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스 투 줄리엣 - Letters to Juli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렇다. 강호는 단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보겠다는 일념하에 오전 댓바람부터 달려가 본 영화, 하지만 이번에도 저번에 <살인의 강>처럼 극장을 통째로 빌려 떡하니 혼자서 당차게 본 영화, 아니 이런 로맨스물을 수염 난 칙칙한 남자가 본다고 매표 직원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극장문을 나섰던 영화, 그래도 강호는 떳떳하게 보며 100여 분 동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에 빠졌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뻔한 로맨스물이다. 그렇다면 내용이나 결말이 뻔한 스토리 즉, 통속적인 내용이라 지레짐작했다면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주인공, 특히 여자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이 로맨스물은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가히 성공적이다. 늘씬한 큰 키는 아니지만 금발 머리에 큰 눈과 마르지 않은 육감적 몸매를 과시하는 비주얼적 바디의 소유자 '아만다 사이프리드'.. 사실 이 여배우를 몰랐다. 영화 <맘마미아>에서 귀여운 '히로인'의 모습은 그냥 지나쳤지만, <죽여줘 제니퍼>에서는 뱀파이어 비스름한 역을 맡은 '메간 폭스'의 친구역으로 나와 착하고 연애에 숙맥인 척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에 반전을 던졌다. 그리고 <클로이>를 통해서 미중년 '리암 니슨'을 매혹적으로 유혹하며 '줄리안 무어'와 이상야릇한 사랑에 빠졌던 모습들까지.. 강호는 이 여배우가 이렇게 각인돼 있었고, 이번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평범한 역을 맡은 로맨스물에 나온다해서 만사 제쳐놓고 혼자서 보게 됐으니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작가 지망생 소피는 전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우연히 50년 전에 쓰여진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고, 편지 속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소피의 눈 앞에 편지 속 주인공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기적처럼 나타나는데.. 소피의 편지에 용기를 내어 50년 전 놓쳐버린 첫사랑 찾기에 나선 클레어. 할머니의 첫사랑 찾기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없이 따라나선 손자 찰리. 그리고 그들과 동행하게 된 소피. 그들의50년 전 사랑 찾기는 성공할까? 그리고 소피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까?




50년전 러브레터속 사랑찾기에 나선 세 사람

이렇게 이 영화는 어찌보면 지극히 통속적인 로맨스물이다. 50년 전에 발견된 러브레터를 통해서 그 러브레터의 주인공을 찾아주는 주인공마저 사랑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에 고리타분한 로맨스가 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시감을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으로 커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로맨스에 동화되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자료 조사원이지만 글쓰기에 나름의 소질이 있어 작가를 꿈꾸는 '소피'는 결혼을 앞둔 뉴욕에서 큰 식당개업을 준비중인 남친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베로나'에 머무른다.

하지만 둘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 남친은 와인에 빠진 남자로 그런 경매현장을 쫓고, 소피는 소피 나름대로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전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한다는 '줄리엣의 발코니' 벽에서 우연찮게 50년 전의 낡은 레브레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애 편지를 대필해주는 '줄리넷의 비서' 아줌마들과 함께 그 작업에 통참하며 50년 전의 러브레터에 답장을 보낸다. 곧바로 찾아온 노파와 젊은 청년, 바로 그 노파가 50년 전 편지를 쓴 여자였고, 청년은 그 노파의 손자였다. 50년이 지나 답장을 받은 노파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줄리엣의 발코니'를 찾아온 것이다. 이에 소피도 놀라면서 그 노파 '클레어'와 손자 '찰리'와 함께 편지속 남자인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베로나 도시를 이 잡듯 수십 명의 같은 이름 '로젠조'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찾아 다닌다. 하지만 로렌조 할아버지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서서히 지쳐가는 세 사람, 결국 로렌조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무덤가를 찾으며 이들의 사람찾기 여행을 여기서 끝난다. 여행내내 이런 사랑찾기를 써온 소피의 그런 사랑의 기록도 무색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이 실망한 채 돌아오는 길에 어느 거대한 농장 밭에서 우연찮게도 그들이 찾던 그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게 된다. 바로 감격의 순간이고 노파에게는 한 움큼의 눈물과 회한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물론 로렌조 할아버지도 이제는 너무나 늙어버린 클레어를 끌어안으며 그 사랑에 감격해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본 소피와 찰리.. 둘은 "그동안 고생 많았지.. 너무 잘 됐다.."며 서로를 위안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랑은 무엇일까.. 바로 소피와 찰리다. 소피는 이미 약혼남이 있지만 소피는 찰리에게 사람찾기 여행동안 찰리에게 흔들렸고, 찰리도 그런 소피에게 흔들려 서로 사랑의 감정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피는 그런 사랑을 숨긴 채 이탈리아를 떠나 본업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동안 생생히 써왔던 사랑찾기의 기록이 편집자에 눈에 띄어 잡지에 실리게 되는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남친은 큰 반응이 없다. 오로지 일에 빠져 사는 남자일뿐.. 이에 소피는 남친과의 절별을 선언하고 클레어 할머니와 로렌조 할아버지가 늘그막 해 결혼식을 올린다는 초대장을 받고 그곳을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다시 만난 찰리, 그런데 그 남자 옆에는 어엿한 색시가 있었으니 소피는 다시 찾아온 사랑앞에 울고만다.

과연 소피는 이 사랑을 어떻게 찾았을까.. 마지막에 그 사랑의 현장이 나온다.




통속적인 로맨스지만, 원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뻔하면서도 다소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그 소재는 50년 전의 발견된 한 통의 러브레터, 그 사랑의 편지속 남자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난 세 사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사랑을 보게 된다. 바로 50년 동안 고히 간직해온 어느 노파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제는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결국 찾게 된 그 사랑앞에 노년의 중후한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찾기에 전사적으로 나선 소피와 그런 '소피'를 처음에는 마뜩잖으며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 '찰리'.. 하지만 이 둘은 그 사랑찾기 여행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사랑에 시나브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며칠씩 같이 붙어 다녔으니 소위 '삐리리' 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영화는 노년의 사랑속에 청춘남녀의 사랑을 집어넣고 투영시켜 사랑의 방점을 찍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가 그려낸 그림들은 이런 메시지적 요소외에 인류사에 영원한 사랑의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 이들이 처음 만난 사랑의 도시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 풍광과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탈리아 음식의 보물창고인 맛의 도시 '시에나'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를 타고 사랑을 찾아 떠난 그들의 동선을 좇으며 이탈리아 여행에 같이 동참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찾기 여행속에 영화 <나인>의 음악 감독이 선사한 각종 달콤한 선율까지 절로 마음이 동화돼 사랑에 흥이 나는 순간들이다. 이탈리아 칸쏘네부터, 각종 팝 음악까지.. 이들의 사랑찾기에 제대로 흥을 돋운 것이다.

이런 영화적 소재는 1930년부터 전세계 여성들이 사랑의 사연을 보내온 '줄리엣의 발코니' 부터 시작된다. 실제 지금도 그곳은 유명 관광 명소라 한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줄리엣의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일화부터, 줄리엣의 발코니에 사연을 남기면 소위 줄리엣의 비서들이 모든 사연에 정성껏 답장을 해준다는 줄리엣의 비서들까지.. 이런 여러가지 모티브로 펼쳐진 소설같은 아니,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레터스 투 줄리엣>.. 그것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되며 그녀가 쓴 러브레터 한 통이 자신의 사랑마저 찾게 해준 이야기속에 어찌보면 통속적인 사랑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통속적이라 해도 사랑은 원래 그렇게 만나 찾는 과정속에 이뤄진다는 '사랑의 일반화'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올가을 최고의 감성 '러브레터'를 만난다.

그래서 이런 느낌은 추석전 개봉해서 순식간에 백만 이상의 관객몰이를 한 우리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과는 다른 감성 로맨스로 다가온다. 즉, 시라노가 고전의 모티브대로 연애를 조작해서 사랑에 빠지게 만든 다소 코믹적인 그럴싸한 로맨스였다면.. 여기 <레터스 투 줄리엣>은 그런 조작이 아닌 물 흐르듯 시간이 흐르듯 노년의 사랑을 찾는 과정속에서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져드는 두 청춘남녀 그렸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리고 그 시나브로한 사랑의 현장에서 세대를 넘나든 관객들은 동화돼 로맨틱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받게된다. 정말로 감정이 메마르지 않는 한 분명 감화는 받기 마련일터..

그것은 다소 육감적이면서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여자 '아만다 사이프리드'만의 사랑찾기 해법속에 녹아든 그림과 풍광들도 한몫하며 결국에 자신마저도 사랑찾기를 하게 된 이야기 <레터스 투 줄리엣>.. 실제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의 '줄리엣 하우스'를 배경으로 시대를 초월한 러브스토리를 그려낸 것이다. 또한 미국 개봉당시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의견과 평단은 '놀라운 경관과 달콤한 복고풍의 이야기가 있는 로맨스', '뜻밖에 만난 좋은 영화'이자 '폭력과 극단적인 묘사없이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을 제시한 영화로 평가돼 화제를 모았다.

결국, 이런 호평을 보듯이 50년전 '레브레터'라는 다소 통속적이고 이색적이면서 아날로그적인 이 소재가 가져다 준 그 사랑의 감성을 올가을 만나보자. 연인끼리도 좋고, 강호처럼 혼자도 좋고, 아니면 동성끼리도 좋고-(남자끼리는 좀 그렇다.)-특히 여자들끼리 같이 봐도 좋을 정도로, '맘마미아'보다 유쾌하고 '러브 액츄얼리'보다 사랑스러운 매력속에 50년 전 레브레터를 통한 '아만다'의 사랑찾기에 동참해 보자. 그것은 바로 감성 로맨스가 선사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여기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없다" 는 대사처럼..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이 영화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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