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개봉한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 때문에 알게된 작가 '이사카 코타로'.. 마치 작년에 나왔던 일본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 때문에 알게된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케이스?라고 할까.. 사실 '이사카 코타로'는 전혀 모르는 작가였다.내가 나름 팠던 일본작가는 춘추전국시대 열국지 각개 소설의 최고봉 '미야기타니 마사미쓰'와 <타인의 얼굴>과 <모래의 여자>로 인간의 실존을 고찰한 '아베 고보', <공중그네>에서 '이라부' 캐릭터로 대히트를 친 '오쿠다 히데오'나 <내일의 기억>과 <그 날의 드라이브>등 인생소설로 잘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 최근 <심홍>을 읽고 알게된 '노자와 히사시', 그리고 유명한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 

그래서 이들과 함께 '이사카 코타로'까지 5대 작가라 부르기도 한단다.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1Q84>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빠졌기 때문일지도.. 여튼 히데오나 히로시, 게이고는 50년대 생으로 나름 연배가 있는데, 코타로는 아직 71년생 30대로 꽤 젊은 편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지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내 스스로 생각인지 몰라도 영화 <골든 슬럼버> 때문에 찾아보니 그렇다.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소설들로 주목을 받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퍼즐식 구성과 쿨한 감수성,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이사카 코타로'의 트레이드마크라 한다.

그래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 '이사카 코타로'.. 그래서 이참에 파볼? 요량으로 그의 대표작 3종 세트를 컬렉했다. <골든 슬럼버> 영화 때문인지 도서 사이트마다 50% 할인해서 15,000원에 가볍게 컬렉했다. 위처럼 비닐을 뜯기전 모습의 책이다. 여튼, 세 권을 간략해 소개해 본다.



먼저, 영화로 개봉하면서 잘 알려지고 유명한 작품으로 동명의 <골든 슬럼버>다. 사실, 영화도 봤지만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은 비주얼이었다. 책은 2008년 제 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소설로 뜻하지 않게 총리암살범이 된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 인물 묘사를 통해서 지극히 오락소설로 나아가며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쿨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등으로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즉, 철처한 오락소설이지만 깊이 면에서 단연 이사카 코타로의 대표작이라 불리고 있다.

500여 페이지가 넘어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시간 구성의 교차 편집으로 그 흡인력은 좋다는 평이다. 그외 평가를 보더라도.. "전반부에 뿌려놓은 복선의 조각들이 중반 이후로 기분 좋게 작동한다. 짜임새가 완벽한 소설이다. 주인공이 질주하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책을 읽어내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한 남자의 고독한 도주와 싸움,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요란스럽지 않은 모험소설. 거대한 폭력에 대항하는 한 사람의 진심어린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까지.. 여튼, 영화가 스릴러가 아닌 지극히 드라마적으로 흐른 코믹적 휴먼도주극 이었기에..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이 원작소설 <골든 슬럼버>로 만나보자.

그리고 <사신치바>.. 제목만 들어보면 얼핏 '분신사바'?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호러일까.. 그런데 그런 호러가 아닌 여섯 편의 연작 소설집이다. 엉뚱한 저승사자 사신 치바를 통해,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여섯 단편은 각각 하드보일드, 로드무비,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로 엮어져 있다. 여기 주인공 '사신 치바'의 임무는 '사고사'로 결정된 사람을 일주일동안 관찰한 뒤, 해당 인물의 죽음을 결정하거나 보류하며 그들의 인생을 뒤흔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호러도 포함된 것일 수 있는데.. 사신(死神) 즉, 죽음의 신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생을 반추게 하는 작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사카 고타로의 빼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 사랑에 대한 두터운 믿음, 인간의 포용력에 대한 성찰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특히 수록된 여섯 단편 가운데 하나인 '사신의 정도'는 2004년 제57회 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문)을 수상한 이야기라는데.. 여튼, 제목처럼 '사신 치바'가 펼쳐낸 독특한 사신 이야기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왕>이다. '마왕'이라면 신해철? ㅎ.. 농이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나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아집으로 써낸 이사카 코타로의 최고작 <마왕>..내용은 복화술의 초능력을 가진 형과 미치도록 운이 좋은 동생, 우르르 휩쓸려 다니는 세상 앞에 홀로 서서 '생각해야 해, 생각해야 해!'를 외치는 엉뚱하고 진지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이야기에는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휩쓸려 다니는 젊은이들, 자기들끼리 우습지도 않은 모양을 연출하는 정치인들,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분위기, 새로운 세대의 고민들을 읽을 수 있다는 소개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극우주의에 맞서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라며 파시즘과 민족주의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가 특유의 기발한 유머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인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형 안도가 일하는 회사에 <사신 치바>의 주인공 치바가 슬쩍 등장하는 등, 이사카 코타로의 이전 작품들의 조각을 찾아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라는데.. 과연, 우리 안의 '괴물'에 대한 섬뜩하고 기발한 우화 <마왕>을 가을이 접어드는 길목에서 만나보자.

이렇게, 이사가 코타로의 세 편의 대표작을 간단히 살펴봤다. 사실 전혀 모르는 일본작가였고, 영화 <골든 슬럼버>로 알게된 작가지만서도, 강호와 같은 70년대생의 젊은 작가로서 일본 문단계의 총아로 떠오르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천재'라 일컫는 그의 평단을 이 대표작으로 알아보려 한다. 히데오의 풍자와 유모, 히로시의 우리네 인생살이, 게이고의 추리 미스터리가 뒤섞인 그런 스타일인지 아닌지.. 아니면 그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정말 있는 것인지.. 이 대표작들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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