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살인 사건
크리스티나 쿤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레드박스 덧글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돼서 읽게 된 책.. 아니 당첨이 안되더라도 돈주고 사서라도 '카프카'라는 이름만으로 너무나 끌려서 읽고 싶었던 책.. 다 읽고 나서 느낌은 바로 가슴 한켠에 알수 없는 암울이 드리워진다. 우선, '지적 미스테리 소설'이라는 홍보처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구미를 당기게 한다. 책 읽는 내내 그것은 체코가 낳은 대문호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년~1924년)'라는 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자 그 '카프카'로 인해서 생기는 흡인력이 책에 빠지게 하는 원천이다. 이런 흡인력으로 읽을때마다 빠져 드는 이책은 단순한 추리소설하고는 다른 분위기로 흥미거리가 아닌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왔으니.. 이야기의 서막과 전개는 이렇다.

가난하지만 진정한 발레리나의 꿈을 좇던 전도유망한 '헬레나 바로나' 라는 젊은 여자가 금속재질의 채찍에 온몸의 살점이 찢기며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러면서 이 살인사건은 독일 프랑크프랑트의 젊은 여검사 미리암 싱어(이하 미리암)을 통해서 전개된다. 즉, 그녀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다. 그런데, 이 여검사는 만년 노처녀로 형사 헨리와 사귀는 연인으로 나오는데 둘의 관계는 지리할 정도로 답답한 관계속에 그만큼 그 둘의 사이는 안좋다. 그래서 그녀만의 성장통을 앓으며 고민에 빠져사는 어두운 여자다. 이런 심리적 표현이나 정황은 작가 스스로도 여자기에 더욱더 디테일하게 다가서니 살인사건과는 다른 묘미를 주는 느낌이다.

암튼, 살인사건은 이렇게 미리암의 눈을 통해서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들.. 하지만 전도유망하던 발레리나 헬레나를 참혹하게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은 두 학생의 목격자 증언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헬레나와 관련된 인물들이 속속들히 들어나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 '저스틴'이 오래되고 폐쇄된 아파트 창살형 감옥에 갇혀서 아사로 죽어나가 육체는 썩어 문드러지고 입은 외과용 바늘과 실로 꿰매진 목불인견의 두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의 처참한 죽음을 예고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 「서커스 관람석에서」와 「단식 광대」가 체코 프라하의 고서점에 익명의 이메일로 전달되며 살인의 방식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과 일치한 그림으로 그려낸다. 즉, 희생자들이 바로 그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의 방식과 똑같이 살해되었다는 단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범인은 '프란츠 카프카'를 연구하며 카프카 문학의 권위자인 '밀란 허스' 교수가 용의자로 주목된다.

과연, 이 '밀란 허스' 교수가 범인일까? 여러 정황상 그쪽으로 내몰지만 여검사 미리암은 '밀란 허스' 교수를 범인으로 주목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를 조정하는 다른 이가 있다고 심증으로 나서는데.. 과연, 범인은 누굴까? 아니면 '밀란 허스' 교수는 사주를 받은 것일까? 또한 범인은 왜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집을 인용해서 연쇄 살인을 벌인 것일까? 혹시 범인은 옥스퍼드 사전에도 올라있는 카프카적(Kafkaesque, 부조리, 악몽, 허무, 냉소, 우울)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있는 일그러진 폭력 판타지로 자신을 투영시키려 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 책은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한 대표적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폭력 판타지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로 바라보며.. 그의 숨겨진 미발표 초고를 들춰내 암울하고 폭력적이고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폭력성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렸냈다. 특히,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집 속에서 모티브를 얻어 문학적 상상력 코드로 풀어나간 재주로 상세히 전달해 주었다.

종국에 범인은 어찌보면 자신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기존의 질서로 바라보던 어떤 대상이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 폭력의 판타지로 변모된 칼날을 휘두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인은 지금 우리 사회,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더 씁쓸할 뿐이다. 그래서 '카프카'로 인해 생긴 지적인 맛에 덧칠해진 느낌으로 다가선 한편의 암울한 미스테리 추리소설이었다. 물론,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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