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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알토미디어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박하사탕 하면 떠오르는 저 이미지.. 바로 기차길 위에서 설경구가 미치게 외친 한마디 "나 다시 돌아갈래~~" 무엇으로 돌아간다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전에 나오며 영화배우 설경구라는 배우를 제대로 알린 영화이자 한국 느와르의 시작 <초록물고기> 이창동 감독의 두번째 작품 <박하사탕>.. 어찌된 이유로 다시 찾게된 박하사탕.. 그 박하사탕의 추억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주인공 김영호(설경구)의 행적을 좇으며 그려낸다. 그런데, 시간 순이 아닌 역순이다. 즉, 과거로부터 현재가 아닌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그림을 보여준다. 그것도 정확히 1999년부터 1979년 20년간의 행적을 좇는다. 여기 자신의 꿈, 야망, 사람, 모든 것을 잃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아 절망하는 마흔살의 김영호라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그는 왜 좌절하고 미쳐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첫사랑 순임(문소리)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우연히 찾게된 죽음을 앞둔 그녀앞에서 박하사탕을 든채 그는 울고 마는데.. 그러면서 몇년전으로 흘러간 90년대의 모습은 가구점 사장을 하면서 아내(김여진)의 불륜을 목격하고 자신도 바람을 피우는 모습등.. 정말로 소제처럼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80년대 후반과 중반의 모습은 바로 김영호가 사회생활을 하던 그곳에서 고문과 폭력의 광기로 물들어가는 형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분연한 모습은 나중에 막가파 형사 강철중을 위한 전초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형사 연기가 아주 제격이다. 특히 형사 선배와 동료역에 이대현과 공형진의 10년전 모습도 재밌고, 80년대 그림들과 풍광은 당시 경찰서 분위기와 선술집등.. 제대로 제현된 그림들이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간 80년 5월 그는 신병 군인으로 변해있다. 오리지널 제대로 된 군대라 할 수 있다. 민무늬 전투복에 바짝든 군기등 그런데, 위병소 고참이 배우 김인권이라니 자슥 그때나 지금이나.. ㅎ 여기에 면회온 첫사랑 순임이를 못만나고 육공 트럭에서 바라만 보는데 이등병답다. 그런데, 긴급 작전 투입때 실수로 민간인 여학생을 죽이게 되면서 그는 울부짖는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 회상씬 1979년 소풍온 젊은 무리들속에 서로 순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통기타치는 분위기에서 순임과 영호는 서로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건네준 박하사탕을 곱씹으며 눈부신 햇살 아래서 영호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마지막에 수줍은 첫사랑의 추억까지 과거로의 여행은 이어지고 그 순간 그는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결국 이렇게 한 남자의 과거 행적을 통한 인생 역정을 밟으며 과거 우리 사회의 20년사를 관통해 투영시킨 <박하사탕>.. 그런 그림들은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거슬러 올라간 8,90년대의 모습들이 그대로 살아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한편의 추억의 편린을 꺼내보게 만들었다. 바로 지금의 30대 중반부터 대부분 공감하는 그림들로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추억은 가지고 있고,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에 대한 추억에서 시작된 아련한 기억들..
그래서 거슬러 올라가보면 누구에게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여기 김영호처럼 말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