 후계자로 키울 요량으로 교육을 시키라니 이때부터 영구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그만의 전매특허인 슬랩스틱 코미디들, 맞고 치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하는 등 가관이 아니다. 제대로 구사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웃기지는 않는다. 강호가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영구의 좌충우돌 슬랩스틱 코미디, 크게 웃기진 않는다.
그래도 딱 한번 크게 빵 터졌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못봤던 것 중에 하나인데, 영구가 처음 이 조직에 와서 저녁에 다같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스파게피를 먹던 영구가 그게 고무줄처럼 너무 질겨서 안 끊어지자 끓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난 여기서 터졌다. 그리고 그 터진 웃음 소리는 극장에서 나 혼자였다. 이런.. 뻘쭘해라.. ㅎ 그래도 이 영화를 본 분들은 강호처럼 터진 분도 있을 것이다. 이거 정말 은근히 웃긴 코드기에.. 아무튼 이후 영구는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사고만 치고 재목으로 보이지 않자 대부마저 그를 이를 놓아주려 하는데, 영구는 이때부터 그럼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강하게 나간다.
그들 조직이 비호하는 가게들을 찾아가 해당 가게의 아이템을 망가뜨리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게 가게마다 히트를 치는 상품으로 바뀌면서 영구는 그 도시에서 스타가 된다. 이에 다시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 영구, 그 사이 맞수인 본판테 조직의 여자 '낸시'와 러브도 솔솔 생기고, 하지만 그 조직에서 이를 시기한 2인자가 낸시를 납치해 영구 짓으로 꾸미는 등 이들 조직은 대결을 앞두게 된다. 이때 영구가 또 다시 활약해서 화해를 하며 사이좋게 지냈고, 이에 우리네 영구는 이제는 다시 길을 떠나게 됐다는 이야기.. 그런데 사실 강호는 마지막에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끝에 뭐라고 하면서 떠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낸시가 와서 같이 차타고 떠난 그림은 봤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나름 줄거리도 갖고 있지만, 그 줄거리는 분명 헐겁고 코미디를 주로 한 장르처럼 스토리는 사실 그런 코미디 연출을 위한 일종의 과정으로 성마르게 집어넣은 듯한 느낌이 많다. 또한 슬랩스틱이 주로 있는 이 영화에서 웃음코드는 오로지 심형래 감독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야 하는 영화로, 무척이나 과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와 일종의 부담스런 코미디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연속적인 웃음의 향연은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또 이것이 진정한 코미디 영화라고 감히 말하기도 사실 부끄럽다. 대신에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웃음의 코드로는 분명 볼 계제는 있으나, 영구표 코미디에 익숙했던 강호같은 영구세대 어른들에게 있어서 이제는 그 웃음의 마력이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듯 힘에 부쳐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 같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영구세대도 아니요, 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오는 신세대답게 또 아직 떼가 묻지 않는 이른바 '초딩'들, 물론 요즈음 초딩들이 그렇게 순수?하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니, 그들도 소위 말개그에 익숙해진 말장난을 주로 보고 자라다가 이렇게 몸개그를 직접 보니 자연스럽게 웃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야구 방망이로 치고 맞고 하는데도 웃고, 길 가다가 넘어져도 웃고, 청소기가 입을 빨아들여도 웃고, 총을 잘못 쏴도 웃는 등 적어도 강호가 있던 극장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강호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게 아쉽게 됐지만서도, 극장을 나오면서 한 초딩 남자 아이가 아빠한테 말한다. "아빠.. 이거 재밌네.. 정말 웃기더라..".. 아빠 왈.. "그래.. 난 그저 그렇다.." ㅎ
가족이 볼만한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 아이들에겐 제격
이게 바로 정답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라스트 갓파더>는 온 가족이 볼수 있는 그런 영화다. 부모님 세대를 모시고 가 보는 이들에게는 적잖은 옛적 코미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대감에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본전은 뽑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그래도 어른보다 순수하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년과 학창시절 영구세대였던 이들이 이제는 다 큰 어른들이 돼서 본 지금의 영구는 다소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로 '영구 없다'가 아닌 영구가 제대로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부담스런 영구를 본 기분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심형래 감독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 영화는 냉정하게 따져서 좋게 봐 줄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총평을 하자면, 예전 강호가 이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말들이 많아 이 영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들'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다섯 가지 예시 가운데, 이제 강호도 봤으니 꼽으라면 이렇다. 딱 잘라 말하기도 뭐한 1번의 느낌이면서 3번의 느낌이 다분한 영화였음을 감히 평하고 싶다.
http://mlkangho.egloos.com/10624113
1. 웃기면 땡 평작이다.
2. 코미디가 기이한 괴작이다.
3. 성의가 없어 보이는 졸작이다.
4. 삼류 쓰레기급의 망작이다.
5. 이것이 진정 코미디 영화로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