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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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의 영화와 그래픽 노블에 이어서 연장선에서 읽게된 조지 오웰의 '1984'.. 다 읽고 나서 느낌은 한마디로 가슴 한켠의 답답함과 함께 왜 이 문학작품이 작금에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지 되새기게 된다. 현존하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중 하나로 손꼽히며 디스토피아 문학으로 최고의 현대 고전인 이 작품은 정치 풍자 소설 <동물농장>에 이어서 조지 오웰이 생을 마감하기 1년전 194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하지만 소설은 제목처럼 그가 살았던 시대로부터 30여년이 지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인 정치 소설로서 줄거리는 간단히 이렇다. 가까운 미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개의 나라가 지배하는 세계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3대 초강대국으로 나뉘며 승리도 패배도 없는 전면전도 종전도 없는 전쟁의 연속성 속에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이하 윈스턴)는 당 소속 진리부 기록원으로 근무하는 내부당원이다. 하지만 그는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진성은 아니다. 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은 불멸의 화신 '빅 브라더스'의 통치하에 통제된 사회 속에서 몸부림치는 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 통제된 사회는 바로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모든 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즉,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감시와 통제는 계속된다. 심지어 잠꼬대까지 감시할 정도로 통제는 매섭다. 이런 통제와 함께 마이크로폰과 사상경찰의 감시체제 그리고 부모들의 대화나 행동을 감시하는 어린이들로 조직된 스파이단까지.. 이렇게 24시간 통제는 영사(英社, 영국사회주의)라는 강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른바 사상통제로 이단적인 사고방식과 행위등을 여지없이 말살 시켜버리는 통치 수단으로 귀결된다.

이런 사상통제의 잣대는 '이중사고(과거의 기록을 날조했다는 사실을 곧 잊고 그 날조된 허위 사실을 진실로 믿는 심리 작용)'의 방식과 이른바 '신어(오세아니아의 공용어로서 영사의 이념적 필요에 따라 고안된 언어들)'의 제작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통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당의 슬로건은 이것으로 대변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이렇게 모든것이 통제되고 감시되는 속에 윈스턴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그래서 이야기 초반은 이렇게 그를 중심으로 생활에 대한 통제와 주변 인물들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통제된 현실이 읽는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윈스턴에게 찾아온 비밀스럽고 젊은 20대 여자 '줄리아'의 접근으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읽는이로 하여금 새로운 재미?를 부여한다. 이렇게 둘은 통제가 심한 속에서도 가녈찬 애정 행각을 벌인다. 그래서 그들의 러브는 은밀하게 밀회를 즐기듯 롤러코스트를 타는데.. 결국 그들은 내부당원의 숨은 실력자 '오브라이언'을 만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된다.

이런 '오브라이언'을 통해서 영사에 반기를 든 지하조직의 수령인 '골드스타인'이 썼다는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소책자를 읽게 된 윈스턴.. 책 중간에 그 내용이 빽빽히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정치이념적 교과서라 할 정도로 내용자체도 가볍지 않지만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암튼, 이 책을 읽게된 윈스턴은 많은 부분을 공감하는 그 순간 그는 바로 체포되고 만다.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기에..

결국, 그는 애정부라는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이때부터는 그는 혹독하고 잔혹한 고문과 세뇌를 받는다. 그런 장면은 한 두컷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리할 정도로 이어지는데 목불인견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른바 2+2가 왜 5가 아니냐, 손가락은 몇개지?등 사상통제 고문의 극치를 보는듯 하다. 그런데, 이런 그를 심문하는 사람은 바로 내부당원의 실력자 '오브라이언'이었다는 사실.. 즉,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음모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과연, 그 깜깜하고 혹독한 폭압의 고문속에서 윈스턴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애인 줄리아는 어떻게 됐을까.. 윈스턴이 살아 남았다면 이후에 윈스턴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해답은 아직 '1984'를 안 읽어 보신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려고 한다. 이렇게 억압되고 통제된 영국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윈스턴'이라는 인간을 통해서 전제정권의 독재와 통제의 고발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어찌보면 정말 인간성을 지닌 인간다운 인간을 말하고자 했던 '1984'..

조지 오웰의 이 작품은 이렇게 전체주의와 독선에 맞선 불굴의 항거로 표출이 되는데.. 이런 작품의 성향은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의 독일의 나치즘과 소련의 전체주의, 파시즘의 창궐등 극에 달한 당시의 국제 정치 상황속에서 나온 정치소설로 그 스스로도 인도에서 식민지 지배자로서 느꼈던 아픔과 참회, 이후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걸인같은 생활의 빈곤과 따라지 인생, 스페인 내란에 가담하며 위태로운 반동생활등.. 그의 40여년 인생자체가 파란만장했고 그때마다 족족 체험에 바탕을 둔 고발성 강한 작품들을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그는 반골(Natural Rebel)기질이 다분했기에 디스토피아적인 정치 소설 '1984'로 대미를 장식하며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런 그의 최후의 걸작을 읽는 내내 마치는 순간까지 한번도 흐뭇함이 없이 암울하고 답답한 심경속에서 훑어내려간 통제된 그림들이 아직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다. 또한 작금의 李 정부에게도 필독서로 권한다면 이 책이 불온서적이 되지 않을까 솔찮이 스스로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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