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초특가판]
장예모 감독, 강문 외 출연 / 기타 (DVD)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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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기전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누구나 그 원작에 관심이 가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원작을 찾아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영화를 먼저 접하고 읽을 수도 있고.. 원작을 읽고나서 영화가 나와 볼 수도 있다. 암튼, 무엇이 먼저이든 간에 중요한건 영화판처럼 원작과 불가불의 관계도 없을 것이다. 여기 그렇게 불가불처럼 나온 작품이 있으니 바로 장예모 감독의 <인생>과 ’위화’의 원작 <인생>이다.

영화든 책이든 둘중에 하나라도 접한 분이라면 내용을 알고 있듯이.. 어느 늙은 노인 ’푸구이(극중 후우꿰이)’의 인생 역정을 회고식으로 다룬 이야기다. 우선, 책은 한 젊은이와 푸구이의 대화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영화는 푸구이의 젊은 시절부터 곧바로 나온다. 바로 부자집 도련님이었지만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며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그림자극으로 연명하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국공내전을 겪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1940년대다. 영화는 이렇게 시대별로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950년대는 바로 대약진운동으로 집안의 모든 가재도구들이 각출되고 그러면서 동네마다 큰 드럼통에서 제철을 뽑아내며 푸구이가 칭찬을 받는다. 그러면서 개구쟁이 아들 유칭이 누나 펑샤를 괴롭히던 녀석들을 혼내주는등 나름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유칭은 차사고로 죽게 된다. 책에서는 교장 선생님을 위해서 피를 한없이 뽑다가 죽었는데.. 둘다 어의없는 죽음이 아닐 수 없다.

1960년대는 바로 문화대혁명 시기로 마오쩌둥의 그림과 사진등이 화면에 자주 비추어지고 푸구이는 ’마오’를 주제로 한 그림자극을 하라 제의도 받는데.. 한편, 착한 딸 펑샤는 그녀와 같이 착한 남자 얼시와 ’인민의 결혼’을 올리며 행복해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기를 낳다가 그만 죽고만다. 두 부부는 애통해 마지 않는데.. 이렇게 결국 두 부부는 자식을 잃었지만 남겨진 사위와 손자 이렇게 넷이서 맛있는 식사를 하며 나름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것이 영화가 보여준 내용이다. 여기서 푸구이역을 한 남자 배우는 ’갈우’로 마치 모습은 우리 개그맨 ’한민관’처럼 마른 모습이지만 심도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당시 1994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그의 부인역 ’자전’은 바로 그 유명한 ’공리’가 맡았는데.. 사실 부인역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책에서는 구루병을 앓으며 가열차게 매말라가 죽음의 순간까지 맞는데 여기서는 남편 푸구이에 켵가지로 묻어간 느낌이다.

이렇게 본 영화는 위화의 원작 ’인생’과는 차이가 드러난다. 우선, 원작은 푸구이의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부터 아들 유칭, 딸 펑샤, 사위 얼시, 손자 쿠건까지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애달픈 인생의 보편적 삶속에 역경의 과정을 그렸고, 그런 그림들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장식한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속에 관통시켜 물흐르듯 리얼리티를 살리며 잘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반해서..

영화가 보여준 비주얼의 장면들은 이런 푸구이 가족의 죽음을 모두 담아내지 않고 오로지 푸구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아들 유칭과 딸 펑샤의 결혼과 죽음 그리고 마지막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물론, 국공내전의 전쟁통은 많은 쪽수로 밀어부쳐 잘 그렸지만 이후의 그림들은 때로는 관조적으로 밋밋하게 그려낸 그림들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한 남자의 가열찬 인생 역경보다는 그냥 ’인생살이’를 보여준 느낌이다.

결국, 위화의 원작을 접하고 나서 만난 장예모의 <인생>은 원작을 오롯이 담아냈다기 보다는 장예모식 연출력과 당시 시대을 보는듯한 분위기속에 그런 비주얼은 한 남자 ’푸구이’를 중심으로 그려내 원작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힘은 부족한게 아니었나 싶다. 물론, 당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박애주의상 등을 수상한 작품답게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임에 이견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체적 총평은 장예모의 영화 <인생>보다는 위화의 원작 <인생>이 운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보편적 삶을 다룬 푸구이의 인생 역경이라는 점에서 더 와닿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접하든 못 접하든 위화 원작인 <인생>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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