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연휴동안에 이제서야 끝자락에 시간이 좀 남아서 오랜만에 고향집에 있는 큰 책방을 찾았다. 당연, 요즈음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넷상으로 본 책들의 외형적 이미지?를 만지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앞으로 살 책들로 미리 둘러보는 강호에게는 꽤 의미있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두 권의 책을 발견했다. 사실, 이 두 권은 예전에 이 책방에서 러시아 문호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와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을 사면서 눈여겨 본 책이었다. 다음에 올때는 여기 두 권의 책을 사야겠다고.. 그래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나올때 두 권을 도서상품권으로 컬렉했다. 그럼, 강호 스타일대로 매번 하는거지만 책 소개를 간단히 해본다. ㅎ

먼저, <설국>이다. 그런데, 이 제목은 어디서 얼핏 들어본 것 같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로도 나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꽤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정확히 본 기억은 없지만서도 그런 느낌이 드는 원작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이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에 이렇게 떡하니 자리매김하고 있을까..이 책은 바로 일본 최초로 196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 이 작은 1937년 처음 발표 후 출간되다가 12년동안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1948년 마침내 완결판 <설국>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민음사에서 정식 계약을 통해서 2002년 이후 2010년 37쇄까지 펴낸 인기작으로 우리들 손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12년에 걸쳐 섬세하게 조각된 동양적 미의 세계, 전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낸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 소설로 평가받는 <설국>으로, 한마디로 줄이면 시마무라의 온천마을 방문기이다. 실상은 정확한 플롯이 없어서 방문기라 이름 붙이기도 모호함속에 스토리보다는 분위기를 잔뜩 살린 소설이라는 소개다. 그것은 이렇게 저렇게 궁굴린 문체, 거진 반 페이지 가까이 되는 수식, 서술어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솜씨 덕에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개성에 초점을 맞추며.. 눈 쌓인 온천 마을, 설산, 내연 모를 아름다운 여인, 게이샤 등등 주요 장면이나 인물들의 이미지도 공감각적으로 독자의 감성을 건드린다는 평가다.

당시 1968년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일본인의 마음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한 서술의 능숙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유흥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꼭 일본적인 소설은 아니다. 눈 쌓인 온천지방을 묘사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보드라운 문체와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고마코와 시마무라의 대화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뉴욕 타임스>조차 "가와바타의 글은 소리 없이 퍼져나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추천사처럼, <르 몽드>는"『설국』은 문체의 아름다움에 있어 대표적인 고전이다. 이미 모두 읽고서도 다시 읽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시적이면서 우아한 문체의 풍요한 때문이다." 추천사처럼.. 설국은 분명 우리네 마음 한 켠에 자립잡은 '서정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문학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가을이 지나 눈 내리는 겨울에 읽으면 제 격일 것 같은 느낌의 <설국>을 꼭 만나보자.



또 하나의 일본문학은 제목부터 임팩트한 <인간실격>이다. '인간실격'이라니.. 바로 인간의 자격이 박탈당한 이야기인가.. 그렇다. 띄지에 설명처럼 천만 부 이상 판매된 일본의 대표적 국민소설로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대표작이다. 오사무의 짧은 연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그는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 생애 다섯 번째로 자살을 기도함으로써 서른 아홉 살에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기이한 이력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는 제1회 아쿠타가와 상 수장자이자 현대 일본 소설의 상징으로 불리우며 전후 일본 문학사상 1천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장편소설로 대표되는 작가다.

그 이야기 속에는 순수한 인간을 실격시키는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판 비판이 들어 있으며, 패전 후 황폐한 일본, 정신적 기반을 잃고 술과 마약, 매춘 등에 빠져 처절하게 파멸되어 가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요조'의 일생을 통해서 누구보다 인간이기를 원했으나 끝내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한 인간 실격자의 처절한 고백이 묻어난다는 소개다. 그래서 이런 지나치게 우울한 내용으로 어찌보면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 같은 자전적 소설로 평가돼 문단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설국>처럼 같은 출판사로 구할려던 민음사판이 <인간실격>외에 <직소> 하나만 있었는데.. 이 책에는 대표작 <인간실격>이외도 몇 편이 더 수록되어 있다. 일본 국어교과서에 실린 그리스 전설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자의식과 수줍음을 이야기한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해 <잎>, <역행>, <어릿광대의 불꽃>, <그는 옛날의 그가 아니다>까지 총 6편의 대표작들을 실었다. 그래서 이런 오사무의 작품속에는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채 축적한 기성세대 부의 비호 아래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치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연약한 청년의 이야기는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적 특징이 묻어난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가치가 설 자리를 잃고, 또한 젊은 세대가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전후戰後 일본의 혼란을 완벽하게 그려낸 그의 소설이야말로.. 작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사회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자화상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뉴욕타임스 조차도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는 평가처럼..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그려낸 인간의 자격을 박탕당한 한 인간 실격자의 처절한 고백을 들어보자. 무엇이 자격이고 실격인지 말이다. 

이렇게 일본문학의 대표적 걸작 두 권을 간단히 소개해 봤다. 분명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다. 한 분은 일본에 노벨문학상을 안긴 노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였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이 둘은 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또한 이 작가들을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 일본의 현대소설로 자리매김한 인기작가들..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요시모토 바나나, 이사카 코타로, 히사기노 게이고, 노자와 히사시, 오쿠다 히데오, 오기와라 히로시등과는 다르게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은 지금의 인기 작가들보다 앞선 시대를 산 만큼 시대의 아픔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알아야 할 일본 작가이자 문학이 아닌가 싶다. 대표작 <설국>과 <인간실격>, 그래서 이 대표적 일본문학은 꼭 필독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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