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 1.2 세트 - 전2권
시미즈 이사오 지음,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풍자(諷刺, satire). 풍자의 정확한 의미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은.. 주로 문학이나 연극에서 사회 또는 개인의 악덕·모순·어리석음·결점 따위를 비웃음,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난하거나 때로는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쓰는 예술 형식이라 명징하고 있다. 그렇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직관적인 방식이 아닌 무언가 비꼬며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이라 보면 맞을 것이다.

그래서, 풍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이 되는데.. 보통은 말과 글, 때로는 행동과 어투로 그리고, 그림등으로 표출이 되며 사람들을 생각케 만들고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여기 이 책 <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가 바로 그림으로 표출돼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주는 풍자화의 일종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처럼 일본 근대화의 시작이라 불리는 '메이지 유신'이래 메이지 시대(1868~1912)를 살았던 일본의 사회와 문화상을 담고 있으며 특히 당시 일본인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모습을 담은 이는 바로 프랑스인 풍자화가 출신의 '조르주 비고'(1860~1927, 이하 비고)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로 1882년 23살때 일본으로 건너와 1899년 프랑스로 귀국하기까지 장장 18년동안 일본에서 체재하며 일본을 배우고 일본인을 그리며 수 천점의 역사적 스케치를 남긴 인물이다. 그가 그린 그림들 속에는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의 시작에서 정점에 달했던 주로 1880, 90년대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른바 <비고, 일본 소묘집>으로 불리는 작품에 유모 화집으로 일본인을 그렸는데 간단히 그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1권은 <일본인 생활의 유머 화집>시리즈라 불리는 작품에는 두가지 테마로 담겨져있다. '근대'라는 열차 안의 일본인들이라는 제목하에 도쿄-고베 간 철도가 개통되면서 그 철도를 타는 일본인들과 서양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처음 기차를 이용하는 일본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며 신분이 나뉘어 일등실, 이등실, 삼등실에 나눠 탄 그들의 모습을 좇고 있다. 그리고 청일전쟁 전후로 인기가 올라간 병사들, 즉 군인들의 일상을 그려내며 당시 일본 군대의 체계를 알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후 '굴절된 근대 공간 속 하층민의 일상'의 장에서는.. 바로 '하층민들 하루'라 부르며 게이샤, 창부, 하녀의 일상을 풍자화로 그려내고 일본인 특히 근대 사회에서 남자에게 속하된 여자로서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다. 게이샤는 이른바 예인(藝人)이라 불리지만 서양인의 첩으로 들어간다거나 게이샤만의 독특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창부는 당시 유명한 유곽촌이었던 '요시와라'에서 격자창에 갇혀 남자들을 유혹하는 그녀들의 일상이 여러 설정으로 보여주고, 하녀는 말 그대로 일본인이든 서양인이든 부자집에서 식모로서 당시의 하녀의 일상이 공개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제공된 '비고 연구 노트'에는 비고에 대한 일대기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비고 소전으로 그의 생애를 조망했고, 비고 연표로 연도별 그의 행적을 자세히 좇았으며, 비고 소개의 발자취로 비고가 비로소 소개되기 시작한 1910년대 이후의 상황을 연도별로 정리했다. 이렇게 1권은 주로 일본인들 특히 하층민들 일반 서민과 병사, 게이샤, 창부, 하녀등 그들의 일상을 상세히 좇으며 그려냈고, 비고에 대한 이력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그럼, 이어서 2권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2권 32p : 더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심플하고 가벼운 여름 속옷 : 훈도시.. ㅎ

우선, 2권은 1권과는 다르게 일본인을 좀더 자세하게 들어가 그려내고 있다. 즉, 하층민이 아니라 보통의 일본인들 즉, 메이지 시대에 살았던 일본인으로 바로 '생활의 발견'시리즈라 볼 수 있다. 1장은 '일본인이란' 부터 시작해서 '남과 여'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까지 100여 페이지가 넘게 그들의 일상부터 남과 여의 차이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모습까지.. 어떤 그림은 조소를 자아내게 하고, 어떤 그림은 의미심장한 문화상을 반영키도 하면서 당시 일본인 모습의 역사적 자료로서 한컷 한컷 풍자적 진정성이 배여있다.

이후 2장은 일본인의 모습이 아닌 메이지 시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며 정치적인 색깔을 띄게 된다. 즉, 근대화의 정점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들부터해서 청일전쟁의 풍자화를 통한 주변 열강의 상황과 여러 조약개정, 보안조례까지 다소 깊게 들어간다. 또 인물들 편에서는 당시 메이지 내각을 구성했던 굵직한 일본의 정치가들과 면면이 유명했던 서양 인물들 하나 하나를 담으며 풍자하고 있다. 해당 편은 당시 시대적 사건과 내용을 모르면 이해가 안될 장이지만 그만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색인 기능으로는 좋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비고 연구 노트'편은 1권과 같은 구성이지만 비고의 생애의 정리가 아닌 '비고의 스케치 노트'를 통해서 그의 활동 경력과 일본에서 생활 모습의 언급이 있고, 마지막 '판화에서 만화까지 - 조르주 비고가 본 메이지 일본'에서는 비고에 관한 짧은 논문을 보듯이 비고에 대한 생애와 활동 경력을 통해서 그가 걸어온 길과 평가까지 비고라는 인물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나름의 의미있는 장이었다.

이렇게 본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된 책으로.. 국내에 소개돼 번역될때 제목에 '알몸'이 들어가면서 다소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출판사측에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풍자'가 주는 함의적 표출에 매칭이 잘되는 가까운 단어가 아닐까 싶다. 즉, 모두 벗겨놓는 '알몸'처럼 그대로 보여주듯이 때로는 희화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성이 묻어나며 당시 근대화의 정점에 있었던 일본인들의 자화상을 비고는 마음껏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당시 메이지 시대에 일본의 사회상과 문화상이 그대로 투영되면서 100여년이 흘러 지금의 일본 사회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일본인의 모습이 때로는 자신들을 희화화 시킨다는 이미지 때문에 꺼리는 모습까지도 담아내고자 했던 '비고'.. 그것은 풍자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자 가치로 한땀 한땀 배여있는 그 스케치 속에는 바로 지금의 일본인들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고 싶다.

그러면에서 이 책은 일본인 풍자화의 진수이자 정수라 감히 말할 수 있으며..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또 그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도 반추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들로 비고가 그려낸 일본인 스케치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것이 비록 풍자적이 됐든 직관적이 됐든.. 어느 누구에게나 메시지는 전달하게 된다는 사실이고, 이 책의 큰 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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