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 No doub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먼저, 이 영화는 '어린이 실종사건'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그 실종이 던진 기본적인 전개에 묻어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장르적 영화라긴 보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지극히 묻어나는 일종의 시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제목 '돌이킬 수 없는'에서 암시하다시피 바로 돌이킬 수 없는 그 어떤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과 잣대 그리고 편견과 선입관 등 이런 것들로 인해 누가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는지를 되묻게 하는 나름 꽤 진중한 영화가 바로 <돌이킬 수 없는>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딸을 잃은 한 남자의 울분과 처절함을 그리고 그 시선으로 범죄자 된 한 남자를 교차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어느 날 충식(김태우)의 7살 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아버지 충식은 얼마 전에 이사온 남자, 세진(이정진)에게 전과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 한 명의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그를 모두가 범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간다. 범인으로 몰리며 온갖 수난을 겪지만 끝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부답인 세진. 기록도, 목격자도, 심증도, 눈 앞의 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고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



담담하면서도 밀도감 있는 사회적 시사물, '돌이킬 수 없는'

이렇게 영화는 보통의 실종과 관련된 범죄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들 기존의 <용서는 없다>, <파괴된 사나이>, 최근에 <아저씨>까지, 이 영화도 7살 아이, 그것도 여자 아이가 사라진 내용을 다룬 영화다. 그러면서 전개의 과정은 다른 범죄스릴러와 비슷하지만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밀도감있게 그렸다. 아이를 잃은 충식은 억장이 무너지고 미친 놈 마냥 딸을 찾기에 바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요, 선배로 알고 지내는 형사도 진척이 없어 답답하긴 매 한가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동 성범죄' 기록을 찾다가 자기네 동네에 동일 전과가 있는 한 청년 '세진'이 살고 있음을 찾아낸다. 이때부터 형사는 그를 탐문하고, 아이를 잃은 충식이는 몇 번씩 세진을 찾아가 그에게 위해를 가한다. "너지, 너가 맞지 이 개XX.." 하면서 그를 압박한다.

또한 그 마을 동네 모든 사람들도 시선이 세진에게 쏠린다. "그럼 그렇지.. 저 놈이 범인일꺼야.. 과거에도 그런 범죄가 있다니 안 봐도 뻔하지.." 하면서 말이다. 급기야 세진의 범행 현장을 한두 사람이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실종된 여자아이가 사체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세진은 곧바로 검거되고 만다. 그리고 남겨진 세진의 엄마와 여동생은 그 마을에서 따가운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른다. 특히 여동생은 유치원 교사였는데,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였기에 그녀는 직장에서 내쫓기게 된다. 한편 경찰에 구속된 용의자 세진은 형사들에게 유사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갖은 수모와 압박을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하는데, 결정적으로 세진을 잡아 넣을려면 증인의 증거 자료가 필요한 시점에서 목격자의 진술이 번복되면서 결국 세진은 풀려나고 만다.

이에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더 안 좋아지고, 아이의 장례를 치른 장례식장에서 형사가 뭇매를 맞는다. 저런 쓰레기같은 놈을 풀어주면 어떡하느냐면서 말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온 세진 앞에 누이 동생마저 집을 나가고, 엄마가 저 멀리 제주도의 외삼촌 댁으로 잠시 가 있으라는 말을 듣고 그는 몰래 집을 나온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떠나는 날, 그는 충식을 만나게 된다. 이미 충식이 눈에는 뵈는 게 없는 순간이다. 자신의 어린 딸을 이놈이 강간하고 죽였다고 굳게 믿어왔던 충식이는 그 버스 안에서 세진을 상대로 엄청난 위해를 가한다. 과연 세진은 어떻게 됐을까? 정말로 세진이 그 아이를 죽인 범인이었을까? 아니라면 그 여자아이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이렇게 영화는 그간에 실제 우리 사회면을 장식해온 또 영화에서 자주 보아온 아동실종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자극적인 장르영화로 풀기보다는 조용한 이웃집 남자가 갑자기 강력한 용의자이자 과거의 기록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일 수도 있는 상황을 통해 관객에게 올바른 가치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그런 사회적 영화라 할 수 있다. 즉, 어린 아이의 실종 사건을 다루면서 그 사건의 이면에 숨어 있는 범인과의 두뇌싸움 사투 아니, 이런 것이 아니라 곧바로 범인이라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사회의 그 어떤 폭력적 시선을 다룬 영화인 것이다. 형사는 확실한 물증도 없으면서 오로지 동일 전과범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압박하고, 또 아이를 잃은 아비는 그가 아동 성범죄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에게 몇 차례 위해를 가하고, 그 동네 사람들 또한 그 가족보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라며 따가운 시선과 멸시를 계속 보낸다.

'돌이킬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시선,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가?

그러면서 이런 시선은 보는 이, 관객들로 하여금 동참하게 만드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라면, 당신이 사는 그 동네 저런 범죄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식처럼 말이다. 답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는 갑자기 사라졌고, 또 범인이 되버린 세진, 그가 가진 전과기록 때문에 결정적 증거도 없이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그 사회적 편견앞에서 세진은 무참히 밟히고 찢기며 난도질 당한 것이다. 마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처럼 아니,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횡행하고 있는 여론몰이식 마녀사냥들, 진실은 모르거나 감추어진 채,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피해자를 향해 날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사람을 궁지에 몰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있다.

여기 딸을 잃고 확증은 없지만 범인이 내 눈앞에 있다고 믿는 충식도 그렇다. 그토록 예뻐하던 딸아이가 실종되었고, 그와 딸이 함께 있었던 장면을 본 목격자도 있어 그 남자가 범인라고 확신하지만 경찰에서는 그 놈을 잡을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하자,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고 그는 바로 마녀사냥에 앞장선 처단자로 변모한다. 그것은 바로 흉악한 성범죄와 '마녀사냥'식의 폭력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양면성을 보이면서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와 용의자 청년, 그리고 그를 의심하는 이웃들, 이 모두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일수도 있는 상황을 통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오늘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외적인 측면을 봤을 때 전체적 얼개나 그림은 '어린이 실종사건'을 다루었지만 실종만을 파헤친 스릴러가 아닌, 지극히 범인으로 몰린 한 남자의 상태와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 독특하다. 또한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마치 영화 <마더>에서 원빈이 분한 좀 덜 떨어지고 어눌한 모습처럼 여기 세진으로 분한 이정진도 그와 비슷한 설정으로 극의 분위기를 살렸다. 또한 딸을 잃은 울분과 광분을 제대로 보여준 충식으로 분한 김태우 연기 또한 공감가게 좋았다. 그리고 범인으로 몰린 아들 세진을 옆에서 가슴 아프게만 바라보는 엄마역의 김창숙까지.. 이 영화는 이런 주인공들을 통해서 스릴러답지 않게 담백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자체의 런닝타임도 길지 않은 80여 분 타임이다. 그 짧은 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상의 이야기 전개가 꽤 솔리드하면서도 담담하지만 두 남자의 극단적 감정의 대립과 심리 상태를 쫓게 하는 이야기의 힘, 그 이야기에서 묻어나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케 한 작용까지 짧지만 나름 강렬한 인상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멈출 수 없는 그 의심이 의심을 낳고, 결국에 마녀사냥으로 돌변하며 범인을 만들고 또 다른 범인을 양산하는 이 사회에 대한 담대한 메시지를 던진 영화 <돌이킬 수 없는>.. 제목 '돌이킬 수 없는'은 어찌보면 한 청년에게 덧씌워진 과거의 굴레일 수도, 그에게 가해진 공공의 폭력일 수도, 혹은 사건해결의 종착점에서 모두가 받은 상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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