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츄리온 - Centur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 특히 고대 로마같이 한 시대를 임팩트하게 풍미했던 배경의 스펙타클한 전쟁 서사 액션은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수 십년 전에 <벤허>부터 2000년대 들어서 <글래디 에이터> , <300>, 최근에 <로빈후드>까지.. 이런 인기작들은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로 포진된 블록버스터급의 서사 액션 영화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센츄리온>은 이런 블록버스터급이라 말하기도 거북하게 궤를 달리한 느낌의 영화다. 물론 이 영화도 전쟁 서사 액션임을 표방하고 있다. 부제도 거창하다. "로마 최고의 전투군단 9군단, 제국의 영광뒤에 잊혀진 피의 전투, 그 역사속 전설이 부활한다'로 이목을 끈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웬지 B급스러움으로,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잔혹하고 리얼한 피빛 영상등.. 대놓고 살육을 보여준 당찬 영화다. 특히, 저 강렬한 포스터의 여주인공이자 극중에서 픽트족 '에테인'역을 맡은 '올가 쿠릴렌코' 여배우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런데 사실 이 여배우를 몰랐다. 보는내내 눈빛이 마치 '캐서린 제타 존스'를 닮은 듯한 눈매에 강렬한 여전사의 이미지만이 남는다. 전설속 로마 9군단을 와해시킨 주인공이자 살아남은 자들을 추격하는 원시 상태의 야생마같은 여전사.. 그렇다. 이 영화는 바로 전설속 로마 9군단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살아남은 자 '센츄리온' 백인대장 무리를 쫓는 중점으로 그렸으니 시놉시스는 이렇다.

로마 최고의 막강 전투부대였던 제9군단은 어느 누구에게도 정복당해본 적이 없던 난공불락 픽트족과의 20년 전투 중 대패하고 그를 이끌던 장군 비릴루스는 픽트족에게 인질로 생포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로마 최후의 전사들은 검투사 출신의 퀸투스를 따라 장군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적진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구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굶주린 사냥개처럼 퀸투스의 뒤를 쫓는 에테인은 로마군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픽트족 최고의 여전사. 이제 퀸투스가 이끄는 로마 제 9군단의 마지막 전사들과 에테인이 이끄는 픽트족은 죽음으로서만 끝낼 수 있는 마지막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의 줄거리는 나름 장황하지만 간단하다. 포로로 잡혀간 백부장 '퀸투스'를 구하기 위해서 고대 로마 군대의 최강을 자랑한 9군단이 보무도 당당하게 출병한다. 하지만 그런 위용도 잠깐 숲속에 매복되어 있던 야생의 픽트족에게 최참하게 무너지고, 그 군단장이 인질로 잡히자 그 대장을 구출하기 위해서 살아남은 센트리온 백부장이 몇몇 군인들과 함께 적지로 뛰어든다. 하지만 군단장을 구하지 못한채 그곳을 탈출하고 결국 군단장은 픽트족의 여전사 '에테인'에게 죽는다. 그리고 에테인은 그들을 맹렬히 추격하며 숨통을 조인다. 과연 에테인을 그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까.. 아니면 센츄리온 백부장은 에테인을 물리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둘의 대결이 영화의 결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제목 센츄리온(Centurion)은 무슨 뜻일까? 찾아보면은.. 백인대장(百人隊長) 또는 백부장(百夫長)이라 불리는 고대 로마 군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교급 직업군인로 한마디로 '백인의 결사대'라 할 수 있다. 로마 레기온(군단)의 최소단위인 켄투리아(백인대)의 지휘관이었다. 명목상 6,000명의 병사로 구성된 레기온은 10개의 코호르트(보병대)로 나뉘었으며 한 코호르트마다 6개의 켄투리아가 소속되어 있었다. 따라서 켄투리온은 100명가량의 병사를 지휘했으며 한 레기온에 60개의 켄투리아가 있었다. 한 레기온에 속한 켄투리온들은 복잡한 위계질서로 배치되었고 상급에서 하급에 이르기까지 권한과 책임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켄투리온 계급은 실질적으로 지위의 차이가 거의 없었고 다만 제일급 보병대의 제일급 백인대장만이 예외였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투중 부대원 전원이 실종돼 지금까지도 역사속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전설의 로마 제9군단의 이야기.. 바로 로마제국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오현제중 하드리아누스시대(재위 117~138)에 로마군 전성기중 가장 무섭고 뛰어난 군단이었다는 9군단이 스코틀랜드에 갔을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면에 은폐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전투, 그래서 감추어야 했기에 더욱 치열했던 그 날의 전설을 만들고자 아니 부활코자 스크린으로 담아낸 <센츄리온>..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사실 역부족에 태부족이다.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 포장을 못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감독의 역량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바로 어느 영화평 '리들리 스콧을 넘보다 자해하는 꼴'이라는 혹평처럼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닐 마샬'은 전작 <디센트>를 통해서 하드고어한 공포물로 이목을 끌었고, 이번 전쟁 서사액션에도 그것을 그대로 표출하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창칼이 복부와 목을 관통하고 모가지가 댕강 잘리는등 피가 생으로 튀며 날것 그대로의 리얼 살육액션으로 야생의 원시적인 전투 장면을 가감없이 담아냈다. 하지만 비주얼이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가 엉성한 느낌이다.

물론 이런 잔혹한 씬에 거부감이 일면 보기가 거북하다. 하지만 영화 <300>의 스파르타군과 페르시아 제국의 살생전을 즐겨봤거나 미드 '스파르타쿠스'의 리얼한 피빛 살육을 즐겼다면 이 영화도 그런 점에서 충실하게 보여주었고 어찌보면 이런 류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다. 이야기 구조의 플롯이 좀 엉성한 느낌에다 大 서사액션이라 불리기엔 낯간지럽게 B급스런 연출, 그리고 정작 주인공 센츄리온 백인대장의 사투와 고뇌가 전달이 잘 안된 느낌이다. 그냥 도망자 신분으로 점철된 안습적 상황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름 건진것이 있다면, 바로 위의 사진처럼 픽트족 여전사 '에테인'역을 맡은 '올가 쿠릴렌코'가 아닌가 싶다. 로마 9군단의 정찰병으로 처음에는 활약했지만 그녀는 스파이였다. 소싯적 가족 모두가 로마군에게 몰살을 당하며 그녀는 복수를 다짐한 것이다. 그 악다구로 철저하게 로마군을 무찌르기 위해서 절치부심했고, 그 중심에서 로마 9군단을 사지로 내몰았던 여전사, 분장의 효과인지 몰라도 꽤 강렬해 보인다. 야생의 모습 그대로처럼 말이다. 이것은 여전사의 이미지로 굳혀진 두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나 '안젤리나 졸리'와는 색다는 느낌이다.

여튼, 전설속 로마 9군단의 이야기라는 大 전쟁 서사액션을 기대했다가.. 잔혹한 피빛 영상을 복습한 느낌에다 어느 한 야생적 여전사의 아우라만 남겨진 아쉬운 영화 <센츄리온>.. 만약에 이런 소재를 <글래디에이터>와 <로빈후드>을 만든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주인공을 '러셀 크로우'가 했다면 이 영화는 또 한편의 장대한 서사액션이 됐을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A급속에서 이런 B급스런 서사액션도 필요하긴 하다. 대신 여전사 '올가 쿠릴렌코'를 건졌으니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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