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두 권의 신간과 고전문학이다. 하나는 알라딘 신간평가단 '인문'부문에서 받은 네 번째 책 <과일 사냥꾼>이다. 그리고 하나는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중 하나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먼저, <과일 사냥꾼>의 소개를 보면 이렇다. 사실 과일하면 우리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식용으로서 간식과 후식거리로만 여긴다. 그런데, 여기서 과일은 하나의 탐구대상이자 애호의 대상이다.

즉, 과일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어 너무나 흔해서 특별해진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우리는 과일 때문에 죽기도 하고, 과일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며, 과일을 통해 신과 만나기도 한다.”라는 기치처럼 과일탐정, 과일주의자, 과일수집가, 과일탐험가, 과일발명가, 과일밀수꾼까지 과일괴짜들이 벌이는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지식편력기라는 소개다. 특히 과일과 인간 사이의 유대에 대한 이야기로서 과일 중 단연코 가장 야한 모습을 자랑하는 코코드메르, 험상궂게 생긴 악마의 발톱, 눈알처럼 대롱거리는 과라나 열매, 신맛을 달게 만드는 기적의 열매 등 다양한 과일의 세계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또한 수많은 이색과일들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이들 과일만큼 다양하고 별난 사람들이 우리를 신비로운 과일세계로 안내한다. 그래서 보통 과일을 간식이나 후식거리로만 여기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과일세계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글 말미에 나오는 것처럼 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무한한 자연 앞에 인간의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즉 자연에 대한 무한한 찬사이자, 이상을 좇는 인간의 모험에 경외이고, 인간의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업에 대한 발칙한 도전이며, 영원을 추구하는 인간의 열정에 대한 유쾌한 기록이다는 평가다. 아무튼 대단하다. 과일을 통해서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유괘한 과일주의자가 돼 달콤하고도 매력적인 지식 여행을 떠나는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책은 제목부터 아니 저 사진부터 무언가 미학적인 고전의 맛을 풍기는 책 <카타니라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사실, 이 책은 몰랐다. 그런데, 몇 주전 메타블로그 믹시를 통해서 어느 분의 서평을 보고서 점찍었던 책..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 1917~1985)의 대표작이자 전후 독일의 정신적 폐허를 직시한 문제작으로서 뵐이 197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대중들의 저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황색언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 가는가를 처철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보고서다.

즉, 저 사진 속 소박한 그녀 카타리나 블룸은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가의 물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그저 근면하게 살며 차곡차곡 삶의 기반을 일구어 왔을 뿐인 한 여인의 진술은 왜곡, 허위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언어, 그리고 그에 폭발적으로 호응하는 군중의 욕설과 극명하게 대조되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평범한 개인이 "살인범의 정부"가 되고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되고 마는 과정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이라 말한다.

당시 발표한 지 6주 만에 15만 부가 팔리고 뉴저먼시네마의 기수이자 독일 영화계의 거장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던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번으로 출간된 것이다. 결국 이야기의 구도는 근면하고 소박하게 살았을 뿐인 한 평범한 여인의 진술과 왜곡, 허위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의 보도라는 형식을 띄면서 학대받는 사람 편에 서서 폭력적인 권력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것은 대중의 저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 가는가를 처절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언론의 폐해를 다룰 때 언제나 인용되는 고전'으로서 지금도 회자되는 세계 문학 고전의 진수다. 여러말이 필요없다. 작금의 시대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 이 작품의 보고를 만나보자.

   
  ▶우리 눈에 비치는 현실이 폐허라면, 그것을 냉철히 응시하고 묘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다.―하인리히 뵐
▶동시대를 두루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각과 인물의 성격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능숙함이 훌륭하게 조화된 글쓰기.
―스웨덴 한림원(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뵐은 작가 그 이상의 인물이다.-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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