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단 코엔 외 감독, 조쉬 브롤린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코맥 맥카시의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만나본 코엔 형제 감독의 2008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역시 원작이 있는 작품들은 원작을 읽어야 영화를 좇아가는 맛이 있다. 글로 읽으며 상상했던 그림과 대사들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는 맛은 가장 일차원적이면서도 단순한 재미거리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도 원작 소설을 아주 충실히 거의 백프로에 가깝게 그렸냈다.

특히 코엔 형제가 만든 영화라 그들만의 사색적 연출이 돋보인 스릴러물은 소위 많이 봐온 씨끌벅적한 피칠과 총칠이 난무하는 그림대신에 조용하고 진중감 있게 때로는 코엔식의 지루함을 보이며 그려냈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중에 과연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이 영화나 원작을 보신분은 인정하리라 본다. 바로 인정사정 볼것없는 살인마 '안톤 시거'..

책에서 만나며 내가 그린 그림에서도 포스를 점쳤는데.. 이거 뭐.. ㅎㄷㄷㄷ 그 차체..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은 둘째치고 대갈장군같은 모습에 벙거지 헤어스타일하며 푹꺼진 눈매와 알 수 없는 묘한 웃음과 냉소.. 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 공국의 '일 모로'로 불린 루도비코 스포르차를 보는듯 하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ㅎ

스포르차 관련내용 : http://mlkangho.egloos.com/10221474

그래서 좀더 찾아봤다. 우선 배우의 이름은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Encinas Bardem)' 1969년생이다. 많이 좀 자신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이가 적다. 스페인 배우 출신으로 그 유명한 '하몽하몽'에 나왔던 배우.. 그리고 , 이 작품을 통해서 그는 조연상이라는 상은 다 휩쓸었다. 아래처럼 말이다.ㅎ



제61회(2008)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80회(2008)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14회(2008)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65회(2008)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72회(2007) 뉴욕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20회(2007)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암튼, 이 배우의 연기와 냉혈한 같은 살인마 연기뒤에 숨어있는 냉소적 분위기를 이끌어낸 그만의 매력이 이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물론, 그 중심에는 코엔 형제가 원작 코맥 매카시가 던져준 의도를 나름 잘 살리며 사색적 연출과 의도한대로 관조적 스릴러 분위기로 잘 그려냈다. 하지만 때로는 이해가 안가고 난해하다는 호불호속에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모든 행운에는 피의 댓가가 뒤따른다!!

영화는 사막 한 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던 모스(조쉬 브롤린)가 총격전이 벌어진 듯 출혈이 낭자한 사건 현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모스는 물 한 모금을 갈구하는 단 한명의 생존자를 외면한 채 떠나다가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횡재를 했지만 물을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 모스는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때마침 마주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여기에 이백만 달러가 든 가방을 찾는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와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 가는데...

이렇게 원작 소설 리뷰에서도 썼지만.. 우리 퓨전 사극 '추노'처럼 쫓기는 자 모스, 쫓는자 시거, 잡으려는 자 .. 즉, 돈을 갚고 튄 넘과 그 돈을 찾아야 하는 넘, 그리고 그 둘을 잡아야 하는 보안관.. 이렇게 셋이 주인공이자 이들의 추격전이 주 내용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살인마 '시거'가 자리잡고 있지만.. 원작에서는 시거보다는 벨에 중점을 맞추며 그의 다큐처럼 독백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넋두리를 읊는 관조적 관점의 이야기들이 챕처마다 수를 놓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래도 비주얼이 우선인지라.. 벨보다는 모스와 시거, 시거와 모스 그 둘의 추격전에 중점을 둔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더 보는 재미는 있지만 벨의 역할이 많이 빠진 느낌으로 마지막 삼촌 엘리스와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으로 씬으로 마감하는 그림으로만 표출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코엔 형제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독특한 연출의 대가답게 원작의 느낌을 살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여기서 노인은 어찌보면 절대악 시거로 대변되는 투영인 셈이다.

특히 극중 시거가 자주 쓴 동전던지기로 생과사를 결정짓는 궤변의 모습은 자기 정당화의 극치이자 사악함이다. 그런 모습은 마치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분연한 조커의 모습과 일치해 보인다. 하지만 시거는 그런 분장없이 얼굴에 그런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리고, 카메오 같은 느낌의 웰스역을 '우디 해리슨'이 맡았다.. 책에서는 나름 비중있게 나왔는데 여기서도 그는 그냥 현대인의 잘난체하는 해결사였지만 결과는 시망.. ㅎ

결국, 원작에서 보안관 벨이 영화에서는 살인마 시거가 중심이 된 그림들은 글을 통해서나 영상을 통해서나 던져진 화두는 사실 철학적이고 사고의 깊이에 대한 심려가 깔려있다. <더 로드>에서도 그렇고 코맥 매카시는 어찌보면 단순한 주제에 그만의 심각한 의도로 묵시록적인 화두를 던지는 스타일인데.. 이 영화 또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의견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는 장르상 범죄 스릴러라 표방했지만.. 어찌보면 스릴러가 아닌 그냥 관조적인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그려낸 살인 추격전 행각의 모습들은 원작을 통해서 이미 표출이 되었고, 그것을 코엔식의 사색적 연출과 영상으로 빚어냈으니 걸작으로 평가받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게 아닐까.. 왜냐하면 액션의 향연과 자극적인 스릴러물이라면 우리네가 많이 바온 그림들이고.. 이런 스릴러는 색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그들 코엔형제는 처녀작 <블러드 심플>을 통해서 포텐을 날렸고.. 영원한 스릴러 명작 <파고>등.. 코엔식 스릴러는 21세기에 들어 이렇게 코맥 매카시와 죽이 잘 맞아 새롭게 만들어 진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의 명연기가 있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 이 배우의 모습때문에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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