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대학시절 공전의 히트를 친 <개미>를 통해서 알게된 작가였다. 쉽지 않은 자연과 과학에 대한 통찰.. 이후 베스트셀러 <나무>등이 나왔는데도 그를 잊고 있었다가 2년전 <파피용>을 컬렉하면서 다시 그를 반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이야기꾼이 아닌 그 무언가가 있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다. 즉, 보통의 소설처럼 현세적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주제 의식의 메시지를 무단히 던져내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그 속에서는 그가 항상 말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인류'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나온 신작 <파라다이스 1,2>는 그런면에서 제대로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물론, 어떤 이야기는 SF 판파지 영화들에서 많이 봐온 클리셰적 그림들이지만 그래도 그가 던져주는 화두는 생각케 만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 마력을 펼쳐낸 17편의 '파라다이스'같은 이야기들.. 액면 그대로 천국, 유토피아, 환상적인 이야기였을까.. 때로는 기상천외한 미래, 그리고 역설이 가득한 과거까지..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로 나눈 1권에서 다룬 8편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만나보면 이렇다.

먼저, 첫번째 이야기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은 말 그대로 먼 미래에 지구는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환경파괴범'은 바로 공원같은 곳에서 교수형에 처해지는 극악한 범죄자로 다뤄지고, 석유와 전기를 비롯한 모든 화학연료와 담배연기조차 금지된 무서운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활도 자연스럽게 연료를 쓰는 기계가 아닌 고대에 사용할 법한 인력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맞춰 산다. 폐달을 밟아 교통수단을 움직이고, 투석기에 몸을 맡겨 거리를 이동하는등 말이다. 그래서 여기 남자 주인공도 그렇게 잘 지내왔건만 한순간 젊은 처자에 꾐에 빠져 그녀의 아버지 대신 환경파괴범이 되고 만다.

『진리는 손가락에』- 약간의 짦은 이야기로 한 페지이에 쓴 이야기다. '현자가 달을 가리키는데, 바보는 손가락을 쳐다본다.(중국 속담)'을 인용해서 속담의 현대적인 변용을 이야기한다. 즉, 현자가 죽자 바보는 속으로 자문한다. 그런데, 정말 현자가 말하려 하던 게 뭐였을까? 『존중의 문제』- 소위 사회에 명망높은 방송인 아니 인기 상종가의 방송 진행자와 그를 수행하는 경호원이 털어놓는 그 남자 이야기를 통해 무대 앞과 뒤가 다룬 이중적인 모습들과 경호원의 애환까지.. 역시 존중받으며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이다.

『꽃 섹스』- 제목처럼 이상하다. 꽃 섹스라니.. 꽃이 섹스를 하나? 그렇다. 꽃이 섹스를 하는게 아니라 먼 미래에 인류는 알 수 없는 폐경기에 들어가고.. 이런 인류의 어느 한 남자가 자위행위를 하다가 은빛의 예쁜 가루를 사정했으니 이른바 '남성 꽃가루 사정'이다. 여기에 여자의 성기에도 변이가 생겨 꽃가루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것을 '모나크 나비'가 전이해주는 생식과 생태의 진화.. 하지만 그런 진화는 먼 훗날 인류를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사라진 문명』- 말 그대로 사라진 문명의 전설을 믿고 찾아나선 젊은 고고학자와 탐사단.. 결국, 고난끝에 찾아낸 충격적인 문명의 흔적은 누가 남겼을까..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ㅎ 『안개 속의 살인』- 어느 지방의 신참 기자가 있다. 열심히 취재하며 지낸 어느 날 운하에 빠져서 살해당한 어린이 사망 사건을 통해서.. 인간은 진실을 원할까 아니면 현상 유지를 원할까 고민이다. 바로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 같지만 무수하게 쏟아내는 우리네 기사들의 역설적 상황을 말하고 있다.

『내일 여자들은』- 1권의 단편중에 100여 페이지로 가장 길다. '언제가는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지리라." 같은 꿈을 계속 꾸는 젊은 여자 생물학자 '마들렌'.. 전면 핵전쟁의 방사능 공포에 맞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생존할 수 있는 돌연변이 형질을 찾기 위해서 무단히도 연구한다. 그속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충돌과 인류 진화의 이야기들.. 그러면서 그녀를 죽이려는 세력과 엄호하려는 세력속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까지 한편의 영화를 보듯 그림이 펼쳐진다. 결국, 그녀가 가장 깊은 지하 속에 감춰놓은 인류 생존의 마지막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그림이 정말 압권이다. ㅎ  

『영화의 거장』- 여기의 지구는 이미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인류의 반만이 살아 남은 상태.. "이제 두번 다시는..." 이런 전쟁의 참상을 묵과할 수 없기에 어리석은 과거를 지우고 모든 것을 금지한다. 국가와 종교가 철폐되고 과거를 기억하는 역사까지 말이다. 이제 사람들에게 관심은 '영화'뿐.. 여기 영화의 거장이자 불리는 '데이비드 큐비릭'감독이 인류의 추앙을 받는다. 즉, 그는 실존했던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고손자로 나오는 설정이다.

암튼, 그가 만들어낸 영화만이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이라 열광한다. 그런데, 그가 철옹성 같은 'DIK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이런 영화들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곳을 잠입해 진실을 파헤치려는 영화사 기자가 등장하며 둘 속의 대화로 인류를 말하고 있다. 과연, '영화의 거장'답게 그가 만들어낸 영화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마치 영화는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1'권은 기상천외함과 역설을 반복 교차시켜 놓으며 읽은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것은 때로는 많이 바온 인류사적 메시지와 상통하는 측면이 있기도 한다. 즉,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않은 지구와 이런 지구의 멸망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생존사적 문제와 방법을 제시하며 자연과 과학적 통찰로 그려내 그만의 개성을 발휘했다.  

그것은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로 구분해 놓아 시각적 소재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것이 비록 먼 미래의 이야기라지만 어찌보면 지금 우리네가 살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풍자적 고찰과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제는 이런식의 상상적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치부될 수 있다 하여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아방가르드'적 상상의 조각들은 충분히 어필이 되었고, 그것은 또 그의 작품을 찾게되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2편도 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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