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 Desire To Kill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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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는 이상하리만큼 '복수'에 집착하는 것 같다. 올초 <용서는 없다>를 필두로 해서 중간에 <무법자>와 최근 인기작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등 극악한 사이코패스적 연쇄살인마를 처참하게 응징하는 복수의 그림까지.. 정말 복수로 스크린이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복수'가 주는 임팩트는 인간 심연에 깔린 원한과 분노의 발현이라는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원한과 분노로 점철된 복수극이 있으니 바로 영화 <죽이고 싶은>이다.

제목부터가 딱 떨어지지 않게 '죽이고 싶은.." 으로 여지를 남긴 제목부터가 인상적이긴 하다. 그럼, 영화도 인상적이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지만 기존의 복수극과는 조금은 다른 설정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림들도 마치 눈앞의 무대앞에서 두 연극배우를 보듯이 펼쳐지는 이색적인 맛도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개성있는 연기파 두 배우 유해진과 천호진의 호연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누가 누구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정작 죽이고 싶은 사람은 혹시 다른 사람이 아닐까.. 여러 의문점을 내포한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민호(천호진). 뇌 질환과 끊임없는 자살 시도로 병원에 장기 투숙중인 그의 병실에 상업(유해진)이 들어온다! 일생을 걸고 찾아서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던 바로 그 놈! 기억 상실에 전신마비가 되어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들어왔지만 결코 봐줄 수 없다. 성치 않은 몸뚱아리의 민호, ‘놈’을 죽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어느 날 눈 떠보니 병실에 누워 있는 상업.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전신마비로 꼼짝 없이 누워있는 그의 옆 침대에 서슬 퍼런 눈으로 노려보는 민호가 있다. 같은 환자 처지에 왠지 거슬리는 그 놈. 밤마다 누가 린치를 가하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 아프고, 삭신도 쑤신 상업. 차츰차츰 돌아오는 기억 속에 민호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져가는데.....



영화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1984년 시원스레 바닷가가 보이는 어느 고즈넉한 병원.. 지금처럼 최신식도 아닌 콘크리트 벽이 훤히 보이는 어느 병실에 한 남자가 생을 포기하듯 누워있다. "난 죽어야 돼.. 난 살 가치가 없어.." 심한 자책감에 빠진 한 남자, 그 남자에게 어느 날 다른 환자가 들어온다. 그 환자의 이름 '박상업(유해진)'을 듣자 그 남자 김민호(천호진)는 눈을 부릅뜬다. 자신의 여자를 죽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인마를 만나다니.. 운명의 장난인가.. 바로 복수를 감행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자신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둘다 몸이 부자연스러운 중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병실에서 죽은 날만을 기다리던 한 남자가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던 그 놈을 만난 뒤 어떻게든 살고 싶어진 남자.. 그리고, 잃었던 기억을 되찾은 후 살기위해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그 놈을 죽여야만 하는 또 다른 남자.. 그 두 남자가 비좁은 병실과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서로의 목숨을 노리면서 예측불허의 사투를 그린 영화가 바로 <죽이고 싶은>이다. 그런데, 그들의 사투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위의 물건을 이용해서 예를들면 효자손으로 기계를 조작하거나 스타킹에 비누를 넣어서 가격을 하는등, 여러가지 애를 쓴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상업'은 맞는 동안 기억이 살아나면서 자신도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한다. 당신이 내 여자를 죽였다며 그도 응수를 한 것이다.

아니.. 누가 누굴 죽여.. 서로 자신의 여자를 죽였다며 이제는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그 둘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저기 위의 그림처럼 마치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오마주다. 과연, 누가 이 게임의 승자가 돼서 상대방을 죽일 수 있을까.. 아니면 둘다 죽었을까.. 과연 그들이 말한 그 여자는 누가 죽인 것일까.. 이렇게 영화는 죽이고 싶도록 미운, 아니 자신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든 바로 옆의 사람에게 복수를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복수처럼 사지가 멀쩡한 이들이 아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복수는 눈물나게 참 안습이다. 제대로 강펀치를 날리는게 아니라 서로 잡고 물어뜯고 하는 일종의 개싸움이다. 그것도 병원 바닥에 낮은 포복자세로 말이다. 웃기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



그리고 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간호하는 젊고 섹시한 여간호사가 하나 있다.(위 그림) 바로 하간호사(서효림)라 불리는 그녀는 항상 생기발랄하게 지극 정성으로 두 남자를 간호한다. 그런데,이 여간호사의 정체가 궁금하다. 두 남자를 보며 특히 김민호(천호진) 그 남자를 보며 아빠 같다고 느끼는 이 이상야릇한 하간호사.. 몸매도 섹시하게 보는이로 하여금 마치 '마술사옆의 보조걸'을 보듯 눈을 다른데로 돌리게끔 극은 장치를 던진 느낌이다. 그래도 몸매는 좋다. 여담으로 1980년대 어느 간호사가 저렇게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병간호를 했는지 의문이지만서도.. 남성팬들에겐 또 하나의 서비스인 셈이다. 서효림양을 기억해 주시라..ㅎ 

여튼, 극의 중요한 키포인트를 이야기하면 중간쯤에 이들의 치료를 위해서 모 의학박사가 이들에게 정신질환 신약을 투약하게 된다. 물론, 동의하에서다. 자신들도 어서 치료해서 나아 상대방을 먼저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신질환의 약이 화근이 되어 그들이 잊어버렸던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살인'에 대한 기억이 교차돼 서로를 더욱더 미워하고 응징하게 만든다. 과연, 누가 그 여자를 죽인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마지막에 반전을 던졌다. 그런데, 그 반전이 뜬금없이 해결하듯 던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얼척없거나 황당한 반전은 절대 아니다. 분명 수긍이 가는 반전이긴 하다. 그런데, 그 반전을 좀더 치밀하고 물흐릇 던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영화 전반에 포석을 잘 깔아놓고서 후반 무리수의 느낌과 서로 위해를 가하는 잔재미가 나중에는 지쳐하는 모습, 굳이 반전이라 해서 설명하듯 마무리한 느낌까지..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으로 짤 짜여진 틀을 깨고 말았다. 두 개성파 배우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존에 봐왔든 복수를 그린 영화들과는 다르게 색다른 설정속에 잔재미와 있을법한 상황연출, 복수라는 공통의 분노가 충돌하는 인간의 욕망을 병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무겁지 않게 그린점은 볼만했다.

그렇지만 무언가 임팩트한 스릴러는 아닌 느낌이다. 결국, 여기서의 복수도 기존의 복수극처럼 지나지 않았다는 클리셰가 허탈할뿐 새로운 맛은 떨어진다. 그 과정이 좀더 디테일했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그래도 반전은 반전이다. 물론 난 그 둘에 치중하다가 예상을 못했지만, 영화가 표방한 메디컬 스릴러 장르답게 메디컬하게 처리한 <죽이고 싶은>영화였다. 그래서 저 간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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