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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 ㅣ 재미있다! 우리 고전 13
김남일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평점 :
최근 영화 <전우치>가 개봉하며 인기를 끌게 된 전우치.. 그는 실제 어떤 인물이었을까? 실존 인물이었나 아니면 허구의 인물인가? 우선은 조선중기때 실존 인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전우치전>은 그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도술적인 도가 사상에 입각한 사회 풍자적인 면을 많이 내비친 고전 소설이다. 특히 이번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는 어린이,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인데.. 분량도 100여페이지로 많지 않아 한시간여로 금새 읽을 수 있어 쉽게 <전우치전>을 접할 수 있다.
내용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개척자 육당 최남선의 신문관 활자본(1914년)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스토리도 의외로 간단하다. 신기를 가지고 태어난 우치는 비범한 재주에 절에 들어가 도를 닦게되는데 여기서 여우를 만나 비기(祕記) 얻어 도술을 배우게 된다. 그 도술도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다니며 그림 족자를 마음대로 부리는등 갖가지다. 그러면서 주유천하하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고관대작과 거만한 선비들을 혼내주고 심지어 임금까지 농락하는등 마음껏 자신의 재주를 펼친다. 이에 임금은 전우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리는데.. 영화 <전우치>와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다. ㅎ
하지만, 전우치는 쉽게 잡히지 않고 오히려 더 날뛰는데.. 하지만 깊이 반성하고 조정으로 들어가 선전관(宣傳官)겸 사복 내승(왕의 신변 보호를 맡아보던 벼슬)으로써 일을 한다. 그곳에서 도적떼 임준을 토벌하는등 나름 전공을 세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를 시기하는 선배 선전관 세력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고를 치게되고 그러면서 반란 수괴의 역적으로 몰려 궁에서 쫓겨난다. 다시 밖으로 나온 전우치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조 판사 왕연희에게 신날하게 복수하고 강림 도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도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종국엔 서화담 선생을 만나며 태백산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여기서 서화담은 바로 누구던가.. 바로 황진이, 박연과 함께 송도삼절로 불린 서경덕(徐敬德, 1489~1546, 조선초기의 학자로 벼슬을 외면하고 학문에만 전념하여 한국철학사에 두드러진 공적을 세운 대쪽남)그 아닌가.. 영화에서는 김윤석이 열연했는데 거기서는 악동 도사 전우치를 잡아들이는 역할인데.. 여기 고전에서는 전우치가 얕은 도술을 가지고 세상을 희롱한 짓거리의 덧없음을 깨우치게 하고 전우치를 데리고 태백산(백두산의 이전이름)으로 들어가 진정한 도를 닦으며 둘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렇게 <전우치전>은 그를 통해서 당시 사회상을 투영시켜 민초들의 억압되고 피폐된 생활상을 전우치의 도술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시키는 역할을 한 고전으로 당시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전우치전>은 정형화된 이야기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민간에 의해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살이 붙고 뼈대가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고전들이 얼추 이런 식이지만서도..
암튼, 본 책을 통해서 짧게 나마 의적 '홍길동'과는 다른 모습의 전우치의 기본 얼개를 알기에도 좋고.. 또한 책 뒤편에 10페이지 걸친 작품해설을 통해서 <전우치전>의 배경과 태생, 여러 판본 그리고 작품의 의의까지 길라잡이로 충분하니 일독을 권한다. 결국,<전우치전>은 우리식 고전 판타지 소설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그가 내뱉은 대사처럼 말이다.. "이제 나도 한번 변해볼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