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신화하면 판타지 판타지하면 신화 둘은 이렇게 소재적 궁합이 잘 맞는 장르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먼 미래를 다루는 SF 어드벤처 판타지가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판타지라면 반드시 신화가 결부돼 그려질 수 밖에 없고 그 신화의 중심은 바로 고대 그리스 神들이 우리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이다. 여기 이미 29년전 1981년에 컬트 클래식 작품으로 ’페르세우스의 영웅담’을 그린 <타이탄족의 멸망(Clash of the Titans)>으로 나왔었고 이 작품을 먼저 접하면서 나름 고전 명작이라 간단히 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지나서 21세기에 만나본 ’타이탄’은 확실히 요즈음 시대에 맞게 잘 그려냈다. 우선 비주얼이 임팩트있게 압도적이다. 더군다나 관심있는 분들은 알다싶이 여기 주인공 ’페르세우스’역은 바로 3D 영상혁명을 가져온 미래 판파지 영화 ’아바타’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나비족을 구한 남자 ’샘 워싱턴’이 맡아 고대 전사로 열연했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들의 왕 제우스(리암 니슨)와 그의 전지전능함을 질투한 지옥의 신 하데스(랄프 파인즈)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인간세상이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아버지 제우스에게서 물려 받은 강인함과 인간인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자비로움을 갖춘 영웅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인간들을 구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난다. 천마(天馬) 페가수스를 탄 채 군대를 진두 지휘한 페르세우스 앞에는 전설의 메두사를 거쳐 해저괴물 크라켄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는데... 이렇게 반신반인(데미갓)으로 태어난 ’페르세우스’의 모험담을 그린 고대 그리스 신화 판타지다. 내용을 좀더 살펴보면 원래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낳은 반신반인의 인물.. 하지만 그는 태어나자마자 ’아크리시우스’가 손자 손에 죽게 된다는 신탁때문에 바다에 버려지고 우연찮게 어부에 손에 길러져 ’아르고스’라는 땅으로 들어와 살면서 그 땅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옹호하려는 아버지 ’제우스’와 제우스의 막가파 동생으로 지하세계에서 뛰쳐나온 검은 흑마왕 지옥의 신 ’하데스’와 대결속에 이 ’페르세우스’가 있다. 바로 하데스가 아르고스를 멸망시키겠다며 아르고스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삼으라 명한다. 만약 이를 어길시 엄청나고 흉폭한 바다괴물인 ’크라켄’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우리의 영웅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잘 나가는 젊은 용사와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장 몇명과 몽환적이고 늘씬한 가이드 여신 ’이오’와 함께 힘든 여정을 떠난다. 바다요괴 크라켄을 무찌르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 ’이오’라는 영적인 힘을 가진 여정의 안내자는 81년작에서는 로봇 올빼미가 했었는데 여기서는 미래의 예언자로 ’이오’의 캐릭터를 집어넣었다. 물론 여기서도 페르세우스가 올빼미 인형을 한번 만지기는 한다. 이건 뭐냐면서..ㅋ 그런 여정속에서 나타난 괴물 전갈들 스콜피언스와의 사투, 그 속에서 캘러보스의 방해는 계속되고 그러면서 스콜피언스를 얻어타고 도착한 곳에서 눈먼 세자매 할머니 마녀들 ’그라이아이’에게 메두사 행방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곧바로 쳐다만 봐도 돌로 변한다는 메두사 소굴로 들어가 위험에 빠지는데..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방패에 비친 메두사 모습을 보고 기지를 발휘해 메두사 목을 한방에 잘라버린다. 그리고 곧바로 날으는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아르고스로 돌아와 크라켄이 안드로메다 공주를 먹어 치울려는 찰나 메두사 머리로 공주를 구했다는 뷰티풀한 이야기.. 이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페르세우스’와 관련된 신화 내용이고.. 또 영화도 그대로 백프로 그려냈다. 그것도 스펙타클하게 말이다. 이렇게 본 영화는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과 인간을 처벌하려는 신 사이에 벌어진 전쟁속에 신에게 맞서는 반신반인 페르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그려낸 판타지다. 그런 중심에는 샘 워싱턴의 페르세우스역과 함께 제우스역은 '테이큰'에서 딸을 납치한 놈들을 일망타진한 전직 특수요원 '리암 니슨'이 맡았는데.. 사실 무슨 은갑옷을 입은 모습이 황제마냥 안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흑마왕 하데스는 '랠프 파인즈'가 맡았는데 이분 역이 아주 제격이었다. 정말 하데스 같더라는.. ㅎ 암튼, 힘든 여정의 발단이 된건 지옥의 신 하데스의 음모때문이다. 그동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던 페르세우스가 이렇게 신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자신을 키워준 가족들을 잃고 하데스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되면서 오로지 신념과 용기만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매순간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의 위험한 여정속에서 괴물들을 처단해야 하는 그의 임무는 고통에 빠진 인간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또한 이 영화의 나름의 강점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정통 서사액션의 매력을 펼쳐냄과 동시에 아프리카의 오지를 비롯한 전 세계를 망라한 로케이션과 실물크기의 세트와 모형물 등으로 현실감있게 살려내며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란 신화적 이야기를 보는이로 하여금 허황되지 않게 그려낸 흔적을 보였다는 자평이다. 그것은 바로 블록버스터의 맹점이 되기도 하는 이 영화의 드라마로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제우스의 힘과 인간 어머니의 자비의 유전자를 동시에 지닌 페르세우스의 아이러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점이 어찌보면 현실감이 부여된 신화의 세계를 그렸다는 점이고 그런 모험의 여정은 신의 능력보다는 인간의 면모를 발휘하며 성장해 가고, 이를 통한 신은 아니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신념의 표출과 약자를 도움으로써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화려한 영상의 스펙타클 안에 담은 신과 인간사이에서 존재론적 갈등을 겪는 주인공의 성장담을 부각시킨 느낌으로 바로 전작 아바타의 '제이크'처럼 말이다. 암튼, 메두사의 목을 쳤다는 신화속 전설의 영웅 페르세우스가 신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신의 힘.. 하지만 그 힘의 상속을 거부한 반신반인 자신도 알지 못하는 그의 진짜 능력은 이 위험천만한 모험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며 시선을 끝까지 잡아낸다. 그래서 어찌보면 고전적 영웅담에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21세기에 맞게 스펙타클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재구성시켜 또다른 神의 세계를 그려냈으니 그래서 나름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신은 없듯이 이 영화 또한 완벽한 신화 판타지를 그리기엔 조금은 부친 느낌이다. 반신반인 페르세우스의 고뇌의 그림과 전개된 괴물들과의 사투는 상충이 되었고, 신의 세계의 수장인 '리암 니슨'의 제우스가 왜이리 거슬려 보이던지.. 그 외를 본다면 비주얼로는 나름 괜찮았지만 그런저런 신화 판타지 영화에 '안착'한 느낌의 <타이탄>이었다. 물론,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나름 볼만하지만 쏘쏘하게(so so) 느끼는 분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참고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