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책에서 말하는 인문 분야는 다양하다. 역사, 사회, 문화, 예술, 철학등 그 분야는 실로 다양하며 그 만큼 '인문'이 아우르는 범위와 이야기거리는 무궁무궁하다. 비록 인스턴트식 소설적 재미가 떨어지더라도 지적 사유를 통한 고찰적 재미는 또 다른 인문의 맛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기 지적인 탐구적 재미를 충만시켜줄 두 권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은 알라딘 신간평가단 '인문' 분야 여섯 번째로 받은 두 권의 책이다.
먼저, 우리네 머리속에 아직도 문화예술의 거리로 잠재되어 있는 도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파리는 깊다>다. '깊은 여행'시리즈로 나온 첫 번째 책으로 - (두 번째 책은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인데 사실 난 이 책이 더 끌린다. 왜? 르네상스 시대 중심에 있었던 그 피렌체의 역사 문화기행이기 때문이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라고 부제되어 있다. 즉 파리에 대한 본격 '문화예술 체험 여행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감성 에세이를 넘어 여행에 역사적, 문화적 깊이를 더하고, 아는 만큼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라는 소개다.
특히 영화기획자, 와인평론가, 음식비평가, 여행 칼럼니스트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고형욱' 저자는 파리의 낭만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몰랐던 파리의 모습을 새로이 창조하며 마치 고고학자처럼, 먼지붓을 들고 도시의 때를 걷어냈을때 그속에 진짜 파리가 드러남에 '파리는 깊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에 살았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취를 통해 예술의 도시 파리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책 곳곳에 그림과 사진들과 함께 말이다. 여튼 파리 여행을 꿈꾸는 자, 파리를 좀더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예술적인 문화적 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책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묵직한 양장본에서 전해지는 두꺼운 외형과 표지에서 묻어나는 손 그림과 제목의 포스가 느껴지는 <장인>.. 그런데, 장인(匠人) 하면 우리는 보통 어떤 육체적 노동의 기능적 대가(大家)로만 인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장인의식과 정신이 만들어낸 문명의 산물은 사랑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만드는 일이 곧 생각의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우리 생각 속 틀에 박힌 장인의 모습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즉, 이 책에서는 시공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장인 분석을 통해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의 신(新)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것은 광활한 시공으로 안내하며 상고시대의 그리스 도공, 로마제국의 이름 없는 벽돌공, 거대한 성당을 지어 올렸던 중세 석공, 르네상스 예술가를 비롯해 근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래머, 건축가, 의사등 현대의 전문 직종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인간의 모습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자세한 면면들은 2006 헤겔상 수상작가이자 2008 게르다 헨켈상, 2010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에 의해 신(新) 장인론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책 구성 소개는 이렇다.
핵심인 1부는 역사상 장인이 밟아온 길과 작업장과 도구, 의식의 세 가지 갈래로 훑어본다. 특히 불평등한 관계 속 장인의 모습과 기계에 대항하는 장인의 싸움 등 장구한 역사 속에서 고통 받는 장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손과 기능의 숙달 과정은 2부에서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마지막 3부는 우리 안의 어떤 요인이 작업의 질을 추구하는 욕망과 의지를 고무하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특히 ‘강박관념이 보이는 야누스의 두 얼굴’ 등 극단에 치우친 장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묘미는 기존에 인식된 장인의 모습은 물론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많은 사료와 다양한 증거자료들을 제시하며 장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 '세넷' 특유의 살아있는 언어는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장인』과의 대화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평가다. 그렇다. 현대문명 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인간 안에서 '살고 있지만' 잘못된 제도와 어긋난 이데올로기로 고통받는 장인.. 바로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라 역설하며, 우리에게 잊혀진 '그'를 불러내는 작업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장인을.. 이 책이 선사하는 지적탐구로 고찰하며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