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장르 중에 스릴러가 주는 쾌감은 바로 '극적 긴장감'이라 할 수 있다. 그 극적인 긴장을 위해서 영화는 한시도 관객의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죽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 관 속에 어느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그런데 왜 관속에 들어갔을까? 바로 의문의 시작이다. 가끔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이렇게 산 사람이 애당초 관 속에 묻히는 경우라면 분명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런 의도적인 것은 제목에 알 수 있는데, '묻다, 매장하다'의 뜻인 bury의 과거분사형인 'buried' 즉, '매장당한' 한 사내의 사투를 담아낸 것이다.

관 속에 묻힌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베리드>

그러면서 저 포스터 홍보처럼 '6피트의 땅속과 90분의 산소, 탈출구는 없어 살고 싶다면 통화하라'며 시선을 끌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한정되고 폐쇄된 공간에 잡혀 그려내는 스릴러들은 많았다. 감옥, 엘리베이터, 조그만 방이나 공간 등 그 곳에서 여러 군상들이 모여 문제를 풀거나 빠져나가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그림들, 하지만 이 영화는 딱 한 사람만 주시하고 그 공간마저도 앉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아주 협소한 관 속이라는 점에서 꽤 생소하고 처음 시도되는 폐쇄적 공간을 활용한 스릴러물이다. 과연 그 관 속에 있는 그 남자는 왜 묻히게 된 것일까? 과연 남자는 그 관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베리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당신 발 아래 충격의 현장 (베리드) | 6피트의 땅 속, 그는 아직 살아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분).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눈을 떠보니 그는 어딘가에 묻혀 있다. 직감적으로 그곳이 땅 아래 관 속 임을 안 그.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라이터, 칼,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다. 과연 그는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시작은 관 속을 비춰듯 칠흑같은 어둠으로 시작된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모습도 없다가 한 남자가 잠에서 놀래 깨는 목소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잠시 뒤 지포 라이터로 모습을 밝힌다. 그 사내가 불을 밝힌 것이다. 바로 이곳은 관 속.. 아니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너무나 황당하고 무서워 놀라 자빠질 얼척없는 케이스가 아닐 수 없는데, 사람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법, 지포 라이터에 의지해 관 속을 비춰며 이리저리 살피려 하지만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없다. 기껏해야 발을 오므렷다 폈다 할 정도인데, 그러다 발끝 어디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어렵게 전화를 받은 남자, 바로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가 전화를 한 것이다. 

남자의 사투 속 유일한 희망 휴대폰, 과연 살 수 있을까?

그러면서 500백만 달러를 요구한다. 나중에는 100만 달러도 낮추긴 했지만, 어찌됐든 이 평범한 노동자인 트럭 운전사 폴에게 있어 그 돈은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돈을 어디서 구하란 말인가? 이렇게 갇힌 상황에서...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그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911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얼척없는 사무적인 답변, 국방부와 FBI등에 연락을 취할 때도 내 일이 아닌 냥 잠시만 기다려달라, 당신이 왜 그곳에 갔고, 왜 묻히게 됐냐, 그러게 왜 조심하지 않았냐, 등 사람의 목숨이 달린 생사보다는 그를 취조하는 듯 사무적으로 폴을 대한다. 폴은 미칠 노릇이다. 나는 군인도 아니요, 단지 돈 벌러 이라크에 온 노동자일 뿐인데, 이렇게 테러리스트들에게 습격을 당해 관 속에 묻힌 신세가 된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고 미칠 노릇이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할 판, 산소는 계속 부족해지고 점점 힘들어지는 가운데 테러리스트의 요구는 계속된다. 그런데 사실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들 보다는 이들은 돈이 필요한 잡범같은 범죄자들인데, 어찌됐든 돈 때문에 폴은 이렇게 묻히고 그들은 휴대폰 동영상으로 네가 묻힌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라, 나중에는 손가락까지 자르라고 을러대는 등 돈을 요구하면서 조건이 상당히 위협적이다. 폴의 입장에서는 안 들을 수가 없고, 더군다나 그들이 보낸 휴대폰 영상에는 자신의 동료 여자가 인질로 잡혀 살려달라는 애걸에도 무참히 총으로 사살한 그들이었다.

이에 폴은 더욱더 위기에 처하고, 계속 몇 군데에 전화를 하고 결국 인질전문처리반의 한 남자와 통화가 되면서 어떻게든 구조할테니 기다리라는 다소 희망의 빛을 본다. 한숨을 돌리고 깜박 잠든 사이 관 속의 구멍을 통해서 들어온 한 마리의 뱀과 사투가 벌어지고, 잠시 뒤 어디서 폭격이 시작됐는지 관이 요동치며 상당한 양의 모래가 관속으로 들어와 폴의 생명을 위협한다. 점점 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빨리 구조대가 와서 구해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며 폴은 더 이상 그 관속에서 지체할 수 없다. 마지막 통화를 사랑하는 아내와 통화를 나누며 죽을 예감에 자신의 유언으로 관 속에서 동영상까지 찍었던 폴,

그런 가운데 마지막으로 구조대의 전화로 한낱 희망을 끈을 놓치 못한 채 계속 관 속에 쌓이는 모래더미에서 살기를 바랬던 폴, 과연 그는 구조대에 의해 그 관속을 탈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살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인가? 마지막 그 몇 분 사이에 이 모든 것이 나온다.



이렇게 영화는 관 속에 묻힌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한정된 공간을 넘어서 아주 폐쇄된 공간 '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것이 대단한 게 영화의 시선은 시종일관 이 관 속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로 '원 세트, 원 액터'의 다소 도발적인 기획으로 만든 영화다 보니 단 하나의 공간에서, 단 한 명의 배우가 등장해 그 모습을 지켜보게 하며 동참하게 한다. 그러니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루할 수도, 때로는 자신이 마치 관속에 갇힌 것처럼 몸이 옴짝달싹 못하는 폐쇄적 억압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로드리고 코르테스' 신예 감독의 역량이기도 한데, '관 속'이라는 극히 제한된 하나의 장소를 통해 생사의 기로에 선 한 남자의 극한의 두려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고 과감한 연출과 치밀한 촬영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는 점이다.

'원 세트, 원 액터'가 보여준 극한의 스릴러 <베리드>, 제대로다.

더군다나 이 관 속에 갇힌 한 남자 '폴'을 연기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바로 유명한 여배우 영화 <천일의 스캔들>에서 '나탈리 포트만'과 열연했던 '스칼렛 요한슨'의 남편으로 국내에서는 <프로포즈>,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의 영화에 출연한 로맨틱 가이로 나름 알려진 배우다. 그리고 이 영화 '베리드'를 통해서 그는 패쇄공간 속 죽음의 공포 앞에서 분노하고 미치듯 절규하는 미국의 힘없는 노동자 '폴 콘로이' 역으로 분해 이번 연기를 통해서 몇 번이나 기절을 하는 등 실감 나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전언이다. 실제 17일 간의 촬영기간 동안 단 8시간 수면, 촬영 도중 수시로 과호흡증을 일으키며 캐릭터에 빠져들어 분노와 절규, 고통 속에 지쳐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극도로 사실감 있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정도로, 관 속에 갇힌 그 남자는 정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영화는 그러면서 사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다분히 담고 있다. 이라크 범죄 집단의 습격을 당해 돈 때문에 관 속에 묻힌 한 남자의 설정 속에는 그가 펼친 사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희망은 오로지 하나 '휴대폰'이었다. 이 휴대폰으로 911센터는 물론 국방부와 FBI와 연락을 취하면서 그들의 사무적인 언사와 대처를 보게 되고, 심지어 자신의 회사까지 통화를 시도하다 당신은 해고가 되었다는 얼척없는 소리까지 듣는 등, 영화는 한 개인이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피해를 보고 홀대를 받으며 처참히 무너져 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몸이 갇혀 있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구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내몰리다보니, 그 남자의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폐쇄적 공포감에 덧칠을 해 더욱더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 초중반은 루즈함이 있긴 하다. 시종일관 그 관 속만을 비추는 상황에서 오는 그 어떤 따분함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영화는 소위 하품이 나오는 그런 류는 아니다. 중반 이후 관 속에 뱀이 들어와 그 뱀을 물리치기 위해서 긴장된 시선을 끌고, 지상의 폭격으로 관이 요동치며 모래가 들어오는 상황, 관 속에서 자신의 손가락까지 자르는 모습까지 휴대폰과 초로의 빛으로 연명한 그 관 속에는 여러 상황들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국에는 그 남자가 처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두려움, 절망, 공포, 희망, 분노까지 이 모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 '베리드'는 올해 아니, 지금까지 나온 스릴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색다르고 유니크한 매력이 돋보이는 스릴러라 감히 말하고 싶다. '원 세트, 원 액터', 과연 그는 관 속에서 탈출해 살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영화가 시선을 끄는 단 하나의 이유이자, 유니크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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