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연초에 이 세상 끝에 놓인 부성애를 그린 묵시록적 영화 '더 로드'의 개봉으로 국내에 더욱더 알려진 미국 현대 문학 소설가 코맥 매카시.. 그를 알고자 아니 읽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더 로드'의 원작 소설과 함께 나 또한 골라서 읽게 된 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책 앞에 띄지를 통해서 '서부의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고품격 스릴러, 아니 스릴러 그 이상의 걸작'이라는 홍보로 단박에 눈길을 끈 책이다.

더군다나 영화계의 사색적 연출의 거장 코엔 형제가 2008년 이 원작을 그려내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하 노무나라).. 과연, 책의 홍보처럼 스릴러 그 이상의 걸작이었을까.. 먼저, 간단히 책을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시대배경은 1980년 스릴러를 내건 홍보답게 총격살인 피빛과 추격전이 난무하는 내용으로 점철된다. 다행이다. 더군다나 그 그림은 마치 지금 우리 TV에 뜨고 있는 퓨전 사극 '추노'를 보는 듯 하다.

즉, 바로 쫓는자 이대길, 쫓기는자 송태하, 잡으려는 자 황철웅 세 사람이 얽혀있듯이.. 여기 '노무나라'도 세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다. 퇴역 군인 출신으로 사막에서 동물 사냥질하며 그냥 평범하게 사는 '모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한마리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를 보는듯 그려진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사막에서 총격전으로 난도질 당하며 죽은 여러명의 시체와 차를 발견하고 우연찮게 24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들고 튄다. 그 순간 그는 바로 쫓기는 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돈을 찾기 위해서 쫓는 자는 바로 인정사정 볼것 없는 냉소적 살인마 '안톤 시거'.. 그는 바로 쫓는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둘 범죄자를 어찌됐든 잡아야 하는 보안관 '벨'.. 그는 잡으려는 자다. 이렇게 세명의 추격전이 내내 펼쳐지며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스릴러다운 면모를 보이는 내용으로 읽은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코맥 매카시 식이라 그런지 일반 스릴러와는 틀리다.

추리적 요소를 배제하고 우선 주인공 소개처럼 단박에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밝히고 있고, 어떤 수사적 표현을 자제하고 냉담하면서도 무미건조한 대화속에 서술과 설명이 배제된 묘사로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그래서, 어떨때는 영화처럼 훅훅 지나가는 장면처럼 다음 장면에 대한 그림들이 연거푸 이어진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리볼버, 산탄총, 라이플, 기관총등 총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며 작가가 총 전문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디테일하다. 그래서 남자들이 보기에는 색다른 재미도 주며 각주로 자세하게 설명도 해준다. 

암튼, 세명이 쫓고 쫓기는 그림속에 사실 주인공은 보안관 벨이다. 즉 보안관 벨은 3인칭 시점으로 그려지지만 각 챕터를 여는 내용속에는 1인칭 시점으로 그만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유일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즉, 독백처럼 내뱉는 말이 어찌보면 이야기의 진행을 막는듯 하지만 읽은 이로 하여금 생각의 시간을 주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소박하고 진심 어린 과거 회상에 대한 일들은 이미 퇴물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보안관 자신.. 어찌보면 노인의 촌스럽고 고집스러운 잔소리처럼 들린다는 느낌이다. 즉,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겪은 무용담부터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이야기등 사회에서 한켠 물러난 이들에 대한 넑두리이자 관조적으로 빠져드는 유물이다.

그런 반면에 불가사의한 냉소적 살인마 시거는 인정사정도 없이 그는 총격 살인도 서슴치 않으며 동전을 던져 희생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궤변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듯 그 사악함은 긴장된 유머와 함께 장엄한 위력으로 그려졌으니..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보는 듯하다.

과연, 그는 모스를 잡아 돈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모스마저 응징할 것인가? 그리고 이 모스와 시거를 보안관 벨은 잡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이 물론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자 관심거리가 되지만.. 사실 이 물음이 이 소설의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이제는 퇴물이 되버린 보안관 벨.. 아니 작가 코맥 매카시를 대변하는 인물 더 나아가 선(善)을 대변하는 인물의 소심어린 독백을 통해서 밝힌 스릴러의 플롯은 어찌보면 미국 현대사의 암울한 역사의 뒤안길과 섭리가 뒤섞이는 괴리감을 던져주며.. 사회병폐에 대한 진단은 물론 지옥의 레이스처럼 진행되온 그들 셋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찌보면 묵시록적인 화두를 던진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스릴러 이상의 걸작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 또 쉽게 쏙쏙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걸작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코맥 매카시만의 작품 세계가 아닌가 싶다. 그런점에서 <더 로드>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만의 세계가 오롯이 전달된 느낌이다. 그래서, 책만이 아니라 이 원작 소설을 2008년에 영화로 만든 코엔 형제가 어떤 영상으로 그렸는지 또 궁금해지는 이유중 하나다.

원작을 그대로 잘 표현했을까.. 또 세명의 인물중 모스와 시거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지만, 보안관 벨은 토미 리존스가 했음을 알고 있다. 암튼, 일반 스릴러와는 다른 독특한 스릴러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궁금하신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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