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 I Saw The Devi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에서 알수 있듯 여기 악마가 있다. 아니 그는 인간이길 포기했다. 그런 악마에게 쳐들어간 한 남자.. 사실 어찌보면 그는 악마와 반대되는 그저 평범한 천사?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그는 그 순간 천사가 아닌 복수의 화신인 악마로 변질되고 만다. 그리고 악마 VS 악마의 대결이 펼쳐져 악마가 된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악마를 쫓으며 사투를 벌인다. 그런데, 이 사투의 모습은 기존의 복수극과 많이 달라 보인다. 잡은 순간에 사투 순간에 죽이지 않고 놓아준다.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이 먹이를 일부러 놓아주듯 그는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따를지라도.. 그렇다. 이것이 이병헌을 자신의 영화에 세번째 영입하면서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잔혹한 범죄 스릴러물 <악마를 보았다>의 플롯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치열하게 잔인하고 잔혹한 복수극,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일명 '눈눈이이' 방식으로 복잡하지 않게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복수극을 그린 영화다. 이런 그림에 무슨 내막이 있지도 않거니와 어떻게 그 악마같은 인간을 처참히 무너뜨리냐가 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이로 하여금 응징의 쾌감을 느끼게 하는게 이 영화의 주 목표일터.. 그런데, 그림들이 꽤 임팩트하다. 아니 기존의 잔혹한 액션하고는 한 차원이 다른 B급 정서를 담아내듯 슬래셔급의 잔혹한 피칠갑이 주를 이룬다. 매 얼굴에 피를 닦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기존의 좀비물이나 살인마를 다룬 영화같이 슬래셔급의 하드고어류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는 별반 틀리지 않는 그림들이다.

하지만, 멋 모르고 자세한 정보없이 이 영화를 관람하시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나 슬래셔급을 못보는 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꽤 불편하고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비위가 약하면 눈뜨고 못볼 '목불인견'의 상황이 꽤 있다. 사람이 살해되는 장면등에서 목이 댕강 잘리거나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듯 얼굴을 내리쳐 짓이거나 칼부림등은 그냥 찌르는 그 동선대로 따라가며 피칠갑이 주를 이룬다. 더군다나 여기 인간이길 포기한 묻지마 타입의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은 변태 성욕자다. 아니 성에 굶주린 노예다. 여학생부터 간호사에 친구의 아내까지 닥치는대로 강간을 일삼는 욕정의 개쓰레기다.



이런 그에게 약혼녀를 처참하게 잃은 국정원 경호요원 '김수현'(이병헌)은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단 15일안에 그 개쓰레기를 잡는데 몰두한다. 전직 형사였던 장인으로부터 용의자의 정보를 빼내고 그의 아지트까지 찾아가 단박에 그를 제압한 수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숨이 끊기는 바로 직전까지 몰고가 풀어준다. 대신에 경철의 입안에 위치 추적장치인 조그만 알약을 먹이고 사라진다. 그때부터 경철의 동선을 쫓아 수현도 그를 쫓는다. 그리고 경철이 저지르는 매 살인의 현장에서 나타나 그에게 응징을 가하고 또 놓아준다. 이러기를 2-3번 반복하다보니.. 연쇄 살인마 경철도 독이 오른데로 오른다. "그래 개쌔끼야 어디 한번 해봐.. 십쌔끼야.. " 하지만 수현도 "기억해둬.. 지금부터 시작이고, 점점 더 끔찍해질 거야"로 응수를 놓은 터였다.

이렇게 복수의 화신으로 분한 수현은 연쇄살인마 경철을 매 순간에 죽을 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경철은 수현에게 맞대응하기 위해서 친구의 저택으로 잠입하고, 여기서 그들은 또 수현에게 응징을 당한다. 죽지 않을 만큼만... 이에 악마보다 더 악랄한 살인마 경철은 만만치 않은 적수의 출격에 그와의 일대일 대결을 포기하고 위치추적장치를 빼내며 예상을 깨고 수현의 처가댁에 있는 장인과 처제를 노리고 쳐들어간다. 그리고 이후에 경찰에 자수를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 둘은 무사했을까.. 또 자수를 하겠다던 경철을 보고 수현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사실 연쇄살인마 경철이 노린 것은 그것이다. 소위 너의 복수극에 놀아나지 않고 이제 경찰에 자수해 깜방에서 삼시세끼 콩밥을 먹으며 법의 처벌을 받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경철을 수현은 가만 놔 두었을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응징을 했을까.. 그 복수의 끝은 '눈눈이이' 방식대로 그대로 표출이 됐다는 점만 밝힌다.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는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복수극이다. 그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이라 불리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처럼 그런 내용으로서 가장 비슷한 구도라면 '친절한 금자씨'와 많이 흡사하다. 금자가 유아 살인마를 폐교에 잡아다가 그들 부모에게 복수를 가하는 그림, 여기서는 수현이 극악한 연쇄살인마를 잡아다가 죽을 만큼의 고통(손목 끊기, 아킬레스건 끊기, 송곳으로 입안 뚫기등)을 주고 풀어주고의 반복으로 그만의 처절한 복수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의 그저 평범했던 한 남자가 물론, 국정원 요원이라는 특수한 인물이긴 하지만서도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갔을때 그 고통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김지운 감독이 말했듯 불같은 광기와 얼음같은 광기의 대결로 압축시켜 장르보다는 인물의 힘, 그 복수의 힘과 이름으로 고통을 주고받는 두 남자의 감정과 행위를 중심에 놓고 그린 영화라는 점이다. 바로 그런 점이 기존 복수극과는 차별되는 지점으로 기존의 복수가 상대방에 대한 어떤 처단으로 끝이 난다면 이 영화는 아주 본능적이고 직접적으로 감행하는 복수의 과정, 그 자체를 아주 강렬하게 극한의 충돌 지점까지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악인이 된 복수의 화신 퍼니셔 즉, '응징자'로서 그의 동선을 쫓는 관객들은 그래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저런 인간 말종 개새끼는 저렇게 죽어도 싸다, 저 정도면 정당하다'등..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도 잃을만하면 나오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일차원적이고 가장 단순한 분노의 표출 방식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런 표출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법의 처벌이 아닌 독고다이로 부딪쳐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눈눈이이'방식대로 그 연쇄살인마를 지구 끝까지 쫓아 죽기 직전까지 복수를 한 것이다. 그것은 차갑도록 지독한 복수가 되었고, 이에 연쇄살인마는 쫓기면서도 살인을 즐기는 잔인성을 계속 표출한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존의 복수극과는 차원이 다른 아니 한 차원 더 슬래셔급으로 임팩트있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두 배우 이병헌과 최민식의 연기 대결은 볼만했고, 그들도 그 이상으로 열연을 펼쳤다. 그것은 악마같은 남자 연쇄살인마와 복수라는 명분으로 자기 안의 악마를 들어내는 또 다른 남자는 상반된 캐릭터로 그 극한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바로 최민식의 뜨거운 광기와 이병헌의 차가운 광기가 충돌할때 나오는 원시적인 에너지는 오락 영화의 통쾌함을 극대화시키며 단순한 선과 악의 논리가 아닌 완전히 다르지만 어찌보면 비슷한 두 남자 대결의 시작과 파국을 어떻게 그릴지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둘의 유명한 네임밸류 때문인지 결국 '영화는 영화다'로 그친 느낌에 다소 지치기까지 한다. 그것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더라도 덜 알려진 연기파 신인배우를 써서 둘 중의 한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내내 나름 좀비류등 하드고어의 슬래셔급에 익숙?해서 큰 거부반응 없이 여기서 그런 장면도 그럭저럭 잘 봤다. 하지만 이런 그림에 익숙치 않은 다른 이들에게는 '목불인견'의 상황이 꽤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그래서 '영등위'에서 제한 상영이라는 조치가 내렸다는 점이 반증하듯 이 영화의 그런 그림은 분명 기존 잔혹극과 간극이 꽤 세다는 점에서 많이 불편해 질 수 있다. 

그래서, 그점을 빼고 나서는 아니면 더하든 이 영화는 기존의 복수극을 B급 정서의 컬트적으로 버무려 하드고어의 슬래셔급으로 무장한 '복수의, 복수에 의한, 복수를 의한' 묻지도 않고 따지도 않고 그려낸 처절하고도 처참한 복수극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눈눈이이' 방식대로 말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던진 메시지이자 그림들이다. 그래서 지금 주목받고 있는 영화 '아저씨'가 A급의 한국형 액션느와르라면 '악마는 보았다'는 B급의 한국형 잔혹느와르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강도는 둘다 세다는 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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