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 - Reign of Assasi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협이란 세계가 원래 그렇다. 절대 무림고수들이 판을 치는 그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를 과시하고 각종 무파가 이합집산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강호를 지배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강호에는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가운데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그 사연있는 사람은 또 다른 사연있는 사람을 만나 살아간다. 물론 종국에 그들은 강호를 떠나 또 다른 이상적인 무릉도원의 강호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것이 바로 무협에서 그려내는 그림들이다. 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 무협의 기본 플롯이자 여기에 살을 덧대고 빼고해서 새로운 무협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영웅본색>, <첩혈쌍웅>등으로 홍콩 느와르 액션의 르네상스를 열며 헐리웃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감독으로 손꼽는 '오우삼' 감독이 메가톤을 잡고, 한국 남자 배우중 가장 우수에 젖은 눈빛을 자랑하는 최강 간지남 '정우성'과 이제 50을 바라보는 80년대 <예스마담>의 여경찰과 <와호장룡>에서 대나무 숲 사이를 날아다녔던 '양자경' 누님이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가 된 중국무협 영화가 바로 <검우강호>다. 제목부터 이것이 어떤 영화인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영화이고, 포스터만으로도 느낌이 딱 오는 그런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줄거리 또한 무협의 세계가 그러하듯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아니, 정석대로 기본대로 충실히 그려내며 전세계 무협팬들의 마음과 향수를 자극시켰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무협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준 <검우강호>, 심플하다.

명나라 시대, 8백년 전 사라진 달마의 유해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의 검객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황실의 명으로 달마 유해의 반쪽을 보관하던 지앙(정우성)의 아버지는 달마의 유해를 노리는 암살단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매일 같이 검술을 연마하며 조용히 살아가던 지앙은 얼굴도 바꾼 체 소박한 우편배달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정체를 숨긴 체 살아가던 지앙은 같은 마을에서 비단 장사를 하는 ‘정징’(양자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정징이 정체 모를 검객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서 그녀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또 다시 강호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지앙! 그리고 결전의 순간 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충격적인 한 사람! 비극의 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봐도 한 편의 무협지를 보듯 뻔한 내용이다. 항상 강호는 무림 고수들로 들끊게 되어 있고, 그 강호의 세계에는 어떤 떡밥이 던져진다. 절대 무림의 제패를 꿈꾸는 고수들이 찾게 되는 어떤 물체, 물건, 비법서등..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고수들은 하나 둘 모이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며 때로는 음모와 배신속에서 죽어나가지만, 그래도 그 지상최대의 한 목표를 향해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강호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 영화에서는 '달마의 유해'라는 떡밥을 던졌다. 즉, 이것을 습득시 절대 무공을 갖기에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검을 겨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아비를 잃은 '지앙'(정우성)이 복수를 꿈꾸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다가 같은 마을에서 어느 한 여자 '정징'(양자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그렇게 강호속에서 알게 모르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 둘은 무림에서 알아주는 고수였다. 남자는 물론 특히 여자 '정징'은 전에 '세우'라 불리며 절대 무공을 자랑하던 여검객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정체를 숨긴 채 심지어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화제작 <페이스 오프>처럼 안면이식 성형수술을 해 새로운 페이스로 살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정체를 서서히 캐묻기 시작한 고수들이 쳐들어와 남자가 위기에 처하면 여자가 구해주고 여자가 위기에 처하면 남자가 구해주면서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종국에는 그 절대 무공의 비법을 차지하려는 흑석파의 수괴 전륜왕과 한판 대결을 벌이면서 이들은 강호의 전설대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느 누가 희생을 하면서 신파조 무협의 전형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강호로 사라지는 그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줄거리이자 기존 무협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인 것이다.

 

양자경 무협액션의 포스는 녹슬지 않았다.

이렇듯 이 영화는 기존 무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차용하며 어느것 하나 비켜간 것이 없다. 기본대로 정석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정우성이 분한 '지앙'은 복수를 꿈꾸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간 한 남자였으며, 당대최고의 여검객으로 강호를 주름잡았던 여자 '정징'은 얼굴까지 변형시켜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스마담때부터 온몸으로 액션씬을 선보이며 와호장룡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각인된 배우 '양자경' 누님이 이제는 50(62년생)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제는 어느덧 많이 늙어보이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액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특히나 여기서 펼쳐보이는 무협액션은 많은 와이어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중부양을 하며 액티브한 빠른 검술을 선보인 것이다. 그 검술도 마치 채찍을 다루듯 검이 막 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미래의 신랑감에게 먼저 장가오라고 할 정도로 당찬 구석이 있는 여인네였다. 그런데 어찌보면 외유내강의 스타일로 내면에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과거에 대한 비밀을 숨긴 채 살아가는 어떤 아픔을 간직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 폭발하는 순간, 그녀는 온몸을 던져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고 자신까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강호의 세계에서 스스로 물러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협의 궁극', 특히 남녀가 주인공일때 그려지는 신파무협의 클리셰로 전형적인 플롯이라 할 수 있다. 즉, 그 사랑앞에서 어느 하나가 희생을 하는 그림들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에서 두 남녀 주인공 말고 새롭게 눈에 띄는 무림 고수는 없을까.. 물론 없지 않다. 대신에 장편 드라마가 아닌 한 편의 영화다보니 그 고수들의 캐릭터는 많지 않고 정형화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코 악역으로 나온 흑석파 수괴인 전륜왕이 초중반에 스타워즈 제다이를 코스프레한 모습과 이런 흑석파의 바늘던지기 암살자 '레이빈'역의 '여문락'도 나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나 한 젊은 여자가 눈에 띈다. 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미모의 암살자 '옥'역을 맡은 '서희원'.. 사실 이 여배우를 몰라서 순간 보고서 '장쯔이' 같은 모습에 여리고 선한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찾아보니 대만의 금잔디라 불리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히로인이라고 한다. 외모는 여리고 청순한 모습인데, 여기 극중에서는 미인계를 무기로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서는 위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다. 바로 저 장면이 반라로 지앙(정우성)을 유혹하는 장면인데, 이때 지앙은 넌 뭥미?로 쳐다보더니 밖으며 뛰쳐나가 '여기 미친 여자 있으니 구경오라'고 외친다. 이에 그녀는 깜놀해 반라로 담장을 뛰어넘어 도망가고 만다. ㅎ

서희원의 발견, 스타일리쉬한 무협영화의 심플작 <검우강호>

아무튼 여기 극중에서 서희원이 분한 미모의 암살자 '옥'은 그런 청순한 모습과는 달리 냉혹한 여검객으로 나와 또 다른 눈길을 주었다. 바로 무협물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냉혹함과 요염함'을 겸비한 여자 고수로 나오는데 위의 자경 누님이 분한 '정징'처럼 이 옥도 한 무술하는 실력을 갖춘 검객이다. 하지만 이런 고수는 항상 절대 무림에서는 이용당하거나 궁극으로 달려가지 못하는게 보통의 구성이다. 이렇게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정적을 유혹하지만 종국에는 그 미모가 도리어 화근이 돼 사라지고 마는 조연급으로 강호에 세계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 <검우강호>는 무협의 기본 구성과 이야기전개 등을 그대로 차용한 무협영화이다. 수많은 무협소설과 무협드라마가 그래왔듯이 어떤 메스도 가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찌보면 고전무협의 전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강호처럼 무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예전 무협의 향수를 자극하며 일종의 복습을 하게 한 영화 <검우강호>.. 그것은 이야기의 전개를 무협의 전형대로 심플하게 이끌어가며 오우삼식의 스타일리쉬한 무협액션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소싯적 홍콩 느와르의 르네상스를 연 것처럼 무협 느와르를 제대로 선 보인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역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다. 초중반은 볼만했지만, 전륜왕의 비밀?을 알고나서 좀 얼척없어 웃긴다, 막판 신파조의 반전이 무엇이냐 등.. 안좋게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협영화다. 그것도 보통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무협의 정석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이고, 대신에 무협액션 만큼은 지금 시대에 맞게 오우삼식으로 스타일리쉬하게 연출하며 분명 눈요기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런 비주얼적 요소들은 안좋은 면을 불식시키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 강호처럼 여기 '검우강호'도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강호의 세계를 꿈꾸며, 그들은 또 다른 강호의 세계를 찾아나선다.

그것이 무협영화 아니, 모든 무협물의 무한루프인 것이다. 아 강호의 세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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