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영화는 나온지 좀 됐지만.. 바로 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으로 국내에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원작소설 <호숫가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물론, 히가시고 게이고 작품은 그전의 영화와 함께 교통 추리소설 <교통경찰의 밤>과 블랙 유머 시리즈 <독소소설>을 읽으며 나름 그의 팬이 됐다. 무언가 사회 풍자가 깃든 패러독스한 메시지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화 <호숫가 살인사건>도 많이 비켜가지 않는다. 아니 제대로 사회 고발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원작소설로 접하지 못하고 비주얼로 만나봤지만.. 충분히 그만의 매력이 풍기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제목 ’호숫가’가 주는 의미처럼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스멀스멀 전개되는 살인사건의 전모와 결말..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자신의 아이를 명문 사립 중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된 세 그룹의 부모들.. 그 부모들과 자식들은 유명한 사립 학원 강사의 입시 과외를 받기 위해서 어느 한적한 호숫가 별장으로 찾아온다.

바로 저 사진 속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들은 호숫가 별장에서 같이 합숙하며 자신들의 아이가 사립 명문에 들어가길 기대하며 손수 수발을 든다. 그러면서 그들은 친해지고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이 사회가 요구하는 틀속에 갇혀가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아이들의 사립 명문학교 입성을 위한 몸부림들.. 예의 일본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바로 우리들도 만만치 않은 그림들이다. 왜.. 우리도 깊은 산속에 사설 기숙사를 차려놓고 몸부림치지 않는가..

대신 여기서는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아이들의 의식주를 책임지며 산속에서 칩거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 중년의 남자 주인공에게는 젊은 내연녀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내연녀가 이 호숫가 별장을 찾아온다. 당황한 남자는 그녀를 멀리하려 하지만 이미 그런 분위기를 눈치챈 아내.. 급기야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내연녀는 살해되고 만다. 바로 그 남자의 아내에게 말이다. 하지만, 학부모 여섯은 모의하며 내연녀의 시체를 깊은 호숫가 물속으로 버리고 만다. 



이때부터 극은 긴장의 연속으로 흐른다. 내연녀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또 아이들에게 살인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서, 부모들은 그렇게 자신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헌신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무언가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내연녀가 아내의 단순 질투심으로 죽었을까..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 다른 사람이 죽인게 아니었을까.. 그 속에서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를 의심한다.

왜냐면 사진작가였던 내연녀가 갖고 있는 사진속에 그 강사가 모종의 부당교육 거래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알게된 강사가 내연녀를 죽였다고 믿기에 이른다. 하지만, 강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 부인하는데.. 그렇다면, 단순히 치정에 얽힌 부인의 살인이었단 말인가.. 남자는 거듭된 고민을 하는데.. 결국, 그들은 사건의 전모를 남자에게 밝히며 그는 충격을 먹는다. 과연, 내연녀를 누가 죽였을까.. 

이렇게, 이 영화는 입시지옥에 내몰린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그렇다보니 사회 교육적 문제에 대한 고발이 담겨져 있다. 아이들의 가치와 자유는 무시한채 획일화된 교육과 몰가치 또 그것을 부추기고 자신들도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온 부모들.. 바로 그 부모들의 추악한 진실이 이 영화의 모토이자 플롯이자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인간에 내재된 자기 편의적 헛된 욕망의 분출이기도 한 셈이다. 

즉, 사회가 만들어낸 경쟁적 입시지옥이 부른 포괄적 살인교사로 귀결되는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게이고만의 사회 풍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비주얼적 연출은 ’호숫가’가 주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속에서 적절한 음향효과와 살떨리는 시체 유기의 리얼한 현장으로 이목을 끌고 또한 아이들의 무미건조한 표정들까지.. 충분히 스릴러적 요소를 담고 있는 공포영화 <호숫가 살인사건>..

정말 범인은 누구였을까.. 아니 여기 나온 모든 이들이 범인일지도 모른다. 살인을 방조하고 포괄적으로 교사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제 범인은 한 명으로 지목하고 마는데.. 바로 시체 유기현장에 남은 증거물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임팩트있는 스릴러는 아니었지만, 간만에 일본식의 잔잔하게 조여드는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물론, 마지막 반전식 결말은 항상 보너스.. 그런데, 이 원작소설은 어땠을까.. 영화가 못 보여준 나름의 디테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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