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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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면 신화, 철학이면 철학, 과학이면 과학, 역사면 역사 이렇게 관련된 이야기의 인문 교양서는 사실 많다. 하지만 이 책 <메두사의 시선>은 확연히 틀리다. 바로 소제목 "예견하는 신화, 성찰하는 철학, 질주하는 과학"처럼 세가지 큰 주제를 함께 아우르는 이야기는 드물고 독특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감히 써내고 어필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인문 교양의 폭을 넓혀주는 책 <메두사의 시선>은 소위 ’개념의 예술가’로 불리기도 한다는 우리시대 철학자 김용석 교수가 쓴 책이다.

그것은 신화, 철학, 과학등 인문학의 뿌리에서 출발된 태생적 개념과 그 개념에서 발전된 예술적 관계 지향을 추구하며 종국에는 인간 성찰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고찰하는 한마디로 ’철학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에세이답게 장편의 글대신 간단하면서 엣지있게 정곡을 찌르는 분석적 통찰이 돋보인 내용들은 12장의 파트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으니 간단히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장은 바로 고대 그리스 신화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 메두사.. 그 메두사의 목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 방패에 새겨지는 순간 ’메두사의 시선’은 바로 지식의 모든 대상을 매섭게 노려보며 막강한 눈초리로 모든 지적 활동을 관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메두사가 바라보는 학문들은 단편적인 아닌 때로는 이중적인 잣대로 진실과 이면을 바라보니 바로 이 책의 큰 주제이자 얼개라 할 수 있다. 이후에 펼쳐지는 주제들은 바로 ’메두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만의 독특한 심미안을 보여주고 있다.

 ’에로스와 철학의 화살’, ’아라크네와 기예의 철학’, ’헤라클레스와 육체의 반어법’, ’크로노스와 서사 권력’, ’피그말리온의 타자성’, ’슬픈 미노타우로스’, ’아프로디테의 신호’, ’편재하는 나르키소스’,  ’디오니소스와 포도주의 인식론’, ’스핑크스와 인간의 초상’, ’ 사유 매체로서 변신 이야기’까지.. 사실 주제부터 쉬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공통된 점을 찾을 수 있다. 저자의 서술이 바로 항상 신화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에로스, 아라크네, 헤라클레스, 크로노스, 피그말리온, 아프로디테, 나르키소스, 디오니소스, 스핑크스까지..

즉,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출발되는 이야기는 바로 철학으로 연계를 시켜 고찰을 하고 다시 과학으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으며 ’무엇의 어떤거’ 혹은 ’무엇과 어떤거’ 같은 구조로 혜안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런데, 사실 많이 듣고 봐온 기존의 신화들의 이야기는 눈에 들어오지만 이것이 철학과 과학의 연계되는 과정에서 설파는 바로 영감을 얻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그만큼 읽는 이의 지적 수준을 시험하는 과정속에 저자의 통찰력에 놀라움 따름이다.

특히 와닿은 이야기는 중반 이후에 내용들이 눈에 뛴다. 우리가 보통 긍정적인 기대효과라 일컫는 ’피그말리온의 효과’속에 숨은 새로운 타자와의 관계인 타자성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태생적 출발에서 시작된 성(性)에 대한 탐구, 또 자기애(自己愛) 집착인 나르시시즘은 바로 나르키소스의 신화에서 확장돼 오늘날 각종 미디어 기기에 빠져사는 우리들이 열린 공동체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의 배타성과 자기 도취적 세계에 빠져사는 ’디지털 나르키소스’를 대거 양산했다는 점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9세기 중반 프리드리히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설파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 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해석에 대해서 저자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바로 ’도취’의 세계로 들어가는 인류문화의 산물인 ’포도주’로 연결시켜 인식론의 확장까지.. 그런데, 백프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또한 태초에 수수께끼를 낸 것은 스핑크스였다며 그 질문의 정답인 인간의 모습에서 발전된 과학적 인간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화는 곧 변화의 서사이다"며 이런 변신의 신화가 사유의 매체로서의 양태되는 인간의 인식론과 인과론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본 책 아니 철학 에세이는 사실 가벼운 주제가 아니라 신화, 철학, 과학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이들이 전개되는 과정속에서 발견되는 또는 예기치 않은 결과의 도출까지 그것은 바로 저자만의 독특한 혜안과 뛰어난 감각적 고찰이 이루어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과물을 읽는 이로 하여금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쉽지 않은건 사실이다. 적어도 신화, 철학,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삼위일체 속에 묻어나는 철학적 사유들은 분명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고,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고찰이자 성찰로 이어지며 현실을 읽고 미래까지 전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주었다.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사고와 사유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고, 그것은 바로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서 얻게되는 사고적 유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제목인 ’예견하는 신화, 성찰하는 철학, 질주하는 과학’이 제시한 내용은 "과거(신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평가(철학)로 회복되고, 미래(과학)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측으로 소환된다." 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은 바로 책 제목처럼 ’메두사의 시선’으로 바라볼때 가능한 것이고 던진 메세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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