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Golden Slumb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릴러라고 표방한 일본영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등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터라 은근히 기대를 했다. 또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본영화였기에 말이다. 저 포스터 내용처럼 평범했던 한 남자가 총리암살범으로 몰리면서 위기에 처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도주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 도주극이 헐리웃 스타일의 액션과 스릴이 아닌 일본식의 잔재미 위주로 표출된 휴먼 코믹 도주극이다. 스릴러는 무슨 스릴.. 물론, 이 남자가 왜 총리암살범으로 몰리며 도망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의문을 자아내지만 적어도 그 상황은 스릴보다는 한 남자의 주변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휴먼드라마다.

그래서 총리 암삼벌이 된 주인공의 도주극을 돕거가 훼방놓는 독특한 주인공들이 눈에 뛴다. 우선 주인공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를 아이돌 스타를 구한 국민적 영웅에서 한 순간에서 암살범으로 몰리게 만들며 "넌 오스왈드처럼 될꺼야.." 같은 수수께끼를 남긴 옛 친구 모리타, 극 중반이후 옛 연인이 암살범이 되어 나타난 미시족 분위기의 하루코(다케우치 유코), 또 '갑툭튀'해 주인공을 돕는 기이한 연쇄살인범 KILL-O, 병원에서 모든 하수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전직 야쿠자 호도카야까지.. 특히 이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호숫가 살인사건>에서 의사역으로 시체유기를 제대로 보여준 바 있다.

아무튼 이 영화는 큰 이야기의 얼개이자 화두를 던진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될거야. 도망쳐!" 라고 말한 그 친구의 수수께끼 같은 말 한마디로 인생 최고의 궁지로 몰린 주인공.. 그리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습관과 신뢰라고 말한 옛 친구.. 그렇다. 이것은 사람의 습관과 신뢰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먼저 이 영화는 정부와 언론이 한 목소리로 외치기만 한다면 한 개인은 진실과 무관하게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규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 유명한 조지오웰의 <1984>에서 빅 브라더스가 지배하는 세상을 오마쥬한다. 또한 철처히 고립되버린 한 개인의 선택으로 출발한 도주극은 긴박감을 주무기로 하는 스릴러로서 보다 인간의 어떤 진실에 대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거대하고 교묘한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놓은 덫에 걸리지만, 사람들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통해서 결국 인간의 최고 무기는 신뢰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제목이자 '황금빛 선잠'이라는 뜻을 지닌 '골든 슬럼버(Golden Slumber)'는 이 영화의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인 이 곡은 당시 뿔뿔히 흩어질 위기에 놓인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폴 메카트니가 완성한 곡으로, 주인공의 도주극에 동참하는 핵심 인물들을 연결하는 단서이자, 주인공이 재회하게 되는 옛 친구들과 동료들의 우정과 연대를 상징하는 은유적 장치로 사용되며 보는이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시키려 노력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지극히 감성을 유도하려는 드라마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스릴러라는 장르이긴 보다는 중간중간 잔재미를 구사한 코믹적인 휴먼 도주극으로 변질?되어 버린 한 편의 드라마.. 2010 베를린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제 5회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이라 한국에 출간 하자마자 베스트설러로 올라섰다는 이 영화는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바로 원작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퍼즐식 구성과 쿨한 감수성,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자랑한다는 호평에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젊은 작가 71년생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원작은 500여페지가 넘는다고 하지만 그 읽는 재미의 흡인력이 뛰어난 수작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이미 도서 사이트마다 50% 할인중인 이 책 <골든 슬럼버>.. 과연, 영화가 담아내지 못한 자세한 뒷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볼까 한다. 작가 스스로도 도주를 테마로 한 엔터테인먼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다이하드>나 <도망자><본아이덴티티>의 이야기 틀을 빌리면서도 소설 ≪1984≫가 내세운 문제의식과 철학을 잘 녹여내어 본질은 다른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철저한 오락소설의 외연을 띠면서도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진지함과 날카로움을 잃지 않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골든 슬럼버>를 원작으로 만나보는건 어떨까 싶다.


골든 슬럼버 - 10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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