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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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마치 무슨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다. 많이 봐온 것처럼 '무슨 무엇의 여자' 뭐.. '위기의 여자', '바람의 여자', '남자의 여자'등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로맨스가 아니다. 아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모래 구덩이속에서 어느 정도 러브를 했으니 로맨스로 봐야할까.. 그렇지만 로맨스로 볼 수는 없다. 그 모래 구덩이속에 갇힌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들과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었으니.. 바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코보의 1962년 대표작 <모래의 여자>다. 더군다나 1964년 영화로도 나와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먼저, <타인의 얼굴>을 통해서 얼굴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 '가면'을 통해서 끝없는 철학적 수사로 인간 실존 문제의 고찰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바로 모래속에 갇힌 두 남녀를 통한 인간 실존 문제를 다루었다. 역시 아베 코보답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첫 장부터 어느 한 남자가 행방불명돼 실종된지 7년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스포일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렇게 결과를 알고서 읽게된다는 점을 밝힌다.

이 남자는 학교 선생님으로 모래뻘이 많은 사구로 곤충채집을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하지만 그는 이 짧은 채집 여행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지도에도 안나올 법한 한적한 시골마을 아니 모래 부락이 형성된 마을에 도착한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나름 환대를 받고 칩거에 들어간다. 의식주를 해결해줄 한 모래 구덩이 속으로 노인을 따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런데, 이 구덩이속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이제부터 그 여자와 지내야 한다. 뭐하면서 바로 모래를 계속 파는 일이다.

모래를 파내지 않으면 부락이 사라질 위기때문에 365일 모래를 계속 파야한다. 바로 남자는 모래 부역으로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하지만 그는 떠나지 못한다. 위에서 그를 끄집어 내지 않는다. 바로 감금된 순간으로 그녀와 함께 말이다. 그때부터 남자는 앙앙불락되며 빼달라 하지만 공허한 외침뿐 여자도 포기하라 한다. 그럼 그녀도 감금된 것일까.. 사실, 그런것은 아니다. 이 부락에서 나고 자란 여자지만 모래 부역으로 연명하며 하루 하루 지내는 그런 여자다. 그런데 무언가 비밀스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여자이긴 하다.

결국, 남자는 갇힌 공간에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실존 문제를 야기시키고 모종의 합의하에 여자와 러브하기에 이른다. 어찌보면 한두달 넘게 그 한정된 공간에서 남녀가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욕이 일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여자를 안심시켜놓고 이제부터 탈출을 계획한다. 바로 빠삐용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잡히고 모래 구덩이속에 다시 갇히고 만다. 앙앙불락하기에도 이제는 지친다. 세월이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난다. 이제는 여자가 임신 말기로 아기가 태어나는 문제로 구덩이에서 올라간다. 남자만 남겨둔채..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도주는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라고..

그렇다면 그는 그곳 생활에 적응한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내내 모래가 전면을 휘감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계속 텁텁한 기분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내용도 어찌보면 황당무계하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있다. 즉, 모래 구덩이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상황 연출과 그런 상황에서 끝없이 벌이는 자기 고찰과 여자의 대화속에 뭍어나는 인간 자유을 향한 몸부림과 의지의 표출등.. 이래저래 문학적 수사등이 전면에 배치되 읽는 이로 하여금 가벼운 소설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바로 '아베 코보'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제목처럼 모래의 전문가답게 과학적, 광물적 분석뒤에 직경 1/8mm의 '유동하는 모래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법칙은 바로 모래가 인도하는 절대적인 세계의 구현으로 투영시켜 사구의 모래 구멍에 갇힌 남자의 세상을 향한 이야기들.. 그속에서 모래 구덩이가 주는 절대적인 단절과 폭력으로 점철된 복종과 수용까지..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이상한 모래 부락은 마치 우리 영화 <시실리 2km>에 나오는 마을 주민들과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며 그 남자를 단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단죄의 과정은 모래 구멍 속 세계를 통해서 표출했고, 그런 모습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또 따른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세계속에서 여기 남자 주인공처럼 늘 몸부림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듯 말이다. 이래서 문학이 쉬운게 아닌가 보다. 단순히 모래 구덩이속에서 탈출기를 그린 남자의 추리적 이야기가 아닌 문학적 성과가 주는 메세지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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