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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 Bestsell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람들은 어느 정도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해결이 안되는 문제들과 미궁에 빠진 사건들.. 우리네 일상사에서 가끔씩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꽤 많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책과 드라마, 영화로 많이 표출되며 사람들의 두뇌를 적잖이 자극하고 있다. 여기 이 한편의 영화도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했으니 과연 어떤 자극을 주었을지 기대하며 본 <베스트셀러>.. 먼저 줄거리는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10여 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해온 백희수(엄정화).. 발표한 신작 소설이 한 공모전의 심사위원 당시 심사를 맡았던 작품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희수는, 하루 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고, 결혼생활마저 순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2년 동안 창작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 있던 희수는 오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딸 연희와 함께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그들이 찾아간 별장.. 그 곳은 굳게 잠겨 있는 2층의 구석방, 간헐적으로 집안 전체를 울리는 기괴한 진공소리, 작업실 천정에 점차 번져가는 검은 곰팡이 등 왠지 모를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고 연희는 “언니”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점차 연희가 들려주는 별장에서 벌어졌던 섬뜩한 이야기에 집착하고, 결국 그 이야기를 소설로 완성시킨다. 그리고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서며 재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런 재기에 성공을 가져다준 <심연>이라는 작품도 이미 10년전에 발표된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빠지며 그녀는 또다시 궁지에 몰린다. 그러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급기야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는 자기 자신을 계속 합리화시킨다. 난 그 책을 본적이 없다면서.. 그러면서 결국 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별장을 다시 찾아가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바로 소설가에서 탐정으로 변모하는 시점이다.
이렇게 영화는 두번의 표절로 풍비박산이 날 지경에 빠진 인기 여류 작가가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낸 미스터리물이다. 그런데, 이런 비주얼은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보면 전반은 어느 시골마을의 한적한 호숫가에 자리잡은 스산한 별장에서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그려내며 딸 연희를 통해서 글을 쓰게된 과정을 그려냈다. 그런 과정속에 어느 이상한 중년 여자의 출현과 집안에서 풍기는 괴이한 소리와 분위기 바로 '하우스 호러'답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별장에서 써낸 작품이 표절로 밝혀지자 그녀는 더욱더 미쳐가며 이 별장에서 증거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그런데, 그 사건의 진실은 보통 미스터리물에서 많이 바온 그림이 아닐까 싶다. 소설의 내용처럼 동네의 예쁜 처자가 실종돼서 살해된 사건과 그 속에서는 항상 마을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마을 청년들은 그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지고.. 억울하게 죽은 처자는 환영으로 주인공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주인공은 그런 메세지를 받아 억울한 원혼을 달래주는 것이고.. 결국, 후반부는 이렇게 보통 많이 봐온 '하우스 미스터리'가 갖고 있는 클리셰를 많이 따온 느낌이다. 그래서 새롭거나 특이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엄정화의 열연은 돋보였고, 특히 죽은 처자보다 극중 백희수가 창작의 고통으로 초췌한 모습의 블랙 아이쉐도우 눈빛이 더 무섭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항상 주인공 딸은 꼭 이런 외딸 별장에 오면 혼자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여자와 꼭 대화를 나눈다는거.. ㅎ 그리고 그 대화는 주인공에게 투시되고 그런 비주얼과 분위기는 음산한 하우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스릴러적 호러를 자아내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나름 잘 표출했지만 이 집에 얽힌 사건의 진실은 사실 많이 바온 거라 새롭지 않다. 마치 2003년작 <장화홍련>처럼 말이다. ㅎ
암튼, 이런류의 미스터리물들은 꼭 동네 청년들이 문제라는거.. 그런 순진한 처자를 말이야.. 이넘들.. 그리고 이런 동네 청년들을 감싸는 어느 세력과 마지막에 그런 사투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죽음들과 마지막 반전을 그리려는 모습까지.. 이래저래 간만에 본 미스터리물이라 나름 괜찮았지만 두시간 가까운동안 후반 1시간은 미스터리적 요소보다는 액션이 가미된 사건진행의 결과물로 마무리한 느낌이다.
과연,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고, 여작가가 써낸 작품의 처자는 왜 죽은 것일까.. 그리고 그 처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이 들지만 사실 후반부터는 긴장감대신 범인들이 밝혀진 그림으로 일관한 사투만이 있을뿐..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여기 인기 여작가는 왜 그런 소설을 써야만 했던 것일까.. 어찌보면 그녀는 표절이라는 단죄와 환영이라는 몽상속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그녀의 눈웃음처럼 말이다.
ps : 추노의 곽한섬역 조진웅과 노비당 공스나의 친구역 출연에 반가웠다. 조진웅이 그런 동네 청년역 아주 딱이었다는.. 그리고 이번이 데뷔작인 이 영화의 젊은 감독 이정호씨는 추리소설을 아주 좋아하며 한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져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 많이 봐온 그림들이었구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